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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등학생이에요"라고 외치는 17살 여고생들 연행, 미성년자 딸을 체포하지 말라고 경찰을 막아선 엄마도 연행, 즉석 공연하는 시민악대 단원들 연행, 이를 구경하던 시민들도 연행, 그리고 이틀 뒤인 4일 경찰폭력 항의 기자회견을 진행한 참가자 6명 연행….

 

지난 2일 '촛불 1주년 촛불 행동의 날'은 이처럼 '촛불 수난의 날'이었다. 이날 경찰은 112명의 '촛불'을 경찰서로 연행했다. 앞서 1일에는 71명을 연행했다.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총 연행자는 221명인데 이 가운데 4명을 구속하고 11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4일에는 경찰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참가자들도 연행됐다. 이날 오전 11시 인권운동가 6명은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된 것이다. 증언 내용 등이 "정치적 발언"이므로 기자회견이 아닌 불법집회이고, 경찰이 해산 명령을 했는데 불응했으니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위반으로 잡아들였다는 논리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았다가 연행된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경찰서 안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통화하면서 "지금까지 경찰이 기자회견까지 막은 적은 없었다, 기자회견은 집시법 허가 대상도 아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어떤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고 분노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항의의 뜻으로 진술은 물론 식사도 거부하고 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영등포서에 항의방문을 하기로 했지만, 연행자 면회조차 할 수 없었다. 경찰은 "(방문) 참가자들이 이전에도 경찰청 안에서 소란을 피운 적이 있다"면서 입구에서부터 이들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93년생 여고생 2명, 양천경찰서에 연행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7명은 지난 3일 서울시내 각 경찰서에 흩어진 연행자들을 접견했다. 접견 대상자 가운데는 1993년생 미성년자인 장아무개양과 유아무개양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 2일 명동 밀리오레 근처에서 체포돼 양천경찰서에 연행됐다. 

 

지난 1일과 2일 현장을 지켜본 임태훈 인권실천연대 활동가나 명숙 활동가 역시 "연행자 중 일부는 보기에도 어렸고 본인도 '나는 중학생이다' '고등학생이다'고 호소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이들은 "경찰은 '얘는 내 친구인데 미성년자다'고 주장하는 청소년들도, '미성년자인 우리 딸을 왜 잡아가냐'고 항의하는 엄마도 잡아들이더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시청역 5번 출구 근처에서 체포돼 강서경찰서로 연행된 신아무개씨, 김아무개씨, 박아무개씨, 장아무개씨는 변호사들에게 "시민악대인데 서울하이페스티벌이 끝난 뒤 현장에서 즉석공연을 하다가 잡혀왔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가하지도 않았는데 체포됐다고 주장하는 연행자도 있었다.

 

강서경찰서에 연행된 이아무개씨, 또다른 이아무개씨는 "시민악대 공연을 지켜봤을 뿐인데 잡혀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양천경찰서에 연행된 정아무개씨도 "지나가던 길에 체포됐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변호사들의 접견 내용과 현장 상황을 취합해 4일 기자회견에서 그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행 과정에서의 폭력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찰이 연행에 저항하는 참가자들에게 욕설을 하며 목을 조르고 팔을 꺾었으며, 부상당한 시민들이 경찰 거부로 119구급대에 이송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일 체포된 민주노총 조합원은 연행과정에서 땅바닥에 머리와 허리를 부딪혔다. 이 때문에 그는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서서 걷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병원 치료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무시했다고 인권단체들은 주장했다.

 

앞서 1일 '119주년 노동절 범국민대회'에서도 경찰은 집회 참가자는 물론, 길에 있던 시민이나 사진기자들에게도 곤봉을 휘둘러 취재진의 항의를 받았다. 또한 지하철로 이동하던 참가자들을 막아선 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고춧가루액을 뿌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날 경찰은 계엄군이었다"

 

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인권단체들은 "경찰은 고의적으로 시민들을 불법으로 내몰고, 공권력의 폭력에는 침묵하면서 거리로 나선 선량한 시민들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경찰은 현재 국민을 상대로 한 계엄군"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새 정부 집회 시위 불허가 비일비재해졌다, 법에 보장된 행진 신고는 있으나마나한 법률이 됐고 서울 4대문 안에서의 집회는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임 활동가는 "현장 지휘관이 "경찰에 대들거나 불응하면 다 체포하세요"라고 지시하는 것도 들었다"면서 "경찰이 먹잇감 사냥하듯 참가자들을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그 역시 당일 경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가리켜 "저 XX, 잡아"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최고 통수권자나 경찰 수뇌부부터 법을 무시하니까 지휘관은 무법천지로 막 나간다, 그래서 충돌을 말려야할 지휘관이 먼저 곤봉을 휘두르는 상황인데 소대원들은 어떻게 하겠냐"고 현재의 '계엄군 경찰' 상황을 비판했다.


태그:#경찰 과잉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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