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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6일 한미 FTA 쇠고기 '졸속 협상'의 담당자였던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통상정책관을 외교통상부 제2차관에 내정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에 대해 "온갖 어려움 속에서 개인적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에도 공직자로서 꼿꼿하게 자기소신을 지킨 사람에 대한 배려이고, 기회를 주고자 함"이라며 민 내정자를 띄웠다.

 

이로써 '촛불정국'에서 물러났던 인사들(곽승준, 이주호, 류우익, 김중수, 김병국, 최중경, 정운천 등)이 사실상 모두 요직으로 복귀하게 됐다. 특히 민동석씨의 차관 내정은 2008년 쇠고기 협상이 정당했음을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씨는 2008년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준 선물"이라고 강변하는가 하면 지난 6월 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촛불시위를 '폭동'이라고 규정했다. 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를 먹어치우려는 '계급혁명'이라는 파충류의 꼬리가(보인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야당은 "민심에 반하는 최악의 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각설이 인사"라며 반발했다. 시민단체들도 "잘못된 쇠고기 협상을 주도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이를 외교부 제 2차관에 내정한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고, 네티즌들의 반발도 거셌다.

 

그러나 26일 KBS는 민씨의 차관 내정 사실과 이에 대한 반발 여론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MBC와 SBS는 관련 보도를 했으나, 민씨의 요직 복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왜 이토록 거세게 반발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SBS는 민 내정자의 약력을 소개하면서 '(촛불)시위대로부터 모진 비난을 받는 시련을 겪었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MBC <차관내정 논란>(박충희 기자)

SBS <돌아온 '쇠고기 협상 대표'>(김지성 기자)

 

MBC는 <차관내정 논란>(박충희 기자)에서 민씨의 차관 내정 사실을 전한 뒤, "민 내정자는 지난 2008년 우리측 대표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주도해 타결지었다"고 설명하고 2008년 '쇠고기 협상은 미국이 준 선물'이라고 발언하는 민 내정자의 모습을 실었다.

 

이어 "반대 여론이 대규모 촛불집회로 번지자, 당시 민 내정자는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사표가 수리되지는 않았다"면서 청와대가 이번 내정을 두고 "'쇠고기 협상 이후 어려움 속에서도 소신을 지킨 공직자를 배려했다'고 설명했다"며 청와대가 내세운 발탁 이유를 단순 전달했다.

 

그런 다음 "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며 "'국민적 분노를 자초했던 게 소신이냐'며 '국민에게 도전하는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진보단체들은 전형적인 보은 인사라고 비난한 반면, 보수단체들은 소신있는 인사 기용이라고 환영했다"고 찬반 양론을 덧붙였다.

 

 

SBS <돌아온 '쇠고기 협상 대표'>(김지성 기자)는 민 내정자가 "전남 해남 태생으로 한국외대를 졸업한 뒤 지난 79년 외교관을 시작해 통상교섭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재작년 농식품부 차관보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우리측 수석대표를 맡았다"고 그의 이력을 전했다.

 

그러더니 민씨가 "이른바 '광우병 파동'과 대규모 촛불시위가 이어지면서 시위대로부터 모진 비난을 받는 시련을 겪었다"면서 "왜곡된 진실을 국민들한테 철저하게 알리기 위해서 재판을 하고, 책을 썼는데, 피 눈물 나는 과정"이라는 민 내정자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어 "청와대는 어려움과 개인적 불이익 속에서도 소신을 지킨 공직자를 다시 발탁한 인사라고 설명했다"고 전한 뒤 "야당은 국민여론을 무시한 보은인사라고 비난하며 철회를 요구했다"며 민주당의 입장을 전했다.

 

시민사회의 반발과 비난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외교부 직원들은 하마평조차 없던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 속에, 민 내정자가 외교부 개혁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고 덧붙였을 뿐이다.


태그:#민동석, #보은인사, #이명박, #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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