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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산업화에는 뒤늦었지만 정보사회만큼은 발 빠르게 나섰다. 그야말로 우리나라가 IT최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보화를 주도하는 핵심주체인 국가의 정보인권에 대한 수준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한다느니, 포털의 검열기능을 강화한다느니 여러 말들이 오고갔다. 그리고 그것들을 입법화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더욱이 '미네르바'의 구속이라든지, '진실유포죄'가지 만들어 낸 방송통신심의위의 결정 등은 우리나라의 정보인권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단면을 보여준 예였다.  

 

왜 그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현실 정보사회에서 정보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차원보다도 오직 정보의 효율적인 관리와 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불온정보'를 골라내고 없애는 일을 하기 위해 1992년에 태동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효율성을 한층 높이기 위한 차원에 해당된다.

 

홍성태의 <현실 정보사회와 정보사회 운동>은 1990년대 말부터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보사회 속에서 정보기술을 슬기롭게 활용하여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애쓴 그 흔적들의 이론서요 지침서라 할 수 있다. 그 까닭에 진보넷이나 정보공유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트러스트, 참여연대 등 여러 시민단체와 전문가에게서 도움을 받아 진행했음을 밝히고 있다.

 

"민주주의 위기는 곧 바로 정보사회의 위기로 비화한다. 인터넷의 이용을 강력히 규제해서 자유로운 소통을 막고자 하는 정치적 시도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정보사회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를 웅변적으로 입증한다."(들어가는 말)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이기는 하지만 사이버 상에서는 오리무중이다. 국가권력이 사이버 공간 안에서 마음대로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정한 인터넷 내용등급제의 자율등급제 역시 엄밀한 의미에서 '타율등급제'이자 '강제등급제'라고 한다. 이유인 즉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정해 놓은 등급을 표시하지 않은 사이트는 자동으로 청소년유해매체로 간주되고, 그것을 따르지 않을 시 법적 조치를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욱이 해외사이트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제3자 등급제' 역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홈페이지가 생겼다가 사라지고, 그것보다 더 많은 자료가 인터넷에 올라왔다가 사라지는데, 그 같이 많은 정보들을 사람이 분석하는 게 아니라 기계가 정한 기준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기계가 정한 룰 속에서 기계가 심의를 하게 되니,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예술이 깡그리 짓밟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더욱이 차단당한 사이트의 운영자나 그 사이트에 정보를 올린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그 사이트를 이용해 소통하는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식의 등급제는 '검열 없는 규제'가 아니라 '사실상의 검열'을 낳는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알아서 기도록' 강요하면서 그것을 '자율'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근대적이거나 전체주의적 야만의 표지일 뿐이다."(130쪽)

 

그런 면에서 볼 때 국가권력이 사이버 공간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결코 공평한 일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사회의 불평등을 더 확대하고 더 조장하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이버 모욕죄니, 진실유포죄 같은 어처구니없는 법안을 들이대려고 하니, 우리가 IT 최강국이면 뭐하겠는가, 정보인권은 개뿔인데.  

 

모름지기 물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지만 젖소가 마시면 젖이 된다. 문제는 결코 인터넷 자체가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인터넷을 악용하는 개인인 것이다. 개인의 문제를 기계의 문제로 비화하여 검열하고 통제하는 오류는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강화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인터넷에 악플을 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리는 정책이지, 인터넷 자체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결코 올바른 일일 수 없다.


현실 정보사회와 정보사회운동

홍성태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09)


태그:#정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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