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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나라 시황제 때 삼신산 불로초를 구하기 위하여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안도까지 와 글을 남겼다"

신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마을의 역사와 삶 그리고 풍습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안도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안섬지>에는 '글쓴바위'에 대한 전설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 불로장생을 갈구하다

13세에 왕이 되어 39세에 최초로 중국을 천하통일 시킨 진시황(BC 210~210년)은 50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다. 불로장생에 집착한 진시황은 동방의 삼신산에 불로초가 있다는 말을 듣고 신하 서불에게 동남동녀 3000명을 주고 불로초를 구해오도록 명한다. 당시 동방의 삼신산은 우리나라의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을 일컬었다. 이후 서불은 불로초 선단을 꾸려 동방(우리나라)으로 불로초를 찾아 나선다.

39세에 최초로 중국을 천하 통일시킨 진시왕은 부하 서불을 통해 동방에서 불로초를 구해오게 했다.
▲ 불로초를 구하러 나선 서불의 해상 이동로 39세에 최초로 중국을 천하 통일시킨 진시왕은 부하 서불을 통해 동방에서 불로초를 구해오게 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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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문헌에 따르면 서불은 산둥반도 해안선을 따라 랴오둥반도로 건너가 한반도 서쪽 해안선을 타고 남해안까지 불로초를 찾아 나섰다고 전한다. 또 문헌에는 제주도 서귀포 정방폭포, 고흥 팔영산, 남해도 서리곶, 통영 소매물도, 거제도 등에 서불이 다녀갔다는 전설과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불로초를 찾아 나선 서불, 남해안이 주요무대

문헌이 전하는 대로 지도를 펼쳐 보았다. 불로초를 찾아 나선 서불의 불로초 선단은 해상을 따라 산둥반도에서 출발, 랴오둥반도 그리고 마지막 거제도까지 그 흔적을 남겼다. 주로 남해안의 여러 곳에 머물렀으나 문헌으로 알려지지 않은 곳도 있다.

이중 제주 서귀포를 지나 고흥 팔영산과 남해도를 가기 전에 가장 먼저 기착하는 곳이 바로 이곳 안도다. 문헌에는 전하지 않으나 불로초 선단이 남긴 흔적은 전설과 함께 지금까지 남아 있다. 바로 여수의 끝자락에 위치한 안도 동고지의 '글쓴바위'다. 이곳은 매년 새해맞이 일출제인 보리마당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삼신산에 있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방에 온 서불은 제주도 서귀포를 거쳐 남해안을 따라 불로초를 구하러 다녔다.
▲ 불선초 선단의 흔적으로 본 서불의 남해안 예상 이동경로 삼신산에 있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방에 온 서불은 제주도 서귀포를 거쳐 남해안을 따라 불로초를 구하러 다녔다.
ⓒ 다음 지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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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초 선단을 몰고온 서불은 안도 동고지의 글쓴바위에 그 흔적을 남겨 지금까지도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불로초 선단을 몰고온 서불은 안도 동고지의 글쓴바위에 그 흔적을 남겨 지금까지도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 다음지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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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당시에 새겼던 글씨가 그 많은 세월을 이기고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다. 글쓴바위의 흔적을 보면 믿기지 않는 두 가지 사실에 놀란다. 하나는 아직도 선명한 글씨에 놀라고 다른 하나는 주변 경치에 반한다. 불로초를 찾아나선 서불이 그곳의 경치에 반해 솟아오르는 해를 향해 임금께 예를 올리며 망향의 그리움을 써내려 간 듯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글쓴바위에는 불로초 선단을 몰고와서 서불이 남겼다는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글쓴바위에는 불로초 선단을 몰고와서 서불이 남겼다는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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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선단 서불이 썼다는 글쓴 바위를 찾아서

당산을 내려오면서 불로초의 흔적을 찾아 글쓴바위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경치. 멀리 운해 너머로 보이는 곳이 남해이다.
 당산을 내려오면서 불로초의 흔적을 찾아 글쓴바위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경치. 멀리 운해 너머로 보이는 곳이 남해이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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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바위가 있는 동고지 마을의 당산 제당 모습
 글쓴바위가 있는 동고지 마을의 당산 제당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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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바위로 가려면 원시림의 거친 숲을 헤치고 절벽의 해안길을 건너야 했다. 알려지지 않은 만큼 길이 없어 해안선을 따라가야 한다. 글쓴바위를 앞두고 암벽 아래 물이 고인 우물이 있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당산제를 지낼 때 당주가 이곳에서 목욕을 제기하고 제당에 바칠 물을 길었던 신성한 곳이었단다.

또 이 마을의 전통성을 알 수 있는 당산에 들렀는데 주변에는 장정 3명이 팔을 뻗어도 다 감싸기 힘든 고목나무들이 아직도 청청하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 당산은 오랫동안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어 안쓰러움을 더했다. 섬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제인 만큼 보존과 함께 복원이 시급해 보인다.

당산옆에는 장정 3명이 감싸도 남을 만큼의 큰 당산나무들이 무성했다.
 당산옆에는 장정 3명이 감싸도 남을 만큼의 큰 당산나무들이 무성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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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당 아래에 있는 아래채는 당주가 기거하며 제를 모시던 곳으로 지금은 폐허가 되어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제당 아래에 있는 아래채는 당주가 기거하며 제를 모시던 곳으로 지금은 폐허가 되어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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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초의 흔적은 암벽바위 가운데 가로 3m, 세로 2m 높이에 새겨져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 문자를 "서불이 이곳을 다녀가면서 남긴 증표"라며 "예부터 전설로 내려 왔는데 먹고 살기에 바빠 마을 사람들에게 잊혀져 지금까지 왔다"고 한다. 또한 글쓴바위에 새겨진 문자는 아직도 해독이 안 되고 있고 다음 지도에서도 '글쓴바위'를 치면 검색이 가능하다.

외딴섬에 전해져 내려오는 서불의 흔적은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바 없다.
 외딴섬에 전해져 내려오는 서불의 흔적은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바 없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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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것은 글씨를 바위에 새긴 것도 아니고 그저 붓으로 바위에 써 내려 간 듯한데 그 흔적이 오랜 세월을 비웃기나 하듯 온전하다. 안타깝게도 일부는 지워졌지만 많은 부분이 아직도 바람과 파도가 가실 날 없는 섬마을의 모진 해풍을 견뎌내고 있다. 알려지지 않는 문화재에 대한 보존을 위해 담당부서의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안도는 신라국 왕실의 방마산이었다 한다. 통일신라시대 일본인 승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기행기>에는 이렇게 전한다.

"신라말(847년) 장보고 휘하 김진의 배를 타고 중국 적산포를 떠나 하루 낮 하룻밤에 한반도 서안의 고이도에 도착했다. 다음날 구초도와 웅도(雁島 지금의 안도)기착후 신라방으로 간 기록이 있다."

90% 이상이 불교도인 일본에서 예님 스님(천태종의 큰 스님)은 구법을 배우러 당나라로 건너가 법을 득한 다음 당나라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장보고의 도움을 받아 일본으로 가다가 잠시 이곳(안도)에서 묵은 기록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전라도 여수의 끝자락 섬 안도는 중국과 일본을 잇는 바다의 길목에 위치한 지리적 요충지에 있다 보니 현재도 외국에서 원유를 수입해 오는 거대한 배들이 이곳 앞바다를 경유해 지나가는 길목으로 바닷길의 요충지이다.

글쓴바위에 쓰여진 글씨가 그 오랜 풍화작용에도 불구하고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바위가 지붕으로 그곳을 감싸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글쓴바위에 쓰여진 글씨가 그 오랜 풍화작용에도 불구하고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바위가 지붕으로 그곳을 감싸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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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 바위 앞으로 남해의 청정한 바닷물 너머로 돌산이 펼쳐져 있다.
 글쓴 바위 앞으로 남해의 청정한 바닷물 너머로 돌산이 펼쳐져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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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사는 시인 김성수씨는 이렇게 말했다.

"글쓴바위는 불로초를 찾아 나선 불로선단이 뱃길로 이곳을 경유하면서 머물렀다고 어릴적 할아버지때 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서불이 불로초를 찾으러 와서 그들이 원하는 불로초를 구했는지 못 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 이곳의 경치와 자연산 전복에 푹 빠졌을 겁니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전복은 중국 진시황제의 불로초였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알려져 궁중요리에도 빠짐없이 등장했으니 아마 이곳 전복을 잔뜩 가져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 심명남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불로초, #진시왕, #서불, #글쓴바위,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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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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