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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우(驟雨:소나기)가 쓸고간 대황강(보성강) 골짜기마다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내린다. 아직은 서쪽 하늘이 훤한 이른 초저녁, 하나 둘 모여든 사람들이 열셋 평 남짓 도서관 방안을 빙 둘러 앉는다. 멀리 구례군 토지면에서 오신 50대 부부부터 아빠 손을 잡고 밤마실 나온 다섯살배기 어린아이까지, 모두들 반가운 얼굴이다.

 

전남 곡성군 죽곡면 태평리 죽곡농민열린도서관(관장 김재형)이 여름 농한기를 맞아 '농민과 나'라는 주제로 마련한 농민인문학강좌 두번째 자리. 7월 2일(금) 두번째 이야기는 생명평화실천 운동가이자 불교 인드라망 대표이신 지리산 실상사 도법 스님께서 '마을이 희망이다. 마을에서 희망의 길을 찾는다'라는 주제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날  농업·농촌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을의 가치를  인식하고 마을 사람을 키워내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제시한 것은 '자기존재 가치'였다. 그는 "내가 살고 있는 현장,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가농업정책을 비롯한 환경적 조건 이외에 '자기존재 가치'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에 대한 가치'에 대한 확실한 인식과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그러한 삶이 이루어졌다면, 오늘날 농업·농촌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적 조건을 충분히 극복했을 수도 있다."

 

그는 "일찌기 국가도, 마을도, 개인도 마을 인재를 키우지 않은 결과"라고 하면서, 마을 인재(사람) 키우기 방법론으로 "대안 대학인 '마을대학'을 통해서 도시 젊은이들이 찾아 올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들이 농촌에서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개발해서 다양한 직업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이 곧 내 삶의 현장이다. 도시민들에 비하자면 생명의 조건이 월등히 우월하다. 인간의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농사를 짓고 사는 것이다. 농촌사회의 2차적 조건들은 부수적인 요건들이다."

 

 앞으로 강의 일정

7월 09일(금) 오후 6시 지역구 국회의원 민주당 김효석 의원

7월 16일(금) 오후 7시 곡성민사협 박종채 상임대표

7월 23일(금) 오후 7시 '풍경소리'발행인 김민해 순천평화학교 교장

7월 30일(금) 오후 7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

 

죽곡농민열린도서관 (061-363-1350)

그는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궁극적인 해결책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없으면 마을도 없고 나라도 없다. 논 팔고 소 팔아서 가르친 사람들이 돌아와야 한다. 그 첫 단추는 여러분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존재가치'를 자각하는 것이다"며 상대적 박탈감이나 우월감으로부터 삶에 대한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자기혁신을 주문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강의와 토론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농업. 농촌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인식의 전환에 다 같이 공감하는 희망 가득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죽곡농민열린도서관카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문학 , #마을, #도서관, #농민,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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