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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변화하면 콘텐츠도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 바뀐 것은 무엇이고, 바뀔 것은 또 무엇일까
 미디어가 변화하면 콘텐츠도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 바뀐 것은 무엇이고, 바뀔 것은 또 무엇일까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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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음반시장은 무너졌다. 그것도 철저히 무너졌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에 대한 논쟁은 언론과 미디어에서 상당히 주요한 토론 주제로 다뤄졌다. 패널로 참석한 사람들 중에 흔히 말하는 '산업'과 구분되는 주체인 뮤지션, 평론가 혹은 대중들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묻혀 있긴 했지만, 돌이켜 보면 그래도 그들은 꽤 많은 얘기를 다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은 그때 TV나 각종 지면을 통해, 대학을 중퇴한 18세의 숀 패닝(Shawn Fanning)이 냅스터(Napster)를 만든 후에 감내했던 여러 비난을 불법 공유자들에게 똑같이 가했고, 지금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찬란한 과거를 회상하며 참담한 음반시장에 한숨을 더했다.

그랬다. 그들은 음반시장은 무너졌다 했다. 그리고 다른 국가에 비해 대중문화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특히 그 타격이 가히 결정적이라 한탄했다. 정말이다. 그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곧 무지한 대중들 때문에 한국의 음악시장은 붕괴되어 완전히 사라질 거라 예언했다. 불투명한 수익구조를 야기했던 과거 몇몇 레코드사에 대한 비판이나, 표절, 지나친 상업주의에 몰입된 기획사 그리고 다 같이 고민해야 할 저작권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그렇게 배제한 채 말이다.

'시장'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음반시장과 저작권의 개념을 바꿔버린 '냅스터'
 음반시장과 저작권의 개념을 바꿔버린 '냅스터'
ⓒ 마이크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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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음악시장에는 어떤 상황이 일어나고 발생했는가.

일단 알다시피 우선 국내 '소리바다'와 같은 P2P 사이트들이 합법적인 유료 사이트로 변모하여 아이폰(iPhone) 관련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하루만에 5천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이끌어 내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10억 달러라는 금액의 제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각했던 과거의 냅스터도 끝내 사라진 판에, 국내의 P2P가 존재할 이유는 완전히 소멸된 대신 시장의 변화에 발 맞춰 진화해 나간 것이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유료 다운로드 음원 사이트들과 같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음원시장도 그런 차원에서 점점 자생하여 이제는 보편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는 벨소리 차트(Hot Ringtones)가 추가되고 영국의 라디오 헤드(Radiohead)는 그들의 신보인 <In Rainbows>를 발표하며 소비자가 직접 음악의 값을 매기는 소비자 가격 책정 형식(pay-what-you-want format)이라는 혁신적인 판매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음악시장은 이렇게 아이팟(iPod)을 위시한 새로운 기기, 미디어의 등장 이후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싸이월드'에서 팔던 BGM 음원들은 1년 6개월 만에 4억 곡을 팔아치웠고, 각종 블로그나 벨소리, 통화 연결음 등과 같은 음원판매량까지 합친다면 그 집계마저 모호할 정도로 상당히 큰 시장이 형성됐다.

그러는 사이 원스탑(one-stop)가게들은 실제로 직격탄을 맞았다. 2006년 10월 미국의 타워 레코드는 완전히 사업을 정리했고 국내에도 온라인 매장을 제외한 오프라인 매장들은 몇몇 마니아 위주의 독립 소매점 형태로 돌아가기 시작하거나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대로 문을 닫는 비극을 경험해야 했다. 얼마 전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수상해서 화제가 되었던, 제4회 에이 어워즈(A-Awards)의 수상자 중에 한명이 강남의 클래식 전문매장 '풍월당'의 박종호씨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대중'들의 인식변화

그 사이 대중들은 조금 생뚱맞게 '코뮌주의'에 대해 역설한다. 디즈니, 타임워너, 비아콤, 뉴스코프, 제너럴 일렉트릭, BMG가 독식하는 90퍼센트 이상의 미국의 미디어 주식에 대해 대중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각종 로비와 뒷거래로 그들이 지배하는 문화독점을 단호히 거부하며, 대중 스스로의 창조적 문화 활동을 위해서 이 모든 문화 창작물은 묶이지 않고 풀어져야 함을 주장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인터넷이 존재한다.

그들은 음악을 시장이 아닌 사용자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결국 음악의 저작권이란 것이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제약적인가를 판단하는 데 그 인식이 모여지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는 음악을 듣는 자, 만드는 자의 간격이 점차 허물어져 갈수록, 또한 유투브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이 발전되어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그러한 급진적인 세력과는 반대로 변화된 시장을 수용하는 대중들은 또 그 나름의 적응을 고수하고 있다. 음원시장의 발달이 공급자의 마케팅보다는 수용자들의 자발적이고도 발 빠른 수용에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면, 현재 형성된 음원시장의 가장 큰 공로는 바로 그 새로운 미디어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에 성공한 대중, 바로 그들이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미디어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여 취향의 몰입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발적인 수용자들을 양산하여 각종 공연문화를 앞당기는 데도 일조했다. 과거 방 안에서만 듣는 음악이 아닌, 찾아서 듣는 음악의 개념이 넓게 확산되고 홍대 인디씬을 비롯한 인디레이블 시장의 성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진화의 또 다른 형태인 중간을 차단한 직접적 교환이다.

이처럼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듣는 사람, 그리고 '소리'의 일종인 음악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과정이 진화될 뿐이라는 것을 대중은 증명한다.

그렇다면 거대 미디어 회사는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가

상황은 이렇게 급변했다. 앞서 말했듯 시장이 변화했고, 산업이 변화했으며 대중 혹은 뮤지션들이 변화했다. 그렇다면 그것을 공급하고 유통하며 저작권을 누리고 있는 거대 미디어 회사들은 변화에 얼마나 적응했는가.

안타깝게도 자본력을 앞세운 SK, KTF, CJ 등 대기업 계열의 대형 음반유통사 내지 이들이 소유한 온라인 음악사이트들은 현재 시장자체를 독점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 변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우리는 작년 2009년에 SKT 계열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 KTF뮤직(도시락·뮤즈), LGT(뮤직온), M.net, 네오위즈 벅스 등 대형 음반유통사와 온라인 음악 사이트, 그리고 3대 메이저 직배사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코리아가 가격담합 혐의 등으로 공정위에 고발당했던 기억을 잊지 않는다.

국내의 아이폰 도입 이후에도 아이튠즈 스토어 서비스가 개선되고 있지 않는 이유가 애플과 KT가 음원 경쟁에서 상충되는 영업 분야가 존재해서 그렇지 않느냐 하는 의견이 힘을 싣는 이유도 이러한 전례 때문이다.

대중은 이 새로운 뉴미디어 시대의 음원시장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시장은 이러한 힘으로 말미암아 계속해서 진보한다. 그럼 이제 이쯤에서 과거 음반시장 붕괴를 걱정하고, 그 붕괴의 원흉이 대중에게 있다고 말하던 그들. 지금도 자기반성 대신 불법 음원 다운로드 근절 즉 '불끈 운동' 캠페인만을 벌이며 무지한 대중들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데 여념이 없는 그들에게 되묻는다. 음원시장 발달과 수익구조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이제 과연 누구냐고 말이다. 

미디어와 기술은 진보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음악은 소리 그 자체로 존재하기에 그러한 변화에 발맞추어야 하는 대상은, 그것을 투명하게 이끌어 가야할 권력을 지닌 대형 자본이다. 만일 이 이후에도 음악시장이 다시 한 번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면 그때 따져야 할 잘잘못은 결국 힘을 가진 그들이 감내해야 할 짐임을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동안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거나 막으려 하는 자는 결국 도태된다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하지 않았던가.

이제 음악시장에서 실패를 책임지고 비난 받아야 할 대상은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이렇게 이전 된 것이다.


태그:#음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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