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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걸탕 남녀 변강쇠와 옹녀가 주고받는 농부터 시작하죠. 신재효 판소리 여섯 마당 중 하나인 <가루지기타령>입니다.

 

"이상히도 생겼구나. 맹랑히도 생겼구나. 늙은 중의 입일는지 털은 돋고 이는 없다. 소나기를 맞았던지 언덕 깊게 패였다. 콩밭 팥밭 지났는지 돔부 꽃이 비치였다. 도끼날을 맞았든지 금 바르게 터져 있다. 생수처 옥답인지 물이 항상 고여 있다…."

 

'변강쇠타령'으로도 불리는 가루지기타령에서 천생음골 변강쇠가 옹녀를 번쩍 들고 옥문관을 굽어보며 읊조리는 대목입니다. 이에 옹녀가 살짝 웃으며 갚음을 하느라 강쇠 기물 가리키며,

 

"이상히도 생겼네. 맹랑이도 생겼네. 전배사령 서려는지 쌍걸낭을 느직하게 달고, 오군문 군뇌던가 복덕이를 붉게 쓰고, 뒷 절 큰방 노승인지 민대가리 둥글린다. 고추 찧던 절굿대인지 검붉기는 무슨 일인고. 송아지 말뚝인지 털 고삐를 둘렀구나…."

 

 

남녀상열지사? '그저 해학인 것을….'

 

뜬금없이 웬 가루지기타령이냐? 그건 변강쇠와 옹녀가 남녀 성기를 두고 벌이는 질펀한 농을 떠올리게 하는 섬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보석처럼 박힌 전남 진도 섬들이 이에 딱 걸 맞는 곳이어서 말입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남녀 사랑을 숨김없이 표현한 <쌍화점>이나 <이상곡> 등 고려 속요를 남녀상열지사라 천시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저 해학인 것을….'

 

"쩌거시 무슨 섬이냐 허믄~"

"무슨 섬이에요?"

"아따 승질도 급허지. 쫌만 지다려 봐. 쫌 있다 보일텡께."

 

문화관광해설사 허상무씨, 입이 열릴 때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쏟아집니다.

 

남녀 생식기를 닮은 '주지도'와 '혈도'

 

"쩌기 섬 가운데 바위 하나가 불뚝 솟은 섬은 남자 거시기 섬. 글고, 쫌 있다 볼 섬은 구멍 섬인디, 여자 거시기 섬이여. 눈 크게 안 뜨믄 금방 지나분께 눈 크게 뜨고 봐."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음담패설을 싫어하는 듯해도 귀는 쫑긋 열리는 게 인지상정. 일행들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쫓아 눈 크게 뜨고 궁금한 표정으로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지금 빨리 봐. 저 구멍이 딱 여자 거시기랑께. 자세히 봐. 구멍 안에 나무가 하나 튀어 나와 이쓴께." 

 

이상은 세방낙조 주변 섬들입니다. 이곳은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남녀 생식기를 닮은 섬은 주지도와 혈도입니다. '주지도'는 섬 중앙에 있는 바위가 마치 상투, 손가락, 남근 같이 생겨 '상투섬', '손가락섬'으로도 불립니다.

 

이곳은 스님이 여자 생식기를 닮은 혈도를 옆에 두고 떠나지 못해 눌러 앉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자 암수 한 쌍과 수달을 닮은 '광대도'

 

'혈도'는 대포를 쏴 뚫은 것처럼 구멍 뚫린 섬이라 하여 '공도', 혹은 지형이 활모양처럼 생겨서 '활목섬', 여자 거시기를 닮은 섬이라고도 합니다. 혈도는 파도에 의해 구멍이 생겼는데 구멍을 통해 다도해 전경을 바라보면 더욱 신비롭다나요.

 

재미있는 형상은 단연 '광대도'입니다. 이 섬은 앉아 있는 모양이 마치 적을 응시하고 있는 사자, 혹은 사자가 하품을 하는 형상이라 하여 '사자섬'이라 부릅니다.

 

광대섬은 방향에 따라 다양한 형상을 볼 수 있는데 암수 한 쌍의 사자와 수달 모양을 동시에 가진 특이한 섬입니다. 또 여자가 엉덩이를 깔고 앉아 방구를 끼는 형상의 '방고도'도 재미납니다.

 

진도 세방낙조, 인근의 섬들을 신재효 <가루지기타령>과 함께 유람하는 것도 여행 재미를 배가시키는 길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진도, #세방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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