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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지역 한 중학교가 창의·인성교육을 한다며 학생들에게 분양한(=나눠준) 저금통에 돈을 모아올 때마다 생활기록부에 모금사항을 기재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선의의 마음을 경쟁으로 부추기고 생활기록부에 기록해 일종의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한 '스펙' 쌓기로 하는 것은 비교육적 행위라는 지적이다.

 

부평의 ㅅ중학교는 올해부터 학생들의 창의·인성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행복과 사랑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학교 예산으로 구입한 저금통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9월 6일부터 10월 30일까지 '사랑의 모금운동'을 진행했다.

 

이렇게 모은 총금액은 315만 2700원이었으며, 학교 측은 학생·학부모·교사 대표로 구성한 '행복 사랑 나눔 운영위원회'에서 장학금 액수를 결정하도록 하고 지난 12일 학생 16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학생은 담임교사가 추천했으며, 사정에 따라 1인당 10만 원에서 30만 원을 각각 지급했다. 학교는 이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지역일간지에 보도되기도 했다. 학교는 11월 5일부터 12월 24일까지 2차 사랑의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논란은 학교가 사랑의 모금운동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금사항(모금운동 참여유무)을 생활기록부의 '특별활동상황 봉사활동 특기 사항'란에 기재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이 학교는 지난 15일자로 "'사랑의 모금운동' 프로젝트 참여여부를 생활기록부 특별활동상황 봉사활동 특기사항란에 기록해 참여학생들의 성장과 진로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라고 적혀있는 가정통신문을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이 학교는 지난 5월에도 '월드비전 사랑의 빵 저금통 모으기'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 중 3000원 이상을 낸 학생들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려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학부모 B씨는 17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모금 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는 것은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한 '스펙' 쌓기로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그럼 정말 모을 돈이 없는 어려운 학생들은 소외될 것이다. 이런 방식은 학생들의 선의의 마음을 경쟁에 이용한다는 느낌이 강해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정명숙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중등북부지회장은 "선행마저 경쟁시키고 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은 선한 목적을 악하게 만드는 수단이고 비교육적인 처사"라며 "학교는 생활기록부 기록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ㅅ중학교 교장은 "요즘 학생들은 이기적인 부분이 많은데 이를 통해 어려운 이웃도 돌아보고 학생들의 창의·인성을 향상시키면 좋은 것 아니냐"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가 중요하기에 이를 반영시키는 것이고, 학생들의 형편에 따라 담임이 모아온 금액을 보고 생활기록부 기재 여부를 판단할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안영화 북부교육지원청 창의인성교육과 담당 장학사는 "모금운동은 학교에서 판단해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모금한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학교와 연락해서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모금운동, #입학사정관제, #인천, #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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