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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가 쓰러지더라도 절대로 남이 일으켜 줄 수 없으며, 내가 일어서야 한다. 항상 모든 일은 운명이 반이고 실력이 반이므로, 실력을 잘 닦는다면 어떤 위기라도 대비할 수 있다. 운명의 여신은 변덕스러우므로 항상 운명에 대비하여 제방을 쌓아야 한다."
-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요즘 고전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어느 출판사에서 고전들을 어린이용으로 만든 책을 엄마가 영동도서관에서 빌려오셨다. 50권 중 일부를 빌려다 주셨는데, 고전이니만큼, 초등고전(?)인데도 책이 매우 두껍다.

아이들이 읽는 고전이 원래 저자가 쓴 고전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이 책들은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제 3자가 책이나 작가를 설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좋은 책을 어른이 되기 전에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 참 좋다고 생각한다.

고전을 왜 읽느냐하면, 고전을 읽으면서 조상들이나 옛 인물들의 지식을 접하고, 그 역사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으며, 이 고전들을 교훈으로 삼아, 엉뚱한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정답인가. 그런데, 정말 맞는 말이다.

<군주론>이 나오기 전에도 위대한 군주가 되는 방법에 대해 말을 많이 한 책들이 있다. 플라톤의 <국가>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공자의 <논어> 등의 책에서는 군주는 착해야 하며, 덕을 베풀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런 책들은 모두 이상주의, 즉 '군주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쓰고 있다. 이런 이론들은 지금껏 지구상에서 이론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 실현되지 않았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군주가 어떻게 했는가?'라는 주제로 군주를 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성공한 군주들의 예를 든 책으로 봐도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책들보다 <군주론>을 높게 산다. 그렇다고 그 방식이 옳다는 말이 아니다. 방법적인 면에서 훨씬 현실적이라는 말이고, 이것은 현재의 정치를 읽을 수 있는 지혜를 준다는 말이다.

다시 언급하면 <군주론>은 '군주가 어떻게 하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다룬다. 저자 마키아벨리가 관직에 있을 때 메디치가가 다시 피렌체를 정복, 마키아벨리를 관직에서 쫓아내자, 피렌체를 지배하고 있는 메디치가로부터 신임을 회복하기 위해서 쓴 충성의 표시이다. 여기에 쓰여 있는 모든 내용은 메디치가가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로 쓴 글 같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위대한 로렌초 데 메디치 전하께.

군주의 총애를 얻고자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이나 군주가 받고 제일 만족스러워 할 것을 가지고 군주를 찾아뵙는 것이 관례입니다. 비록 이 책이 당신의 지위에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제가 여러 해 동안 많은 고생과 위험을 무릅쓰고 제가 이해하고 느낀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잘 알아보실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책이 최상의 선물이라 믿습니다. 만약 당신께서 그것을 꼼꼼히 읽고 깊이 생각하신다면 당신의 재능이 약속하는 위대한 군주로서의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전하께서 만약 높은 곳에서 어쩌다가 이 낮은 자리로 눈을 돌리신다면 제가 계속되는 엄청난 불운을 얼마나 부당하게 겪고 있는지를 아시게 될 겁니다"

아마도 마키아벨리는 권력에 복귀해서 이탈리아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즘-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착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고, 착한 척을 잘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거짓말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목적을 이루는 방법에는 내가 사과를 얻고 싶은데, 돈으로 사거나(화폐가 생겨난 이유), 내 떡과 바꾸거나, 내 배랑 바꾸는 방법(좋은 방법)이 있고, 또는 사기를 치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위협을 하거나 하는 방법(나쁜 방법)이 있으며, 알랑방귀를 뀌어 얻거나, 거지처럼 굴어 얻는 방법(자존심이 상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뭐 방법이 대수냐? 사과만 내 손에 넣으면 되지~" 이것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마키아벨리즘이다. 결국 마키아벨리즘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명사로 쓰이게 되었지만, 실제로 이 <군주론>이라는 책은 한마디로 위대한 군주가 되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이런 내용을 쓴 이유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군주들과, 고대사의 군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연구했으나, 마키아벨리의 예상과 달리 군주들은 선하게 행동하지 않고, 악하게 행동하기도 하고, 아까 말한 나쁜 방법과 자존심 상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은 <군주론> 곳곳에 녹아있다. 결국 결론은 마키아벨리즘은 군주들이 행동하는 것을 사실대로 쓴 것이므로, 욕할 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작은 모욕에는 보복하나, 큰 피해에는 보복할 엄두조차 못 낸다. 은혜도 모르고 변덕도 심하고 위선자이고, 물욕이 강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잘 배반하고, 약속을 안 지키고, 겉모습으로만 판단하고, 옆에 강한 자, 보는 눈이 있을 때만 선한 일을 하고, 아무도 없을 때는 나쁜 짓을 잘하고, 아버지가 죽은 것보다 돈을 잃은 것을 더 화내하는 존재이다."

정말로 이 말은 사실이 맞는 것 같다. 우리 이명박 대통령도 촛불집회나 쌍용차 사태는 그냥 깔아뭉개고 이런 작은 일을 막 보복하는데, 미국이 FTA 재협상을 하자고 하니 꼼짝도 못한다. 그러면서 국민의 은혜를 저버리고 서민은 코딱지만큼도 생각 안하면서 높은 부자나 '강부자'들만 잘 해준다.

인간이 이런 존재이니 군주가 너무 착하면(오해 마시라. 물론 사람은 착해야 한다. 다만 정치적인 방법에 대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파멸할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는 악한 행동을 파악하고, 단물만 쏙 빼먹어야 한다.  또 "군주는 약속을 맺었더라도 약속을 맺었던 사람이 없거나, 약속을 지키면 나의 이권이 줄어들 때는 절대로 약속을 지키면 안 된다." 약속은 지켜야 하나, 군주의 처지에서는 그럴 때가 있다는 것이다.

"군주는 악마와 천사의 가면을 잘 바꿔서 써야 한다. 예로 백성들에게는 자비롭고, 적군에게는 공포감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리 하면, 욕을 안 먹고, 군주를 잘 해나갈 수 있다.

"공화국이든 군주국이든 한 사람에 의해서만 제대로 설립된다. 낡은 제도를 개혁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오직 혼자일 때에 권력자는 자신의 마음에 품은 생각을 실천할 수 있다."

더하면, 군주를 끌어내리기도 정말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나는 이 점에 대해 동의한다.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공화국도 자세히 보면 절대군주정보다는 조금 권력이 분산되었지만, 아직도 대통령, 대법원장, 검찰청장 등에 권력이 쏠려있다. 특히 대통령은 무슨 짓을 하든지 거의 5년 동안 대통령직을 해낼 수 있다. 그래서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가가 정말 중요하다. 바른 생각을 가진 이가 군주가 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도리 있게 선전포고를 한 후에 전쟁을 하는 것은 인간의 방법이고, 힘으로 그냥 밀고 나가는 것은 짐승의 방법이다. 위대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방법뿐 아니라, 짐승의 방법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군주론이다. 짐승에는 사자와 여우가 있는데, 사자는 너무 힘이 세지만, 너무 힘만 믿고 설치다가, 덫에 잘 걸린다. 여우는 꾀가 많아 덫에 잘 걸리지 않지만 늑대들을 물리치기에는 힘이 모자란다. 그래서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여우가 되어야 하고, 늑대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사자가 되어야 한다."

<군주론>은 결국 내가 보기에 어떤 경우에 사자의 힘을 사용하고, 어떤 경우에 여우의 꾀를 사용하는지를 다룬 책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 책은 군주를 위해서 쓰인 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군주의 나쁜 점을 말하여, 이 점을 시민들이 알게 되어 비로소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났다. 결국 이 책은 민주주의를 약간 비판하는 듯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러니하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당시 국가에서는 국방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당시의 모든 이탈리아 나라들은 용병을 고용하고 있었는데, 그 용병이 이탈리아를 갉아먹고 있었다. 용병들은 자기들이 좋을 때만 전쟁을 하고, 용감한 척 용감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 도망가고, 돈에 잘 매수되는 존재였다. 다른 프랑스나 교황령, 스페인이 자국 군대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전투에서 이겼던 반면, 이탈리아는 용병 때문에 도시 하나도 정복 못하는 나약한 나라들이 되어있었다.

지원군은 좋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용병이 못 싸워서 문제 있는 존재들이라면, 지원군은 너무 잘 싸우므로, 결국 지원군을 요청한 나라가 지원군을 제공한 나라에게 먹힌다. 보기로 예언자도 군사력을 가지고 있던 예언자는 성공하지만, 그냥 시민들의 지지만을 받고 있는 자는 금방 멸망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마키아벨리가 로렌초 메디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궁극적으로 자국 군을 가지자는 얘기였던 것 같다.

인심이 너무 후하면 안 된다는 말은 나는 여기서 처음 들어본 듯하다. 인심이 너무 후하면, 결국 그 돈은 국민들 세금으로 나오므로, 국민들에게는 탐욕스러운 군주가 되고, 결국 몇몇 측근들과, 환관들만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인심이 후하지 않으면 몇몇 사람들에게는 후하지 않게 보일지 몰라도, 국민들에게 세금을 덜 거두게 되고, 그 저축한 돈으로 전쟁을 할 때도 특별세를 안 거둬도 되니, 일석이조다.

그러나, "앞의 너무 후하면 안 된다는 공식"은 높은 공직에 있을 때만 해당되고, 실제로 공직에 올라가려고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는 돈을 후하게 써서 여러 사람들의 인심을 얻어야 한다. 로마의 제정의 주춧돌을 만든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청년기와, 공직에 오르는 시기에는 돈을 무지무지 후하게 썼다. 그가 진 빚이 자그마치 로마의 1년 예산의 반이였다니 얼마인지 도저히 짐작이 안 간다.

인심이 후하지 말라는 공식을 깨는 것은 한군데 더 있다. 바로 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약탈한 전리품을 시민과 군사들에게 후하게 나눠줘야 군사들이 충성을 바치고, 밑진 것도 없으니, 괜찮은 방법이다. 만약에 이 전리품을 후하게 나눠주지 않으면, 군사들과 시민들은 실망할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진짜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다. 남한테 빼앗은 것을 나눠준다니……. 정말 마키아벨리의 이야기를 잘 따라서 실천하면 좋은 군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시 강조하자면 정치적인 방법에서 말이다.

마키아벨리는 "모든 군주는 잔인하기보다는 자비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비를 너무 서투르게 사용해선 안 된다. 국민들을 잘 단합시키고, 또 군인들의 충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군주가 잔인하다고 소문나는 것을 너무 걱정해서는 안 된다.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약간의 잔인함은 국민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이 배신을 못 하게 하는 데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그는 "너무 자비로운 사람이 되려다 무질서를 방치하여 많은 사람이 죽거나 약탈당해 공동체 전체가 손상되는 것보다는 몇몇 사람을 본보기로 잔인하게 처단함으로써 질서를 바로 잡는 것이 더 자비롭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글이 써진 때가 옛날이라 지금과는 많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요즘은 군주가 잔인해질 수 없는 시대인데, 아마도 마키아벨리가 설명한 면이 법으로써 보강되는 것 같다.

만약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게 나은가, 아니면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게 나은가, 라고 물으면 마키아벨리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말할 것이다. 마키아벨리에 따르면 "인간이란 감사할 줄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자인데다가, 거짓말쟁이이고, 위험한일을 안 하려고 하고, 욕심이 많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군주라면 그 사람이 도움을 청하지 않고 도움을 줄 때만 사람들은 그 사람의 편이 될 것이다. 이럴 때 그들은 마치 그 사람을 위해 자신의 피와 생명과 자녀와 재산을 내어 줄 것처럼 한다. 그러나 막상 그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그는 등을 돌리고 꽁무니를 빼게 된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과 돈으로 우정을 산 사람(용병)을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처벌에 대한 공포 때문에 배신하지 못한다.

다만, 이때 사람들에게 증오를 사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아버지를 잃은 것보다 재산을 잃었을 때 더 슬퍼하고 더 잊지 못한다. 군주를 바꾸어도 아버지는 죽어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포기도 쉽지만, 돈 같은 경우 빼앗기도 쉽고, 빼앗을 때 명분을 만들기도 쉬우며, 군주를 갈아치우면 다시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군주는 절대로 부녀자와 재산을 빼앗으면 안 된다. 그러면 증오를 살 수 있다"고 한다. 증오를 사지 않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건 정말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요즘은 재산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에 내가 군주가 된다면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군사를 통솔할 때는 잔인하다는 말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군주가 잔인하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군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가 없다."

로마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이고, 제일 큰 전쟁이며, 본국 이탈리아까지 군대가 들어왔던 포에니 전쟁 때 카르타고의 군사를 통솔하고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침략한 사람은 한니발이었다. 당시 카르타고는 당시 용병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고단한 알프스를 넘으면서 탈주한 자가 거의 없고, 군사를 일사불란하게 통솔하며, 봉급을 안 줬는데도 용병들이 계속 한니발 밑에서 싸운 이유는 한니발의 잔인함 때문이었다. 한니발은 항상 존경을 받지만 두려운 존재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군주가 나쁜 성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좋은 사람처럼 위장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군주는 좋은 성품을 가지고 있지 말아야 하지만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군주가 악한 걸 볼 수 있는 자는 매우 적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군주의 겉모습과 결과로 군주를 보기 때문이다. 정말 역사를 보니 오히려 영토를 넓히고, 잔인한 사람이 영웅이 된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정치가를 꿈꾸는 나도 내 마음을 잘 위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인가…….

"군주가 성공하고 국가를 유지하는 방법은 또 있다. 가능하면 미움을 받으려면 약한 자에게 받고, 강한 세력에게는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군주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은 혐오스러운 일은 다른 이에게 맡기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

그것은 일상생활에도 적용이 되는 것 같다. 남을 혼내거나 꾸짖는 일은 남이 하도록 유지하고, 가능한 좋은 일과 드러나는 일은 내가 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여기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배울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한편, 선한 일은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거나 행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당시 프랑스의 사례를 들면 프랑스는 탄탄한 정부 조직을 갖고 있었는데, 왕의 자유와 안정을 뒷받침하는 좋은 제도들이 있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고등법원이다. 고등법원을 만든 루이9세는 귀족들의 무례함을 보면서 귀족들을 억제하고 귀족에게 당하고 있는 평민들의 손을 들어줄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이러한 일을 했다고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귀족을 억제하고 평민 계급을 편드는 제 3의 사법기관을 세운 것이다. 루이 9세는 IQ가 150은 될 것 같다.

또 "특히나 처형 같은 나쁜 일들은 한꺼번에 빨리 끝내고 백성들에게 잔치를 베푼다면, 백성들은 그런 잔인한 것을 잊을 것이다. 잔인한 것을 조금씩 하면 멸시와 증오를 사게 되며, 좋은 것은 조금씩 여러 번 잘 음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군주가 싸울 때는 절대로 중립을 지켜서는 안 된다. 만약 중립을 들면 승리한 나라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이 나라는 우방이 없게 된다. 왜냐하면 승리한 군주는 자기가 어려울 때 도와주기를 꺼린 군주를 동맹으로 삼기를 원치 않을 것이고, 패배한 군주는 괜히 이 나라를 도와서 공연히 위험에 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군주의 친구는 도와달라고 청하고, 군주의 친구가 아닌 군주는 중립을 지키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립은 곧 파멸이다.

만약 중립을 버리고 한쪽 편을 돕는다고 가정할 경우, 도운 군주가 승리하면 그가 강하게 되어 도와준 군주를 수중에 넣을 수 있다 하더라도 신세를 진 것과, 우호적 관계를 생각하여 배은망덕하게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지지해준 군주가 패하여도 그는 도망갈 길을 열어줄 것이고, 도울 수 있다면 도울 것이다. 결국 나중에 다시 번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싸우는 군주가 약하여 별 볼일이 없다고 하여도 한쪽을 지지하여 전쟁을 하면, 두 나라 다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때도 중립을 지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항상 가능하면 백성들에게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하였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른 것 같다. 시민들에게 무기를 자유롭게 소지하도록 한 미국에서는 전쟁보다 총기사고로 죽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내가 엊그제 교과서에서 본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 이 두 시중 어느 것이 <군주론>에 맞는가 한다면 바로 이방원의 '하여가라고 생각한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 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군주가 필요할 때는 약속을 버리고, 필요할 때는 비굴에 진다하는 이론에 딱 맞는 시라고 생각된다.

아~내 맘에 쏙 드는 책이다. 정치를 하려면 그 바탕은 국민에 대한 사랑, 덕이 있어야 하지만 때로 정치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진실이 중요하지만 그것을 행하는 방법에서는 정치적인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어서 좋은 책일 수 있는 것 같다.

마키아벨리가 말하길 군주는 결정엔 변함이 없고, 변덕이 심하지 않고, 유유부단하지 않고 여자 같지 않으며 남을 헐뜯기 위해 죄를 꾸며내는 사람의 말을 믿고 행동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자기 그림자를 무서워할 만큼 겁이 많아서도 안 된다. 군주는 신중하고 인간애가 넘치는 부드러운 방법으로 행동하며, 너무 자신감에 차 경솔하게 행동해서도 안 되고, 또 너무 많은 의심으로 괴로워해서도 안 된다. 항상 모든 일이 그렇듯 군주도 상황에 잘 적응해야 한다. 새를 잡을 때는 화살을 쓰고, 멧돼지를 잡을 때는 창을 쓰듯이 말이다. 또한 군주는 백성들이 안심하고 상업이나 농업 또는 기타 분야의 직업에 종사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시민들이 안정하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정말 군주가 되기란 너무 어렵다. 내 꿈이 궁극적으로 군주, 즉 정계에 나가 대통령을 하는 것인데, 내가 이 책을 읽음으로서 현 대통령보다 나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나에게 정치가에 이를 수 있는 좋은 길을 알려주었다. 이 책이 가르쳐준 길이 좋아서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이 책이 무조건 옳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정치를 하는 데 어떤 점을 짚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시대에서 군주를 하기에 맞지 않은 점들이 있지만, 시대 차이를 고려해서 좋은 책 같다.

나는 지금 초등학생용 고전을 읽고 있지만, 앞으로 커서 이 원래 책들을 읽고 싶다.  이때까지 이름만 들어보았던 <군주론>을 접하고, 내 꿈인 정치가가 되는 법과 선에 대하여 생각해볼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본다.

"군주가 쓰러지더라도 절대로 남이 일으켜 줄 수 없으며, 내가 일어서야 한다. 항상 모든 일은 운명이 반이고 실력이 반이므로, 실력을 잘 닦는다면 어떤 위기라도 대비할 수 있다. 운명의 여신은 변덕스러우므로 항상 운명에 대비하여 제방을 쌓아야 한다.……."

(2010.10.31.해날)


마키아벨리 군주론 - 이탈리어 완역 결정판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동준 옮김, 인간사랑(2014)


태그:#마키아벨리, #군주론, #정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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