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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2일 오후 7시 24분]

 

반환 방법과 발표 방식 모두 '굴욕외교'

 

이명박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를 5년마다 갱신 대여 형식으로 돌려주겠다는 프랑스의 제안을 12일 받아들였다.

 

프랑스에 약탈당한 문화재가 완전히 반환되지 않고, 우리 정부가 대여를 받아들이기로 한 사실조차 프랑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양국의 이번 합의는 굴욕외교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이 약 40분간의 회담에서 프랑스가 보관중인 외규장각 문서를 한국에 사실상 돌려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 간에 남아있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외규장각 문서는 국내법 절차에 따라 5년마다 갱신대여 방식으로 돌려주겠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양국 간에 어려운 문제가 풀리게 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프랑스의 제안을 "실질적인 반환으로 받아들인다"고 해석했다.

 

이번 합의는 "프랑스 국내법상 문화재의 영구반환은 불가능하다"는 프랑스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어서 우리 정부의 외교 역량을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최대현안이었던 외규장각 도서 문제가 정상회담 전에 이미 타결되었기 때문인지 두 사람의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 대통령님을 뵐 때마다 업무도 과중하신데 점점 젊어지시는 것 같다"고 추켜세우자 이 대통령은 "설화수 화장품을 많이 써서 그렇다"고 답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서울 정상회의에 오지 못한 사르코지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에게 설화수 화장품을 선물로 전달했다고 한다.

 

또한 이 대통령은 "한·EU간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프랑스가 적극 협조해 준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한국 여성들이 프랑스 화장품이나 옷을 아주 좋아해 FTA가 발효되면 너무 많은 여성들이 다 프랑스 제품을 입을까 걱정할 정도"라는 말로 프랑스 대통령을 흡족하게 했다. 

  

[1신: 12일 오후 5시 50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2일 오후 "양국 정부가 외규장각 도서 반환 방식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에 나온 것이어서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외규장각 도서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과 이미 일정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기본적인 대여 기간을 5년으로 하되 5년마다 갱신이 가능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이 어디에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한국에게 있어 외규장각 도서가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프랑스는 1993년 미테랑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했던 약속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과 양자회담에서 당연히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돌출 발언은 한·불 정상회담이 열리기 약 1시간 전에 갑자기 나왔다. 그의 발언은 프랑스가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하지 않고 대여하겠다는 자국 정부의 방침을 반영한 것이지만, 예민한 쟁점의 합의사항은 양국 정상회담을 거쳐 발표한다는 외교관례를 어긴 셈이다.

 

우리 정부가 "약탈된 외규장각 도서는 당연히 반환되어야 하고, 양국 정상회담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혀왔다는 점에서 양국이 모종의 합의를 이미 한 상태에서 정상회담까지 발표 시기를 일부러 늦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FTA 추가협상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이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에 자국 기자들에게 '미국에서 계속 협상하기로 했다'고 말해버렸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냐?"고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나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상대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런 발표를 할 수 있는 거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사르코지 발언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이 아니다. 회담이 끝난 후 답변드리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태그:#사르코지, #외규장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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