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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는 제왕적 총재를 모시고 두 번의 대선에서 패했다, 측근들은 모두 '예스'만 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세종시 3차 총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비판하면서 말이다.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정무부시장을 지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친이계 핵심이다. 그러니 이명박 대통령이 '백년대계'를 위해 양심상 세종시 원안을 도저히 추진할 수 없어 수정안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원칙'과 '신뢰', '지역균형발전' 운운하면서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전 대표과 박 전 대표 말 한 마디에 꼼짝하지 못하는 친박계가 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친박계만 '예스맨'일까? 친이계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과 정책이 나라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때 "아닙니다"라고 한 적이 있는가. 25일로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이다.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 "최대 성과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자평하면서 "OECD 국가 중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고, G20정상회담을 개최, UAE 원전수주" 따위를 자랑했다. 아마 정두언 의원도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 지난 2년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말하는 자유와 모이는 자유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완전개방부터 세종시 수정안까지 대통령이 판단하고, 발언하면 정부는 밀어붙였다. 촛불은 탄압받았고, 언론악법은 처리까지 민주질서를 위협했다. 선생님들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시국선언을 하자 해임 또는 파면했다.

 

환경파괴와 문화재 훼손이 뻔한데도 4대강 살리기라면서 수십조원을 들여가면서 삽질을 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부자들은 감세하면서 복지예산은 줄어들어-정부는 복지예산이 확대되었다고 주장-서민들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일제고사때문에 같이 뒹굴면서 뛰어놀아야 하지만 동무를 이기지 않으면 내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적자생존을 어릴 때부터 배우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를 "불신(不信)-불안(不安)-불통(不通)-불법(不法)의 '4불(不)' 정부"였다고 규정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이명박 정부 2년을 "끔찍한 퇴행의 시대"라고 했다. 물론 정두언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4불 정부와 끔찍한 퇴행의 시대라고 규정한 것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규정에 동의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왜 이런 판단을 받을까? 이명박 대통령 말 한마디에 "알겠습니다"라며 순종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 말 한마디에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충실하게 따랐다. 일방통행도 이런 일방통행이 없다. 1987년 6·10항쟁 이후 무너졌던 권위주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 것이다. 정두언 의원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까지 끌어들여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왕적'이라고 비판했지만 진짜 제왕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인 것이다.

 

심지어 친이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 대표인 안경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정의"라고까지 치켜세웠다. 아무리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것도 좋지만 이 정도면 저 북녘 땅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후불제민주주의>에서 유신헌법을 만든 이들을 '양복 입은 침팬지'라며 "그들은 헌법과 법률의 이름으로 민주공화국을 모욕하며, 국민이 낸 돈과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국민의 주권을 박탈하는 데 가담한다. 지식은 있으나 지성과 양식은 없고 두뇌는 명석하나 심성은 혼탁한, 이 '양복 입은 침팬지'들이 사라져야 대한민국은 비로서 온전한 민주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섬뜩했다. 나 자신이 '양복 입은 침팬지'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양복 입은 침팬지인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위협받고 있는데도 제대로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양복 입은 침팬지'가 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 2년에 대한 평가는 소속과 입장에 따라 극과 극이다. 두 평가가 100%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권위주의 시대로 다시 돌아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제왕적'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제왕적인 대통령은 아닌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태그:#이명박, #정두언,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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