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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는 예수가 없다〉
▲ 책겉그림 〈이스라엘에는 예수가 없다〉
ⓒ 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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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땅에는 유대교와 이슬람 그리고 예수로부터 태동된 기독교가 어우러져 있다. 그렇지만 그 땅엔 예수가 없다고 한다. 2002년 월드컵 때 내가 이스라엘을 밟았을 때도 그랬다. 그곳에는 예수가 자라고 활동한 그 자취의 의미는 남아 있었지만, 자취의 흔적은 없었다. 있다면 오직 세계 각국으로부터 몰려오는 성지 순례단을 맞이할 상업적인 예수였다.

유대인들은 왜 예수를 싫어할까? 김종철이 쓴 <이스라엘에는 예수가 없다>는 성경 역사와 일반 역사를 중심으로 그 이유를 몇 가지 밝혀주고 있다. 우선, 성경에 들어 있는 내용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나사렛 촌놈인 예수는 유대사회의 법과 질서와 문화를 어지럽힌 이단아였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그를 싫어했다.

성경 밖에서 벌어진 일반 역사에 관해서는 세 가지를 밝혀주고 있다. 서기 70년 로마의 티투스 장군이 이끄는 군대가 쳐들어왔을 때 바리새파, 사두개파, 엣세네파 그리고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 나사렛파가 있었는데, 나사렛파만이 그 대항에서 도망쳐 요르단 땅에 있는 페트라로 옮겨갔다고 한다.

이유인즉 예수께서 태복음 24장을 통해,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 서 있는 것을 보면 산으로 도망치라고 했는데, 그들은 그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선택했다고 한다. 그 뒤 서기 135년 유대인 저항 단체 지도자인 '바르 코크바'가 독립운동을 일으켰고, 그때 많은 유대 청년들은 바르 코크바가 유대 민족의 메시아임을 믿고 따랐는데, 예수만을 메시아로 인정했던 나사렛파 청년들은 그 전투 대열에서 이탈해 버렸다고 한다. 그 때문에 많은 유대 후예들은 나사렛파를 민족의 반역자로 낙인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슬람교도에 의해 636년 점령당한 이스라엘 땅을 십자군들이 결성하여 1096년에 다시금 탈환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진격해 들어왔는데, 그때 십자군은 모슬렘을 쫓아낸 게 아니라 예루살렘 내에 있는 유대인들을 회당에 몰아넣고 불을 질러 태워 죽였다고 한다. 이른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유대인들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에서 행한 짓이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그 일들은 나사렛파 사람들의 어리석은 선택이 낳은 결과이지 싶다. 그때 예수께서 산으로 올라가라는 한 것은 기도와 믿음의 산이었는데, 그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엉뚱한 선택을 했으니 얼마나 무지몽매한 짓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도 우리나라의 기독교계에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 또한 얼마나 엉뚱한 집단인지 알 수 있다.

더욱이 피가 피를 부르고, 보복이 보복을 낳는다 하는데, 십자군들이 유대인들을 태워 죽이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아울러 히틀러가 150만 명의 어린아이들을 무참히 죽일 때에 교황청에서 한 마디만 거들어줬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지금쯤은 유대인들은 예수와 기독교를 잠잠히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사랑도 미움도 모두 나에게서 난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하는 진리이지 싶다.

그렇다면 유대인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2008년 이스라엘의 통계청에 발표한 이스라엘 인구는 724만 명에 지나지 않는단다. 그런데도 2009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 브러더스는 유대인 형제가 만든 회사요, 버락 오바마가 몸담고 있는 민주당은 명실상부한 유대인 정당이고, 뉴욕의 다이아몬드 클럽에 있는 2천여 명의 회원 중 90%가 유대인들이고, 노벨상 수상자의 30%가 또 유대인들이라고 하니, 그만큼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이들이 유대인임을 알 수 있다.

김종철은 그들이 갖고 있는 힘의 근원을 몇 가지로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모두 가정교육과 자립경제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른바 유대 아이들은 13세가 되기까지 모든 교육을 가정의 아버지 밑에서 배우는데, 아버지는 아이들이 잠들기 전과 잠에서 깰 때면 어김없이 성경을 읽어주고, 또 아이들로 하여금 토라를 머리와 가슴과 삶에 새기도록 한단다. 특별히 아버지를 중심으로 하는 식사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길며, 또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한 교육의 장이 된다고 한다.

"유대인의 시간관념으로 보면 하루의 일과가 저녁에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처럼 아침 식탁에 둘러앉기보다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다른 종교나 가정에서처럼 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도 크지 않다. 세대 차이가 없는 종교는 전 세계에서 유대교가 유일하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식사 시간은 그들에게 또 하나의 예식이자 교육의 시간이다. 대화의 시간이고 화해의 시간이기도 하다."(149쪽)

유대 아이들은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거행한다고 하는데, 그 행사는 우리의 성년식과는 약간 다르다고 한다. 성인식에 참석하는 아이들은 그 무엇보다도 토라를 외워야하고, 그 테스트를 거친 뒤에는 자신이 읽은 성경에 대해 짧은 설교를 행한다고 하는데, 그를 위해 1년 동안 준비한다고 한다. 아울러 그 행사 때에는 부모들이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시계를 선물하기도 하고, 혼자서 드넓은 세상을 엿볼 수 있도록 여행권을 선물한다고 한다.

아울러 그날은 정말로 많은 축의금이 들어온다는데, 적게는 3천 만 원 많게는 5천 만 원 가량 들어온다고 한다. 부모들은 그 돈을 주식에 투자하든, 은행 이자를 맛보게 하든 자유를 주지만, 되도록 10년 후에 더 많은 주식과 또 다른 사업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일러준다고 한다. 물론 그 선택은 전적으로 그 아이의 몫에 따른다고 하니, 그만큼 자립경제의 근원을 키워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스라엘에는 예수가 없다 - 유대인의 힘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김종철 지음, 리수(2010)


태그:#이스라엘 , #유대교, #예수, #가정교육, #자립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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