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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레를 하겠다고 하니 '그 나이에 무슨 발레를 하려고 할까?'하면서 가족들이 모두 깜짝 놀랐죠. 가족들의 불신감을 잠재우고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답니다."

올해 45살인 고경희씨는 한 달 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발레 수업을 듣고 있다. 물론 처음엔 가족들 반대도 있었지만, 고씨의 도전욕구를 꺾을 순 없었다. 아직 한 달 밖에 안 돼 잘 모르겠지만, "매일 아침에 운동을 하고 나면 상쾌한 기분도 들고 하루의 시작이 신이난"다고. 고씨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가족들의 반응도 많이 달라졌다. 가족들도 지금은 고씨의 열정에 감동하며 "오늘은 어떤 동작을 배웠느냐"며 매일 매일 체크를 할 정도라고 한다. 

일주일에 3번 수업을 듣는 변진희(37)씨도 고경희씨처럼 한 달 전에 발레학원을 찾았다. 몸매관리를 위해 발레를 시작하게 됐다는 변씨는 "발레를 시작한 뒤 자세가 많이 좋아졌다"며 "키도 커진 것 같고, 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날씬해진 것 같아 하루 하루가 즐겁고 살맛난다"고 말했다. 사실 변씨도 처음 시작할 땐 "나이 들어서 무슨 고생이냐"는 남편의 걱정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달라지는 변씨의 모습을 보며 남편도 이제 "열심히 하라"며 격려해 준다고.

하나, 둘~!... 나이 마흔에 무슨 발레냐고요?

발레 연습을 하는 주부들의 발이 아름답다.
 발레 연습을 하는 주부들의 발이 아름답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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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발레를 하고 있는 수강생들
 열심히 발레를 하고 있는 수강생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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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의 구령에 맞춰 열심히 동작을 따라 하는 수강생들.
 강사의 구령에 맞춰 열심히 동작을 따라 하는 수강생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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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주부들 사이에서 '발레'가 화제다. 사실 '발레'라고 하면 지금껏 어린아이들이나 젊은 여성들만 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런 고정관념이 깨지며 발레학원을 찾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9월14일 방영을 시작한 KBS 월화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에도 주인공인 장공심(황신혜 분)과 차도경(오연수 분)이 각각 전업주부를 꿈꿨지만 발레리나가 된 이와 발레리나가 꿈이었지만 전업주부가 된 이로 설정돼 등장한다.

지난 21일 오전에 찾은 신사동 '더발레아카데미'에서도 발레를 시작한 주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이곳을 찾기 전 '살림을 하는 아줌마들이 그렇지 뭐~ 발레를 한다고 해서 뭐 특별하겠어?'란 생각을 했다. 또 '주부답게 세월의 흔적인 배도 좀 나오지 않았겠어'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발레학원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내 예상은 와장창 깨졌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과 강사 구령에 맞춰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내 시야로 들어왔다. 아, 역시 발레리나는 달랐다. 강사의 몸동작을 따라 하는 그들의 손과 발은 부드러웠고 매끄러웠다. 동작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에서도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과 카메라에 담고 있으려니, 왜 '발레'하면 '백조'가 떠오르는지도 알게 됐다.

강사 정재화(27)씨의 조용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구령에 맞춰 힘든 과정들을 말없이 땀 흐리며 열심히 따라하는 그녀들을 보면서 앞서 조금 '거친' 상상을 했던 내 자신이 조금 무색해졌다.

"발레하느라 산후우울증 느낄 시간도 없었어요"

스트레칭 수업을 받고 있는 수강생들
 스트레칭 수업을 받고 있는 수강생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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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두번째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송유미씨씨도 발레를 시작한 지 5개월째라고 한다.
 왼쪽 두번째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송유미씨씨도 발레를 시작한 지 5개월째라고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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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 수업을 받고 있는 수강생들.
 스트레칭 수업을 받고 있는 수강생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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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발레아카데미'에는 19개반의 성인반이 있다. 한 반의 정원은 10명. 발레 수업은 1시간30분 동안 진행되는데, 앞에 한 시간 동안은 발레 수업을 하고 뒤에 30분은 스트레칭 수업을 한다. 이날 내가 만난 주부들은 레벨 2를 배우는 주부들이었는데, 30대~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최은영 더발레아카데미 원장에게 이날 수업이 어떤 과정인지 살짝 들어봤다. 최 원장은 "레벨 2는 바가노바 메소드를 처음 접하는 기초 단계로 기본 포지션을 익히는 과정이고, 다양한 자기표현을 하기 위한 밑바탕을 마련하게 되는 동작들"이라며 "(이때)정확한 기본기를 습득함으로써 보다 올바른 자세를 갖게 된다, 오늘 수강생들은 3~4개월 이상 수업을 받은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강사의 구령에 맞춰 동작들을 빠트리지 않고 부지런히 따라 하는 이재인(34)씨가 발레를 시작한 지는 5개월, 본인은 쌍둥이 엄마라고 하는데 몸매를 보니 믿기지가 않았다.

"나에겐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다. 허벅지가 다른 사람보다 굵다. 좀 창피하지만 하체 비만이다. 발레를 시작한 뒤엔 허벅지 살도 빠지고 엉덩이 살도 빠졌다. 날씬해진 몸매를 보고 남편이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 쌍둥이 낳고 흐트러진 몸매도 바로 잡아진 것 같고 자세교정도 됐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 출산 후 우울증이 생긴다고 하던데, 발레 연습하느라 우울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이씨와 함께 수업을 들은 결혼 1년차 송유미(28)씨도 발레를 시작한 지 5개월이 됐다. "나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이 없을까" 궁리하던 차에 우연히 인터넷 검색으로 '발레'를 찾았다고 한다. 송씨는 "발레를 시작하고 나서 건강도 좋아졌고 남편도 내 밝아진 모습을 보면서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레가 적성에 잘 맞고 즐거울 뿐만 아니라 (발레를 시작한 뒤부터) 모든 생활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엄마, 주부, 아줌마. 많은 주부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자식들, 남편들에 치여 자신을 가꾸는 데 힘쓰지 못하는 대한민국 모든 주부, 엄마들이여~ 이제 활동적인 취미생활로 나 자신도 가꾸자. 엄마가, 혹은 아내가 행복해야 가정도, 남편도, 아이도 행복해진다.


태그:#발레, #스트레칭,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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