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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여름휴가를 통해 유서 깊은 무안, 목포, 나주, 함평, 강진 등 남도지방의 문화를 만끽했다. 일주일간 직장에 여름휴가를 냈다. 팍팍한 도시생활을 잠시 접고 자연을 찾아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남도지방으로 정처없이 발길을 재촉했다.

 

지난 8일 오전 7시에 일어나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집에서 무작정 동서울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평소 절친한 친구와 함께 터미널 한식당에서 라면과 김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그리고 32도 폭염 속에 무정차버스를 타고 향한 곳이 전남 무안이었다. 무안은 친구의 고향이기에 평소 더욱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이날 탄 버스는 영광, 무안을 거쳐 진도로 가는 것이었다. 버스는 오전 9시 10분에 동서울을 출발했다. 운 좋게 운전석 바로 뒷좌석에 앉았다. 정면과 양옆의 광경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았다. 휴가철인데도 서해안고속도로는 한산했다. 바로 건너편 옆 좌석은 서울에서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는 한 남학생이 앉아 있었는데 방학을 맞아 영광에 있는 할머니 집에 내려가는 길이었다.

 

녹음이 우거진 산과 들판,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풍작을 기원하면서 열심히 벼농사 일을 하는 농부, 간간히 스쳐지나가는 하우스와 촌락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우리 강토가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처음 느낀 계기가 됐다. 금강(군산)과 동진강(부안)을 지나 출발 4시간여 만에 굴비로 유명한 영광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건너 편 좌석에 앉아 있던 학생이 살며시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그 아이는 차에서 내려 가방을 들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10분간 정차하는 틈을 타 소변을 보기 위해 나도 화장실로 향했다.

 

굴비의 생산지 법성포로 향하는 군내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곳에 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왜냐하면 몇 년 전 법성포 '굴비 일번지'라는 식당에서 통통한 굴비로 맛있게 식사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화장실에 다녀온 뒤 정류장 인근 가게에서 옥수수를 사, 곧바로 다시 버스에 올랐다. 벌써 10분이 지났는지 버스 기사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타자마자 기사는 출입문을 닫았다. 곧바로 운전대에 손을 얻고 다음 도착지인 무안읍을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국도를 통해 버스가 영광을 지나 10여 분이 지났을까 '함평'이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군사독재시절 사노맹(사회주의 노동자동맹)사건으로 구속된 노동자 시인인 박노해(박기평) 시인이 문득 생각났다. 그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노동의 새벽'이란 시는 당시 운동권 민중가요로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또 함평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나비축제와 자연생태공원 그리고 영화 학교였다. 정말 가고 싶은 곳이었다.

 

영양만점에 게르마늄이 풍부한 무안 갯벌낙지

 

영광에서 출발한 지 40여 분이 지나 무안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함께 갔던 친구의 가족 한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태어나 첫발을 내딛은 무안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오후 1시 50분경)이 지나 배가 고팠다. 주변은 무안 갯벌낙지 가게 광고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낙지 생각이 절로 났다. 가족의 안내로 무안 갯벌낙지를 먹기 위해 인근 '해진수산'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오후 2시였다. 식당 방에 켜놓은 텔레비전에서는 국무총리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특임장관 이재오 의원 등의 내정 소식을 전하는 개각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낙지 요리 종류도 다양했다. 세발낙지, 산 낙지, 낙지볶음, 낙지비빔밥, 낙지물회, 갈낙탕, 연포탕, 낙지호롱구이, 낙지초무침, 낙지당고 등이었다. 주문은 낙지초무침으로 통일했다. 약간 데친 낙지에 양파와 미나리, 거기에 식초가 어우러져 군침을 돌게 했다. 푸짐하게 나온 낙지초무침에 밥을 비비니 정말 꿀맛이었다. 원래 무안은 낙지, 양파가 유명한 곳이었다. 낙지가 들어간 조금 비싼 요리는 '시가'라고 쓰여 있었다. 낙지가 많이 잡히고 적게 잡힘에 따라 그때그때 가격의 변동이 있다는 말이었다.

 

낙지의 암놈과 수놈의 구별법이 궁금했다. 이날 식당 아주머니는 "낙지는 8개 다리가 있다. 그중 제일 짧은 다리에 암놈의 생식기가 있다. 없으면 수놈이다"라고 귀띔해줬다.

 

무안 갯벌낙지는 게르마늄이 풍부한 낙지로 소문나 있다. 근거로 붉은 빛의 일반낙지에 비해 무안낙지는 잿빛(잿빛갯벌낙지)이라는 것이다. 또 일반낙지가 뻣세고 질긴데 비해 여리고 부드럽다(고운 갯벌낙지). 일반낙지는 발이 짧은데 비해 발이 발달(깊은 갯벌낙지)돼 있고, 일반낙지가 쉽게 죽는 데 비해 생명력(게르마늄 갯벌낙지)이 질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안갯벌낙지는 향미가 있어 참좋은 갯벌낙지로도 불리고 있다.

 

또 하나 이곳 특산품인 세발낙지는 양질의 지방산과 철분, 칼슘, 우리 몸에 좋은 미네랄이 풍부한 완벽한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저칼로리, 저지방 등 건강식품이면서 비타민 B6, 판토텐산이 풍부해 유아 영양대사에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핵산이 풍부해 뇌세포 기능을 강화시켜 노화를 방지해 준다고 알려졌다. 특히 아미노산이 풍부해 간장기능을 강화시켜 준다는 것과 EPA(불포화지방산)가 풍부해 혈전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철분 비타민 B1, B2가 풍부해 빈혈 예방과 아미노산 함유량이 풍부해 양질의 단백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정설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인체 기능에 가장 중요한 뇌기능을 돕는 DHA성분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영양만점에 게르마늄이 풍부한 무안 초무침 갯벌낙지를 맛있게 먹었다. 식당에서 나오니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무안읍 중심가에 있는 '불무근린공원'으로 향했다. 잠시 소화도 시킬 겸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였다. 제법 공원은 아기자기하게 잘 조성돼 있었다. 3층 전망대를 중심으로 연못, 나무와 꽃, 잔디, 조각품 등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늘에는 인근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둑과 장기를 두면서 삼림욕을 즐기는 듯했다. 인공연못(호수)에는 폭염을 견디지 못한 아이들이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다. 호수가에 서있는 노란 바탕에 붉은 글씨의 푯말에 적힌 '연못에 들어가지 맙시다',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라는 경고문에도 불구, 아랑곳하지 않고 튜브를 가지고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볼거리를 제공했다. 왕왕거리는 매미소리가 신경을 건드렸지만 잘 정돈된 공원의 아름다움과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그늘에 앉아 대화를 하면서 아이스크림도 먹었고, 매미와 잠자리도 잡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늘사이로 간간히 불어오는 시원한 하늬바람은 구세주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동양 최대의 하얀 연꽃이 있는 무안 회산백련지

 

오후 4시가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았다. 이때쯤 친구 조카가 승용차를 몰고 공원으로 왔다. 마지막인 무안 연꽃축제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정식명칭은 '2010 무안 대한민국 연 산업축제(Korea Lotus Industry Festival in Muan)'였다. 지난 5일부터 시작해 이날(8일)이 마지막 날이었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전남 무안군 일로읍 회산백련지로 향했다. 곳곳에는 연 산업축제를 알리는 현수막과 깃발이 나부꼈다. 회산백련지로 가는 길에 '볼거리(연꽃)와 먹을거리(낙지)가 풍부한 황토 무안'이라고 쓴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현수막 문구 중 가장 무안을 잘 대변한 듯했다. 벼, 깨, 옥수수, 수수, 연꽃 등으로 가득한 들판은 온통 녹음이 넘실거렸다. 특히 모처럼 고개숙인 수수를 보니 어린 시절 시골(전남 고흥)에서 수수밥을 지어줬던 모친이 생각났다.

 

가는 도중 언뜻 분청사기 도요지라는 푯말이 보였다. 삼국시대부터 옹기와 질그릇을 만들어 온 곳으로 양질의 고령토가 풍부하고 영산강 수로를 이용해 교통이 발달해 현재까지 분청사기 도용지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었다. 매년 무안분청문화제가 열리고 있으며, 도자기 빗기 체험, 천연염색 체험 등 다양한 체험거리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을 지나자 회산연꽃방죽(회산백련지를 의미함) 1km라는 푯말을 나왔다. 곧 축제지에 도착 함을 알리는 듯 했다. 승용차 옆 창문을 보니 연잎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얼마쯤 지나 차에서 내리니 시멘트 바닥에 빨간 고추가 널려 있는 시골의 풍경이 나타났다. 바로 옆 가정집 정문에 능소화가 활짝 웃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회산백련지 입구인 전남 무안군 일로읍 두레미(복룡5리)마을이었다. 마을이 형성될 당시 바닷가에 두루미가 많이 모여들었는데 모여 든 곳이 남쪽이라고 해 두레미 마을로 부르게 됐다. 현재는 마을 앞 넓은 농장의 나락 묶음들이 이 마을로 향하는 쌀들이라고 해서 붙여진 두래미가 두레미로 바뀌었다고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회산백련지 연꽃축제장 입구에 들어서자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된 무안백련흑콩마을(두레미 마을) 특산품 흑콩이 보였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된 양질의 쌀과 논두렁에서 재배된 튼실한 무공해 청정 흑콩으로 유명한 마을이 두레미 마을이었다.

 

축제장 정문 현수막에 쓴 슬로건 '무안을 만나면 자연이 됩니다'라는 문구가 왠지 마음을 포근하게 했다. 바로 옆 습지에는 끝이 보이지 않은 연잎이 장관을 이루었다. 연잎을 보면서 가다보면 간간히 백련이 피어 있고 홍련도 보였다.

 

회산백련지는 33만여㎡로 암울했던 일제시대에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으로 축조돼 인근 농경지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로 번성한 것은 인근마을 주민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백련 12주를 구해다가 심었는데 그날 밤 꿈에 하늘에서 학이 12마리가 내려와 앉아다는 것이다. 그 모습이 흡사 백련이 피어있는 것과 같아 그날 이후 열과 성을 다해 연을 보호하고 가꾸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동양 최대의 하얀 연꽃이 있는 무안 회산백련지에서 매년 여름 이색축제가 열리는 데 바로 연산업축제이다. 대한민국 연산업축제는 세계 희귀한 연꽃과 수생식물 등 볼거리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연으로 만드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연의 다양한 활용법을 기획 전시해 연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웰빙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로 자리매김해 왔다. 회산백련지에서는 매년 가을(10월에서 11월 사이) 연근 캐기 체험행사도 열리고 있다.

 

이날 돌아본 축제장은 크게 ▲체험거리(연잎차 만들기, 연잎쌈밥 만들기, 연잎 연근팩 만들기, 연씨 공예, 연천연염색, 연비누 만들기, 연꽃페이스 페인팅, 수생식물 생태체험장, 연꽃길 보트탐사, 백련지 워터 쿨 존 탐방 연잎제다 체험), ▲살거리(연잎, 연근가루, 연씨, 연근, 흑콩, 청정쌀, 연꽃다과접시, 연전병), 먹을거리(연잎쌈밥, 연냉면, 연흑콩부꾸미, 연농주, 연흑콩두부보쌈, 연씨밤호박영향밥) ▲볼거리(백련지, 청정쌀단지, 논두렁 흑콩, 어린이 인형극장, 공연)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세발낙지, 장어구이, 양파한우...무안이 자랑하는 5미

 

이날 무안의 건강한 자연과 청정 백련의 그윽한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웰빙제품이 많이 선보였다. 무안군수가 보증하고 있는 공동브랜드 '하늘백련'에서 나온 황토고구마, 황토방 쌀, 양파 음료가 바로 그것이었다.

 

특히 무안갯벌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갯벌의 가치를 소개하는 교육의 장으로서 람사르 습지, 국내 최초의 습지보호지역,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곳이 무안갯벌이다. 무안갯벌은 3000년 전 상승하는 서해의 거친 바닷물에 의해 침식과 퇴적을 반복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후 많은 생명을 품고 인간의 삶의 기반이 돼 왔다. 선조들은 갯벌이 주는 다양한 혜택을 이용하면서 자연과 공존한 삶을 살아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현재 무안갯벌센터에는 갯벌생태관, 갯벌탐사관, 갯벌생태공원, 생태체험장 등이 조성돼 있다.

 

이날 연꽃축제가 열리고 회산백련지의 구석구석을 한 곳도 빠짐없이 둘러봤다. 하지만 여행 중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관심이 모아진 곳은 먹을거리를 찾는 것이었다. 누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무안도 자랑할 수 있는 5미(味)가 존재했다. 연꽃축제 팸플릿을 보니 살아있는 무안갯벌세발낙지, 건강식품 대표주자 명산장어구이, 성인병예방과 미용에 좋다는 양파한우, 은은한 볏짚 향을 자랑하는 돼지짚불구이, 칠산 앞바다의 싱싱한 자연 도리포 숭어회였다.

 

이중 돼지 짚불구이, 낙지는 식당을 이용해 시식을 해 봤지만 나머지 3가지 식품은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맛을 보지 못해 무척 아쉬웠다. 특히 짚불구이를 시식을 한 무안군 몽탄면 사창리 있는 두암식당의 게장(소스)비빔밥은 일품이었다.

 

어쨌든 연 산업축제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주 무대에서는 관람객들을 가득 채운 가운데 청소년 가수와 평양예술단 등의 노래 공연이, 수변무대에서는 품바예술촌 초청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연 산업축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축제장을 떠나 다음 목적지인 다성으로 추앙받고 있는 무안 삼향면 왕산리 초의선사 탄생지로 발길을 재촉했다.

덧붙이는 글 | 현재 여름 휴가를 통해 남도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는 곳마다 계속 연재할 예정입니다.


태그:#무안 연산업축제, #무안갯벌, #무안 5미, #분청사기, #초의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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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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