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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쓰고 싶다. 별다르게 빼어난 글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만족하고 읽는 이에게도 얼마간 좋은 공감을 일으키는 그런 글을 쓸 수만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많은 이들은 차분히 더듬어 글쓰기를 배운다. '열심히 익히고 열심히 쓰다보면 결국은 그만큼 좋아지겠지'하는 너무 고지식하지만 가장 곧은 믿음을 품고 글공부에 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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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대개 독서에 열중한다. 반드시 독서에 열중해야 하지만, 독서에 열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직감하곤, 좋은 선생을 찾아가 배우거나 좋은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고 합평한다.
 
또한 이것만으로도 부족한 듯싶어, 독한 술기운을 빌려 무의식 속 깊은 화두를 끄집어내 본다든가, 격정적인 애증을 통해 감각과 감정을 고양시킨다든가, 혼자만의 오랜 여행을 통해 치열하게 자신과 대면한다든가, 이런저런 힘겹고 고된 사회 경험을 통해 몸으로 직접 깨우친다든가, 현실참여를 통해 감각과 양심을 더욱 예리하게 벼린다. - 책중에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읽는'이라면 한번쯤은 떠올렸을 바람이다. 내가 쓴 이야기가 의도를 잘 살리고 남들에게 올바로 전달된다면 잘 쓰고 있는 것이라 여긴다. 더불어 글로써 상대방의 마음에 울림을 가져오고 급기야 내가 의도한 것 이상의 묵은 감정의 해소를 부른다면 글쓴이로서 행복하지 않을까. 내가 여럿과 가장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일이 글이라면 '소통기술'을 잘 연마하여 고수가 되는 것은 글을 쓰는 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욕심일 것이다.


수많은 책들이 글은 이렇게 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디서 배운 것인가. 글을 잘 쓰는 사람과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은 별개인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거의 모든 작가들이 글쓰기 방법에 대한 책을 내고 제자를 기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혼자하는 것일 텐데 어떻게 해야 실력이 늘 수 있을까.


내 경우 어떤 책을 읽고 내가 가지게 된 감정과 전달받은 정보의 핵심을 담아 <오마이뉴스>에 글을 써보고자 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흐름이 좋아 써 놓고 보면 눈에 거슬리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고 적당히 고쳐놓고 보면 처음의 느낌이 잘 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육하원칙에 따라 있는 그대로를 옮기고 이해가 쉽도록 잘 풀어서 쓰면 된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더 나아가 내가 읽은 책의 감흥을 보다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면 내 글이 상대방의 욕구를 건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책을 빌리든 사든 해서 당장 읽고 싶게 만드는 욕구.


여러 매체를 통해 읽은 좋은 서평들을 보고 나름 연구하고 흉내도 내어보지만 어림도 없다. 소통의 공간이라는 인터넷에서 댓글조차 달리지 않는 것을 보면 자괴감마저 들 때가 있다. 물론 용기를 가져야 발전한다는 마음가짐은 있어서 꾸준히 쓴다. 어떤 때엔 '버금' 언제는 '생나무'까지 떨어진다. 편집진이 잘 걸러서 좋은 느낌의 글들을 메인에 배치하겠지만 나로서는 도무지 그 글들과 잉걸에 머물러 있는 몇몇 글들을 비교해보아도 '격'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불안하기까지 하다.


부지런히 책을 읽고 감상을 쓰는 일은 분명 글쓰기의 기본을 다지는 데에 좋은 일이다. 너무 천편일률적인 기사형식이 지겨우면 가끔 산문을 써보기도 한다(사는 이야기의 기사나 블로그의 글로 적당하다). 너무 책 평에 익숙해진 탓인지 잘 써지지 않는다. 망설이지 않고 작은 일도 잘 풀어서 써갔던(물론 평가는 받지 않았지만) 옛날과 비교하여 너무 움츠러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방황하는 내 글쓰기에 흔들리지 않고 그늘을 드리우는 큰 나무같은 선생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는 글쓰기의 정의, 글쓰기를 시작하기 위한 '씨앗문장'과 '씨앗도서', 음치에 비유할 만한 언치가 가질 수 있는 감수성, 일상언어와 출판언어의 비교, 글 꾸미기의 본격적인 단계인 창작에 대한 내용을 수업을 받는 것과 같이 단계별로 잘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잘 쓰인 글의 기준들을 분류해보고 그 글들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들의 글과 어떻게 다른지 같은 주제를 놓고 비교한다. 이렇게 하면 내 자신의 글들을 쉽게 돌아볼 수 있다.


늦지 않았다. 글감은 많고 사그라지지 않을 학습욕구를 믿는다. 읽고 쓰고를 반복하고 생각하는 힘과 관찰하는 힘을 기른다면 머지 않아 남들도 인정하는 글쟁이가 되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같이 글 하나의 주변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이들에 권한다. 글쓰기 강의를 책을 통해서 들어보는 것이다. 기본을 다지고 글을 보는 눈을 기른다. 그리고 꾸준히 쓰고 읽고 고쳐보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지음/ 그린비/ 15,900원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이만교 지음, 그린비(2009)


태그:#글쓰기, #등단, #창작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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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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