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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를 산 채로 믹서기에 갈아버리는 충격적인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동물사랑실천 협회의 고소로 경찰은 동영상 게시자를 잡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네티즌들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경악하고 있다.

이러한 동물 학대 동영상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에는 살아있는 돼지를 능지처참한 동영상이 논란이 되었고, 몇 달 전에는 고양이를 진돗개 우리 안에 던져 물려죽게 한 동영상을 올린 사람이 동물 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우리가 동물 학대 동영상에 매번 이같이 분노하는 이유는 죄 없는 생명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이 옳지 못한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믹서기 안에서 산 채로 죽임을 당한 햄스터에 대한 연민과 같은 마음으로 오늘 우리의 밥상 위에 올라온 그것이 살았던 짧디 짧은 인생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관련 : 호주 도축장의 실태동영상>

미국 축산업계의 잔혹한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 게일 A.아이스니츠의 <도살장> 미국 축산업계의 잔혹한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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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가축들이 도축되는 과정은 햄스터 동영상에 맞먹을 만큼 매우 잔인하다. 게일 A.아이스니츠의 <도살장>은 미국 축산업계의 참혹한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내용에 따르면 소와 돼지들은 살아있는 채로 껍질이 벗겨지고 몸이 갈라진다. 이는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도축을 감행하다 보니 벌어지는 말 그대로 동물학대, 생명 살상행위이다. 업자도 산 채로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는 가축을 칼로 도축해야 하는 일이 괴롭다. 그러나 오늘의 목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단다. 닭, 오리등 가금류와 같이 인간과 생물유전학적인 관계가 멀어질수록 그 처우는 심해진다. 오늘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먹은 스테이크, 삼겹살, 치킨은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의 식탁위로 올라온다.

그렇다면 모두가 육식을 중단하고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고기를 먹고 안 먹고의 문제는 개인의 기호이고 선택이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도 강요할 순 없다. 닭이 벌레를 잡아먹고, 소는 풀을 뜯고, 인간이 고기를 먹는 것은 먹이사슬에 따른 자연의 순리이다.

문제의 핵심은 고기를 먹는 것 자체가 아니라 고기를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에서는 매 초당 닭 287마리, 돼지3.68마리, 소 1.12마리 (USDA NASS live stock slaughter 2008 summary)가 도축되고 있다. 일 년 치로 합산하면 미국에서만 연간 200억 마리에 달하는 동물들이 단지 인간의 식탐을 채우기 위해 비윤리적으로 길러지고 도축되고 있다. 윤리적, 위생적 도축에 관한 법적 기준이 있지만 수요가 워낙 많다보니, 축산업자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도축에 관한 법과 규제를 무시하게 된다. 초원의 사자도 최소한 물소의 숨통을 끊어 놓은 뒤에야 먹는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이성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인간은 탐식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대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이러한 실상을 잘 모르고 있고, 설령 알더라도 끔찍하다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또 고기 먹는 것은 절대 포기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만 한다. 그러나 이것은 앞서 햄스터 동영상에 분노한 우리의 자세가 아니다. 우리가 햄스터에 연민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 작은 생명이 느낄 공포와 고통을 진정 이해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존재로서 옳지 못한 일을 인지했을 때는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생명이 아닌 생산품 취급을 받고 있는 가축들을 도울 수 있는 힘은 우리들에게 있다. 시장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소비자들의 선택이다. 최근 참살이 열풍으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윤리적,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고기, 달걀, 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시장에서는 올바르게 생산된 제품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이 비윤리적 도축 행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개선 촉구의 목소리를 높인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하루 고기를 한 번만 덜 소비하는 일이다. 채식주의자 한명이 평생 고기를 먹지 않는 것보다, 일반 사람들 모두가 하루 한 끼 고기를 덜 먹는 것이 지상 위 끔찍한 학살을 멈추는, 생명윤리 실현책이 될 것이다.


태그:#생명윤리, #햄스터 믹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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