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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화단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과 호수 위에 놓인 나무다리
 호숫가 화단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과 호수 위에 놓인 나무다리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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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는 곳엔 어느 곳이나 길이 있습니다. 물론 짐승들만 다니는 길도 있긴 하지요, 그렇지만 그 길은 아주 은밀하게 숨겨진 길이어서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기엔 적절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역시 사람의 길을 이용해야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만들어 놓고 이용하는 길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닙니다. 도시의 가로나 자동차가 씽씽 달리는 도로는 물론 주택가의 골목길도 길은 그냥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열려진 길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아주 특별한 길이 있습니다. 그 길에 들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넉넉해지고, 아름다움에 눈이 크게 열리고, 함께 걷는 사람이 없으면 숲이나 물, 꽃이나 바위, 아니면 발에 밟히는 길과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은 길 말입니다.

정다운 연인과 오순도순 함께 걷고 싶은 길

"맑고 잔잔한 호수. 주변의 산 그림자까지 참 아름답고 멋진 길이네. 이런 길은 젊은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소곤소곤 걷기에 아주 좋은 길이야."

"아니 멋지고 아름다운 길은 젊은 연인들만 걸으란 법이 어디 있어? 우리 영택(?)이들이 이렇게 함께 걸어도 운치 있고 멋진 길인데."

멀리 강원도 철원에 다녀오는 길에 들른 산정호수 길에서 일행들이 나눈 이야기입니다. 초로의 일행들 여섯 사람은 어지간한 경치에는 여간해선 감탄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호숫가를 걸으며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호숫가에 우떡 솟아 있는 바위산, 명성산은 옛 태봉국을 세운 궁예의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는 산이다
 호숫가에 우떡 솟아 있는 바위산, 명성산은 옛 태봉국을 세운 궁예의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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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서 자란 이 버드나무는 호수 물위에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모습이 참으로 이채롭다
 물가에서 자란 이 버드나무는 호수 물위에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모습이 참으로 이채롭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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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에 있는 산정호수를 찾은 것은 지난 5월13일이었지요. 6월에 있을 행사장소를 미리 들려오는 길에 아름다운 호숫가 길을 함께 걸어보자고 내가 제안을 한 것입니다. 물론 함께 걷고 싶은 아름답고 멋진 길을 찾아보기 위함이었지요.

일행들 일곱 사람은 주차장에 승합차를 세워놓고 호숫가로 나갔습니다. 호수로 나가는 길가엔 귀엽고 예쁜 각종 야생화와 예쁜 도자기를 파는 가게들과 함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탈것들이 어린손님들 맞을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숫가에 서서 바라본 풍경이 먼저 일행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오른편으로 높직하게 솟아 있는 바위봉우리 산은 명성산입니다. 그 옛날 철원지역에 태봉국을 세워 도읍을 정하고 웅대한 나라를 꿈꿨던 궁예가 웅지를 펼치지 못하고 고려태조 왕건에게 몰려 슬픈 죽음으로 꿈을 묻은 산입니다.

왕건에게 쫓긴 궁예가 이 명성산에 올라 자신이 막다른 곳에 몰렸음을 탄식하며 슬피 울었답니다. 그런데 그 소리가 온 산을 울렸대서 명성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슬픈 전설이 깃든 산이지요,

명성산 맞은편 망루봉과 호수 물속에 세워져 있는 조각 작품들
 명성산 맞은편 망루봉과 호수 물속에 세워져 있는 조각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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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건너 명성산 맞은편에 뾰족하게 솟아 있는 봉우리는 망루봉입니다. 마치 산과 산 사이 골짜기 가운데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망루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습니다.

궁예의 슬픈 전설이 깃든 명성산 아래 골짜기 그림 같이 맑고 아름다운 호수

놀잇배 선착장 바로 앞 호수에는 하얀 스테인리스로 만들어 세운 사람모양의 조각 작품 둘이 하나는 가슴까지, 또 하나는 무릎까지 물에 잠겨 서있는 모습이 이색적인 풍경입니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하고 먼저 오른편 길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오른편 길은 명성산 아랫자락으로 왼편에 호수를 끼고 걷는 길입니다. 사람들 몇이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도 넉넉할 정도로 넓고 평탄한 길이지요, 물가 길가에는 단풍나무들이 심어져 있어서 가을철 단풍이 물들면 새빨간 단풍잎과 파란 호수가 어우러져 기막힌 절경을 보여줄 것 같은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호수를 가로지른 나무다리가 바라보이는 풍경
 호수를 가로지른 나무다리가 바라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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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이어서 나이든 일행들까지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연인들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걷기에 좋은 길이라고 말한 것은 어쩌면 흘러가버린 세월, 젊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명성산 골짜기에서 호수로 졸졸 흘러드는 맑은 물과 길가에서 자란 커다란 버드나무가 호수 물위로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풍경도 여간 멋진 풍경이 아닙니다. 앞쪽에서 걸어오는 나이든 아주머니 몇이 느긋한 표정입니다. 등산을 했느냐고 물으니 힘들어서 등산은 할 수 없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아오는 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20여분 만에 허브마을 입구 좁은 호수를 건너는 나무다리에 도착했습니다. 호수가 오른쪽으로 약간 굽어드는 폭이 좁은 곳 위에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있었습니다. 살펴보니 물속에 철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목재로 멋진 다리를 세워놓은 것이었지요.

다리 가운데에는 제법 넓은 공간을 만들어 놓아 호수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조망장소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다리를 건너자 물가 화단에서 피어난 붓꽃과 함께 파꽃, 민들레꽃들이 아름다운 표정으로 호숫가를 걷는 사람들에게 상큼한 미소를 보내주고 있었지요.

호숫가 허브마을에서 잠깐 쉬며 향기로운 허브차 한잔으로 피로를 씻어내다

오른편 아래 넓은 마당에는 허브마을이라는 비닐하우스 같은 간이건물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잔잔한 허브향이 향기롭게 후각을 자극합니다. 크고 작은 모습의 다양한 허브 화분들이 싱그러운 모습입니다. 일부 종류는 환하게 꽃을 피워 모습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꽃향기가 더욱 감미로웠습니다.

허브마을 쉼터 내부 풍경
 허브마을 쉼터 내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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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마을에 피어난 예쁜 꽃들
 허브마을에 피어난 예쁜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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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가자 호수가 바라보이는 창가에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허브차와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쉼터였습니다.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풍경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은 모습입니다.

잠깐 쉬고 있을 때 일행 한 사람이 아이스크림과 허브차를 사들고 왔습니다. 신록이 우거진 산 속에 푹 파묻히듯 자리 잡은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향기로운 허브차와 달콤한 아이스크림 맛이라니, 일행들이 일어날 생각을 잊고 있는 것을 일깨워 다시 산책길로 나섰습니다.

허브마을을 왼쪽으로 돌아가면 이번에는 호숫가 숲속길이 나타납니다. 갈대가 무성한 길을 지나 조금 더 걷자 여기서부턴 낮은 산자락 언덕을 오르내리는 산길입니다. 산길에는 잎이 크고 무성한 활엽수들도 많았지만 소나무들이 많은 소나무 숲길이었습니다.

높지 않고 나지막하게 뻗어 내린 산줄기들을 넘어 오르내리는 길이어서 그리 힘들지도 않고 하늘을 가린 나뭇잎들이 그늘을 드리워 걷기에 매우 좋은 길이었습니다. 길 아래쪽 물가에 소나무 고목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도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호숫가 소나무 숲길
 호숫가 소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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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봉 아래 산정호수 유원지
 망봉 아래 산정호수 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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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이로 바라보이는 맞은편의 명성산과 산 아래 맑고 고운 산정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것이 처음 걷기를 시작한 건너편 평탄한 길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뭐랄까? 등산과 산책을 겸한 길, 이마에 살짝 땀방울이 맺히는 그런 길이어서 느낌은 더욱 새롭고 좋았지요.

취하도록 고운 물빛, 산 그림자와 싱그러운 소나무 숲길을 걸어 다시 원점으로

그렇게 한 시간여를 걷자 오른편으로 호수물이 넘쳐흐르도록 되어 있는 골짜기를 만났습니다. 그 위에는 조금은 아슬아슬 스릴 넘치는 구름다리까지 놓여 있어서 멋진 운치를 더해줍니다. 구름다리를 지나 조금 더 걷자 높고 기다란 호수 둑길이 나타났습니다.

이 둑이 바로 1925년에 쌓아 산정호수를 만든 둑입니다. 이 둑을 쌓은 목적은 골짜기 아래 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농사용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도 물론 조금은 그런 역할을 하긴 하지만 아름다운 호수와 주변 경관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관광지로 더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골짜기 입구를 막아 쌓은 둑길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풍경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집니다. 둑을 건너면 앞에 바라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망봉입니다 이 망봉 아랫자락에 산정호수 유원지가 자리 잡고 있지요.

산정호수 산책길과 주변 지도
 산정호수 산책길과 주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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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봉 산자락을 안고 돌아 처음 걷기를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올 때까지 거리는 4,5킬로미터, 산책시간은 두 시간이 약간 지나 있었습니다. 산정호수는 그 넓이가 0,024 평방킬로미터로 그리 크지 않은 호수지만 명성산과 관음산, 망루봉과 망봉 사이 골짜기에 우물처럼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서 산정호수라는 이름이 붙여진 호수입니다.

서울에서 72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비교적 가까운 지역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인데다, 호수를 안고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가족이나 친구, 정다운 연인들이 함께 걷거나 사색하기에 아주 좋은 곳입니다.

덧붙이는 글 | 산정호수 가는 길
대중교통: 상봉터미널이나 수유역에서 -운천가는 시내버스-산정호수 가는 버스
승용차: 수유리-의정부 43번 국도-포천읍-만세교검문소 직진-38휴게소-성동삼거리 우회전-검문소 삼거리 좌회전-문암삼거리 우회전-산정호수



태그:#걷고 싶은 길, #산정호수, #이승철, #물빛, #산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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