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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택 인선ENT 회장이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방 붕괴 사고와 관련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오종택 인선ENT 회장이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방 붕괴 사고와 관련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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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매립지 제방 붕괴 사고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사실일 경우 특정 기업을 비호하기 위해 국정원이 직권을 남용한 것이며, 이는 국정원법 위반이다.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책임을 둘러싸고 포스코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는 오종택 인선ENT(주) 회장은 19일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포스코와 싸우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영산강유역환경청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오종택 회장은 "열흘 전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이같이 폭로했다.

앞서 원혜영·김상희·김재윤 의원 등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에서 정회석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이 이만의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한 자료를 공개하면서 "동호안 매립지 제방 붕괴 사건에 국정원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제철소 제방 붕괴 사고에 국정원 개입?... 과거 공안통치 생각나"

김상희·김재윤 의원 등 국회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9일 국정감사에서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국정원에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방 붕괴 사고와 관련 일일보고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김상희·김재윤 의원 등 국회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9일 국정감사에서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국정원에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방 붕괴 사고와 관련 일일보고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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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택 인선ENT 회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이번 사고와 관련해) 논의한 적이 있느냐"는 김재윤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제 가슴이 아직까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며 "20일 전부터 국정원이 저를 뒷조사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가 10일 전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 회장은 이어 "그 직원은 나에게 뭘 물어본 게 아니라, 이렇게 얘기하더라"며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포스코와 싸우느냐. (국정원) 내부 상황이 상당히 안 좋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재윤 의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사실이냐"고 반문하자, 오 회장은 "그 사람 핸드폰 번호가 제 핸드폰에 저장돼 있다"며 "광양시에 있는 모 인사가 저희(인선ENT) 편이라는 이유로 국정원으로부터 뒷조사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자신이 통화한 국정원 직원이 서울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고향 후배이긴 한데, 평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 적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김재윤 의원은 "국정원 직원이 직접 전화를 한 것은 명백한 국정원법 위반"이라며 "위원회에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도 "국정원의 조직 목적에서 한참 벗어난다. 과거 공안통치가 생각난다"며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작년 국감 때도 이 지역에서 똑같은 지적... 의도가 뭔가?"

김상희 의원 등이 공개한 <장관님 보고자료>라는 제목의 문건은 총 6매 분량으로,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8월 26일 작성됐다. 계장·과장·국장의 결재 사인을 받았으며, 매립지 현황이나 사고 내용, 그간 조치 내역 등이 담겨 있다.

문제는 '그간 조치 내역' 항목에 "매일 일일 상황을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국정원 광주지부에 보고"라고 기록 돼 있는 것이다.

김상희 의원은 "광양제철소 동호안 붕괴 사고 관련해서 영산강청이 국정원 광주지부에 일일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동안 침출수 문제, 제방 안전 문제에 대한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사고가 터지자마자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국정원에 보고하는 것이 환경청의 본연의 임무냐"고 질타했다.

김재윤 의원은 "국정원에 일일 보고하는 것은 국가정보원이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만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가정보원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국정원이 국정 전반에 개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정회석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이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정회석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이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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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회석 청장은 "중대 사안이 발생하면 국정원이나 검찰, 경찰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안의 심각성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인식을 드러냈다. 문서 작성자인 김승환 영산강환경청 관리과장도 "상부 기구인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에 보고를 하면서 국정원에 혼용돼 잘못 쓴 것 같다"고 했다가, "붕괴 사고가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자발적으로 보고했다"고 말을 바꾸는 등 우왕좌왕 했다.

그러자 김재윤 의원 등 야당은 "환경부 종합감사 때 국정원 광주지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한나라당이 반대하면서 저녁 늦게 국감이 정회되는 등 논란이 일었다.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에서는 국정원 얘기만 나오면 과도하게 꼬투리를 잡는데, 그럼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을 없애지, 그랬느냐"고 꼬집은 뒤, "붕괴·폭파 사고 등이 나면 간첩이 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국정원에서는 대테러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영산강환경청을 옹호했다.

이에 대해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가 도대체 안보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냐"며 "대테러 등은 구분을 명확하게 해야지, 일반적인 사안을 가지고 대테러로 연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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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환노위원장도 "포스코와 폐기물 매립업체가 (붕괴 사고 책임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하고 있는데, 국가 권력이 함부로 개입하면 또 다른 소요가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업무범위를 벗어나서 지방청이 국정원에 자발적인 업무보고를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추 위원장은 또 "국정원이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실이냐"며 "정작 이번 사고를 총리실에는 보고했느냐"고 정회석 청장에게 추궁했다. 그러나 정 청장은 "보고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결국 한나라당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영산강환경청의 잘못을 지적했다.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의 말에 일리가 있다. 붕괴 사고에 문제 있다고 교감 차원에서 얘기 할 수는 있지만 공문에 넣는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작년 국감 때도 이 지역에서 똑같은 지적이 있었는데, 다시 한 번 국정원과 관련해서 이런 얘기가 나오면 의도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질책했다.

지난 8월23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이 무너지면서 도로가 해안쪽으로 4m정도 밀려났고, 지진이 난 듯 도로 곳곳이 뒤틀리거나 파손됐다.
 지난 8월23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이 무너지면서 도로가 해안쪽으로 4m정도 밀려났고, 지진이 난 듯 도로 곳곳이 뒤틀리거나 파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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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19일 오후 2시 5분]

환노위,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붕괴 현장 시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 현장을 시찰했다. 정회석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이 추미애 위원장을 비롯한 환노위 소속 의원들에게 사고 현황을 브리핑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 현장을 시찰했다. 정회석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이 추미애 위원장을 비롯한 환노위 소속 의원들에게 사고 현황을 브리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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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바닥으로 물이 흐르네?"
"이거 아주 문제가 심각하구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1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측 호안(침식 방지를 위해 만든 구조물) 제방도로. 추미애 위원장을 비롯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10여 명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탄성을 내질렀다. 의원들이 밟고 있는 제방도로 곳곳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흉측하게 광양만을 향해 갈라져 있었다. 특히 갈라진 도로 틈새로 광양제철소 동호안 매립지에서 나오는 유출수가 흐르는 것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지난 8월 23일 동호안 매립지 제방 내에 위치한 인선ENT(주) 산업폐기물 4단계 매립장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매립장과 맞닿아 있는 300m에 이르는 제방도로가 바다 방향으로 4m 가량 밀려나면서 파괴됐고, 매립장에서 나오는 침출수가 수일간 바다로 흘러나가는 최악의 환경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50여 일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포스코와 인선ENT는 서로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환노위는 이날 영산강유역환경청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의 일환으로 사고 현장을 시찰했다. 사고 현장 앞 광양만에는 오탁수방지막과 가물막이가 설치 돼 있고, 하루에 700~1000톤 분량의 누출수를 퍼 올리는 등 오염 방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21세기 녹생성장 얘기하면서... 거꾸로 가고 있다"

정회석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현장을 방문한 의원들에게 사고 현황을 브리핑 한 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고, 결과는 12월에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은 또 "가물막이가 앞으로 밀려드는 현상을 보이는 등 추가 유출 가능성이 있어 가물막이를 추가 설치하고 펌핑(물을 퍼 올리는)모터의 용량을 확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추미애 위원장은 "21세기 녹색성장을 얘기하면서 이런 사고가 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며 "(제방이) 이렇게 부실하게 만들어져 있는데도, 관리 책임이 있는 환경청은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고 질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 현장을 방문, 갈라진 도로 틈새로 동호안 유출수가 흐르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 현장을 방문, 갈라진 도로 틈새로 동호안 유출수가 흐르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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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갈라진 도로 틈새로 구멍이 보이는 등 포스코가 만든 제방도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도로 전체가 불법 도로라는 말도 있다"고 말해, 포스코 측의 책임에 힘을 실었다. 김 의원은 또 "(동호안은) 바다를 오염시키기 위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미 예고되어진 환경 대재앙"이라고 성토했다.

같은 당의 김상희 의원도 "동호안 제방 전체가 다 부실한 것 아니냐"며 "제방 곳곳에 균열이 가고 있는데, 이것이 무너지면 엄청난 환경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미애 위원장과 의원들이 붕괴 사고 현장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조뇌하 광양제철소장과 오종택 인선ENT 회장이 서로의 책임이 아니라며 설전을 펴기도 했다. 여기에 현장에 나온 광양지역 환경시민단체 회원들도 가세했다.

허성채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광양지회 사무국장은 "동호안 제방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부실하게 만들어졌고,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의원들도 제방에서 유출수가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사무국장은 또 "전체적으로 연약지반인데도 산업폐기물을 매립했고, 현재도 붕괴가 진행 중"이라며 "그런데도 포스코와 인선ENT는 책임 공방만을 벌이며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물을 퍼 올리는 등 응급조치가 늦어져서 피해가 컸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위원장이 정회석 청장에게 "왜 사고 발생 직후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정 청장은 "붕괴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가 의원들로부터 힐난을 받기도 했다.

"인선이든, 춘향이든, 향단이든... 제방 튼튼하게 쌓았어야"

추 위원장은 특히 "인선ENT의 폐기물 적재량에 문제가 있다"는 조뇌하 광양제철소장을 상대로 "연약지반에 제방을 만들 때는 사전에 그런 점을 감안해서 튼튼하게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 소장이 "20년 전 제방을 만들 때 인선ENT의 폐기물 매립장이 생길지 몰랐다"고 해명하자, 추 위원장은 "인선이든, 춘향이든, 향단이든 간에 슬래그 매립 목적으로 동호안을 만들고 제방을 쌓았다면 슬래그 매립에 따른 압력에 버틸 수 있도록 제방을 튼튼하게 쌓았어야 했다"고 질책했다.

김상희 의원도 "붕괴 사고의 원인이 100% 인선ENT에 있다고 하더라도 동호안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책임은 포스코에게 있다"고 가세했다.

광양지역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은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방 붕괴 사고 현장 시찰에 맞춰, 피해 대책과 재발 방치를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광양지역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은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방 붕괴 사고 현장 시찰에 맞춰, 피해 대책과 재발 방치를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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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환노위 의원들이 붕괴 사고 현장을 방문하기 앞서 광양지역 환경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동호안 제방도로를 행진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동호안 전체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 "광양제철소는 사고를 발생시킨 원인 제공자로서 광양만 시민들에게 사과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이들은 "국정감사에 임하는 해당 기업은 그간 자행해온 소리 없이 환경을 죽이는 반환경적 기업경영 이념을 반성하고, 동호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로 당장 응급복구에 나서야 한다"며 "동호안의 관리감독권, 허가권을 갖고 있는 영산강유역환경청, 전남도청, 광양시청도 기업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한 자세에서 벗어나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주장했다.


태그:#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도로 붕괴 사고, #국정감사, #영산강유역환경청, #환경노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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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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