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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2개국(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방문길에 동참한 소설가가 있다. 황석영,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보수적인 인물이 분명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진보주의자다. 극보수주의자들에 의해서는 '좌파'로 낙인찍히기에 마땅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보수주의 정권의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하고 나설 때부터 석연치 않은 감이 있었다. 이 대통령의 국외 나들이 수행에 문인, 그것도 진보적 색깔이 농후한 인사가 함께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언론의 관심사였다. 그러더니 급기야 큰일을 한 방 터뜨렸다.

MB정부를 '중도보수'로 규정, 동참선언

황씨는 13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보측에)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 "큰 틀에서 (정부에)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을 보수 우익으로 규정하는데 동의하지 않고, "이 대통령 스스로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얘기했고, 또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미 황씨는 우리 사회에 중도보수 세력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었다. 황씨는 5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 "지금 중도적인 게 없어서 탈"이라며 "우리 사회의 건전한 어떤 상식이랄지 하는 것은 중도적인 데에서 많이 나오고, 구태여 얘기를 하려면 중도보수의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중도보수의 사람들에 의해 갈등보다는 온건한 진보를 이뤄야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미 황씨는 작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세력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총대를 맬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더니 이번에 MB정부를 돕겠다고 선언하고 나온 것이다. 정치적인 수순을 제대로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세계가 권역별로 재편되는 전환기에 남북문제도 알타이 연합이라는 큰 틀에 넣어 문화운동 차원에서 접근하면 화해·상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외로 이 대통령도 이에 '뜻이 같다'며 반색해, 희망을 갖고 이번에 동행하기로 했다"고 이번 동행에 대하여 배경을 설명했다.

황씨는 1990년대 초 방북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할 때, 면회를 왔던 이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었다. 황씨는 지난해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에 이어 올해 '국립대한민국관 건립위원회'의 민간위원을 맡으면서 이명박 정부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문열과 황석영, 그 길이 같다?

'중도보수'라는 입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황석영씨가 뜻이 같다고 황씨 스스로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보는 시선은 그리 따듯하지 않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황석영씨의 발언을 놓고 뜨겁다.

'움직이는 금고'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누리꾼은 "그가 '뚜렷하다'고 장담한 이명박의 정치적 노선이 정말 '중도'인가?"라고 반문하고, "설령 백번을 양보하여 중도라 하더라도 '정의와 평등, 신뢰'와는 너무나 먼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를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 자행하는 이명박의 드러난 모습을 보면서도 이명박 정부와 큰 틀에서 동참하겠다는 황석영의 놀라운 선언은 그동안 그의 책을 읽고, 그가 이곳저곳에서 강연한 내용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로서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그는 이어 "한 때 구름 같은 독자를 몰고 다니며 문화계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이제는 구름 같은 독자는 고사하고 자신이 펴낸 책들이 성난 군중들의 손에 백주 대낮에 화형식을 당하는 모습을 자주 경험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글쟁이 이문열(의 전처를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슨 재민겨'님은 "당신 이문열보다 더 나쁜 사람이야. 이문열이야 수구꼴통 스탠스에서 그런 짓하니까 이해되지만 당신은 아군 뒤에서 총질하고 있어. 그것도 이명박하고 띵까띵까 하자마자 쓴 소리라는 미명으로 헛소리하구 있구"라며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황석영씨의 발언이 어떤 정치적 행보로 이어지든지 그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MB정부는 '중도보수' 정부인가?

황씨가 이번에 이명박 정부를 '중도보수' 혹은 '중도실용'으로 규정한 것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주먹이 운다'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황씨가 쓴 <장길산>을 찢어버렸다면서, 황씨를 변절자로 규정하며 다섯 가지 항목을 묻고 있다.

1,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는 대통령이 중도실용 주의자입니까?
2, 지금까지 누려온 자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세력들이 중도실용 세력입니까?
3, 국민들의 입과 눈과 귀를 막는 것이 중도실용주의입니까?
4,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10일이 지났습니다. 책임자도, 진상규명도, 아무 것도 아니하고 수수방관하는 세력들이 중도실용세력입니까?
5, 외국에서는 먹지 아니하는 쓰레기 같은 식품을 수입하여 국민들에게 먹으라 하는 것이  중도실용세력입니까?

황씨 스스로 이명박 대통령을 '중도보수'로 본다면 그것까지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도 그를 '중도'라는 단어에 적합한 인물로 보느냐는 것이 문제다. 또한 황씨를 다른 이들이 '중도보수'로 보느냐 하는 것도 문제다. 아무래도 황씨의 주장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할 부분이 많은 듯 보인다.

황씨는 "지금까지 내 안테나는 시대 변화, 대중의 흐름을 놓친 적이 없어요. 현실 정치와는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내 경험에 비추어 정부를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은 돕고 싶어요"라며 정치와 선을 긋는다고 하지만, 이번 순방 동행 중 한 발언으로 이미 정치판 한가운데에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여겨진다.

'체게바라'님은 '황석영, 보수주의로의 전향, 결국 이명박의 개가 되는가?'라는 글에서, "황석영의 의도는 명확해졌다"며 "그는 결국 보수로 전향하고만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보수적 이념을 강화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MB 정권을 옹호한다는 언행이 말이 되는가?" 물으며, 황석영이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가 중도노선이라'는 황씨의 발언을 인정하지 않았다.


태그:#황석영, #이명박정부, #중도보수,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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