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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대 소녀가 에이즈에 걸린 채 성매매를 했다는 보도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보도를 접한 나 역시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보도를 차근 차근 뜯어보니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1.10대 소녀는 왜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었나?

 

언론보도를 보니 그냥 10대 여성이 아니다. 지적장애 2급의 소녀다. 이 소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만난 20대 남자와의 성관계에서 에이즈에 감염 되었다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온 뒤 찜질방과 여인숙 등을 전전하며 생활을 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점이 중요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작년 보고에 따르면 청소년 성매매 동기 1위가 바로 생활비 마련(40%)이었다. 그 다음이 유흥비 마련(37%)이었는데, 이 역시 가출청소년 등 위기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 즉 청소년의 삶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말하자면 개인의 문제 이전에 이들이 이렇게 나서게 된 건 복지와 인권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번 사건 역시 이점을 보아야 한다. 이 소녀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는 왜 이 소녀가 성매매에 나설 수밖에 없었나를 봐야 한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합의와 변화를 이끌어내야만 제2 제3의 경우를 예방할 수 있다.

 

2.청소년 성매매를 시도했던 20여명은 도대체 무언가?

 

성매매는 성폭력을 감소시키거나 성욕의 해소를 통해 감정을 완화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상품화 된 여성의 몸과 성에 쉽게 접근하고, 이런 경험을 통해 여성을 대상화 또는 물화시킨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때, 대상이 된 여성은 상황에 대한 통제권이 전혀없고, 자발적으로 그만둘 수 조차 없는 수동적 존재로 전락된다. 때문에 성매매는 기본적으로 폭력적 속성을 공유한다. 따라서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역시 성폭력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하고, 성매매를 시도했던 이들은 돈과 성을 매개로 한 폭력의 가해자들인 것이다.

 

이렇게 청소년 성매매에 나서는 자들의 특징은 일단 성매매 자체에 관대하고,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성매매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경험이 이들의 사고와 판단을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들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은 열등감이나 일반 여성과의 관계성에 대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면 훗날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해 반드시 강한 처벌과 동시에 꾸준하고도 집중적인 교육과 치료가 병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3.언론보도의 선정성과 관점은 무엇인가?

 

수많은 언론이 이 사건을 기사화했다. 사건 자체가 주는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필자는 언론보도를 보며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대부분 기사의 제목이 "10대 여성, 무차별..."이란 용어를 포함 또는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구 속에는 절대 성매매를 하면 안될 10대와 여성이란 점이 전제되어 있다. 그렇다. 10대는 당연히 성매매를 하면 안된다. 그런데 꼭 굳이 '여성'을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여성의 성에 대한 도덕적 또는 사회적 잣대를 적용한 게 아닌가 싶다. 또 '무차별'이란 말까지 고려해 조금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어린 것이 그것도 여자가 함부로 몸을 굴렸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선정적인 문구를 사용해 부각시키고, 가족까지 찾아내며 인터뷰하는 잔인함. 보호받고, 사랑받으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야할 소녀가 이렇게까지 되어야만 하는 상황을 보지 못한 채 비난의 화살을 던져대는 모습. 내가 언론의 이런 시선을 더 저질처럼 느끼는 것이 너무한 것인가.

 

정리하며

 

작년 기준으로 우리 나라 10대 에이즈 감염자는 약 125명 수준이라 한다. 상당한 수치다. 이 아이들의 감염경로는 100% 성접촉에 의한 것이라 하니 도대체 어쩌다가 이 아이들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인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자신의 감염사실을 알게된 아이들이 겪었을 충격은 어땠고, 그 가족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무겁고, 아려 온다.

 

물론 이 아이들의 행동을 모두 용인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은 잘못이니 분명히 지적해야 하겠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 아이들은 미성년자이고, 이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으며, 우리는 이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충분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어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태그:#청소년 성매매, #성매매, #에이즈 감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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