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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엘 공원의 아름다움

건축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귀엘 공원
 건축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귀엘 공원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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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족성당에서 귀엘 공원(Park Güell)으로 가려면 디아고날 거리로 간 다음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레셉스 광장까지 가야 한다. 여기서 다시 동북쪽 달트 거리를 따라 엘 카르멜 산으로 올라가면 귀엘 공원을 만날 수 있다. 귀엘 공원은 넓은 정원을 가진 주택으로 카르멜 산중턱(해발 150m)에 만들어졌다. 현장에 가보면 정원이라기보다 공원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 정도로 크고 넓다. 그래서 아마 귀엘 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귀엘 공원은 기업가인 에우세비 귀엘(Eusebi Güell) 백작의 주문으로 1901년 만들기 시작했다. 1단계로 1903년까지 산을 깎아 15ha에 이르는 부지조성작업을 했다. 2단계 사업으로 1904년부터 도로를 건설하고 광장을 조성하고 시장을 만들었다. 공원의 가운데 있는 중심 광장 아래로는 기둥을 세워 시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공원의 외벽을 만들고, 공원 입구에 일종의 분양사무소를 만들어 주택을 분양하려고 했다.

가우디의 집
 가우디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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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62개 구역으로 나누고 주택을 지어 분양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두 개의 주택 공사가 시작되었다. 하나는 법률가인 마르티 트리아스 도메네크에게 분양되어 1906년 건축가 줄리 바틀레벨에 의해 완성되었다. 다른 하나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집으로 1906년 건축가 프란세스크 베렌구에르에 의해 완성되었다. 가우디는 가족들과 함께 이 집으로 이사해 1925년까지 살았다. 1925년부터 가우디는 성가족성당을 완성하기 위해 성가족성당으로 이사했다.

그러나 그후 주택은 더 이상 지어지질 못했다. 20세기 초만 해도 이곳이 시내 중심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이 좋지 못하고 또 주변에 집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분양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10년부터 1913년까지 3단계 작업이 이루어져, 중앙광장 주변에 아름다운 벤치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공원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그곳에 있던 귀엘 백작의 저택에 대한 확장과 수리 작업이 1910년에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현재 귀엘 공원에는 세 채의 주택이 있는 셈이다. 귀엘 백작의 저택은 1918년 그가 죽은 후 가족들이 살다, 1922년 바르셀로나 시 당국에 기증되어 시립학교가 되었다. 그리고 가우디의 집은 가우디의 친구들이 만든 재단에 넘겨져 가우디 박물관이 되었다. 가우디 박물관은 현재 현관, 거실, 침실, 주방 등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가우디가 만들고 사용한 가구와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 다른 주택인 도메네크의 집에는 현재 그 후손들이 살고 있다.

보행자길
 보행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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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귀엘 공원에 도착하면 주차장이 있는 동쪽에서 관광을 시작한다. 그것은 남쪽의 정문에 주차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동쪽 문으로 들어가 아치형식으로 돌을 쌓아 만든 길을 따라 구불구불 내려가면 정문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특이한 보행자 길은 가우디가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해서 만들었다. 보행자 도로 중간 중간 벤치에서 사람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다. 또 비도 피하고 바람도 피할 수 있어선지 거리의 악사가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정문에 도착한 우리는 분양사무실과 숙소로 쓰였던 두 개의 건물에 주목한다. 동화적인 요소가 가득한 집으로 건축적인 측면뿐 아니라 조각적인 측면에서 정말 독특하고 환상적이다. 이것을 보면 그림(Grimm) 동화에 나오는 '핸젤과 그레텔'의 집을 연상하게 된다. 여기서 길은 계단을 통해 중앙광장 아래 이포스틸라 홀(Sala Hipostila)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88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이포스틸라 홀은 원래 시장으로 조성되었던 것이다.

뱀의 머리 조각
 뱀의 머리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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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주변에는 타일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중간에 카탈루냐의 문장인 뱀의 머리가 조각되어 있다. 그 뒤로는 타일로 오색영롱하게 장식된 용 모양의 도마뱀이 입으로 물을 내뿜고 있다. 이것은 분수 개념과 폭포 개념을 함께 지니고 있다. 계단 위 평지에 조성된 이포스틸라 홀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기둥과 천정 그리고 천정을 장식한 타일 작품이다.

타일조각을 붙인 벤치
 타일조각을 붙인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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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은 신전의 석주처럼 웅장하고, 천정은 음향을 고려해 들쑥날쑥하게 만들었으며, 타일장식은 밝고 오묘하면서도 예술적으로 만들었다. 도자기, 타일, 콜라주 기법을 결합해서 새로운 차원의 예술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작업은 가우디의 제자인 요셉 마리아 후홀(Joseph Maria Jujol: 1879-1949)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후대 미술사가들은 이 기법이 초현실주의와 추상 페인팅의 선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귀엘 공원에서 바라 본 바르셀로나 풍경
 귀엘 공원에서 바라 본 바르셀로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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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스틸라 홀에서 다시 옆으로 지붕이 있는 보행자 도로를 한 바퀴 돌아가면 중앙광장에 이를 수 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벤치다. 이벤치 역시 후홀의 작품이다. 사람들은 이곳에 앉아 쉬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공원 아래쪽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귀엘 공원에서 바르셀로나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중앙광장이다. 이곳에서 보면 가우디가 설계한 성 가족 성당과 바르셀로나 항구 그리고 지중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20세기 초의 건축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카사 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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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엘공원을 보고 나서 우리는 바르셀로나 최대 번화가인 람블라 거리로 간다. 중간에 그라시아 거리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카사 밀라(Casa Mila: 1906-1910)와 카사 바트요(Casa Batllo: 1904-1906)를 볼 수 있다. 가우디가 지은 건물로는 카사 비센스(1878-1885), 귀엘 궁전(1885-1890), 카사 칼베트(1898-1900) 등이 있다. 그러나 성가족성당, 귀엘 공원 다음으로 유명한 것이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다.

우리가 먼저 보게 된 것은 카사 밀라다. 카사 밀라는 페레 밀라 캄프스가 카사 바트요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감동해서, 1620㎡의 땅을 구입해 가우디에게 건축을 부탁한 집이다. 이 건물은 전체적으로 돌산과 같은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건물을 라 페드레라(La Pedrera)라고 부른다. 가우디가 죽은 다음 이 건물은 밀라의 아내에 의해 1층이 루이 16세 양식의 전통적인 침실로 바뀌었다고 한다.

카사 밀라
 카사 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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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부 사람은 이 건축에서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연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창문 밖에 있는 철제장식이 파도에 밀려오는 해조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가우디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자연을 모델로 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카시 밀라에서는 지붕 위의 굴뚝도 특이한데, 집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느낌이 든다. 타일로 장식한 굴뚝의 형태와 색상이 아주 인상적이다.

카시 밀라가 있는 사거리 길 건너편에 있는 카사 바트요는 요셉 바트요 카사노바스의 의뢰로 가우디가 지은 주택이다. 1901년 건축 허가를 받은 다음 1904년 설계 변경을 했고 1906년 완성되었다. 건물 정면은 푸른색, 초록색, 자주색 톤을 섞어 은근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아래 이층의 발코니와 위 세 층의 특이한 창문틀이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도 잘 어울린다. 꼭대기 층에 있는 용의 비늘 모양 지붕과 탑도 아주 인상적이다.

카사 바트요
 카사 바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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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카사 바트요가 베네치아 카니발 풍경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2층 발코니는 마스크(가면)를 쓴 모습이고, 벽의 다양한 색상은 축제 때 뿌려지는 색종이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붕의 왕관 모양은 어릿광대의 모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은 카달루냐의 수호성인인 성 게오르게가 거대한 용을 물리치는 장면을 보여준다고도 말한다. 여하튼 카사 바트요는 날렵한 선과 아름다운 색상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우디의 예술관과 건축관

식물을 응용한 성가족성당
 식물을 응용한 성가족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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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는 모더니즘 건축가였다. 그에 의하면 모든 예술작품은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예술작품에는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보편타당성(universality)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독창성으로 인해 매력적인 요소가 사라질 경우 그것은 예술작품이 아니다.

그는 또한 색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지금까지 장식에는 색이 들어갔고 앞으로도 계속 색이 들어갈 것이다. 자연 속의 물건치고 우리에게 단조롭고 통일적으로 보이는 경우는 없다. 식물, 토양, 지형, 동물 등 모든 것은 생동감 있는 색의 대비(contrast)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건축을 이루는 요소들에 색을 칠해야 하는 이유다.

독창적인 타일의 색
 독창적인 타일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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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건축가는 막연히 장식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구체적인 방식으로, 즉 기하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각각의 기능에 맞는 형태를 찾아내고 특성을 부여하는 것이 건축가의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가는 개성과 독창성을 지닌 종합예술가다. 여기서 독창성이란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독창성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단순성(simplicity)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쉬운 람블라 거리

람블라 거리
 람블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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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람블라 거리 구경만 남았다. 그런데 람블라 거리의 출발점인 카탈루냐 광장에 도착하니 벌써 5시 30분이다. 6시까지 시간을 줄 테니 30분만에 람블라 거리를 구경하고 오라고 가이드가 말한다. 정말 말이 안 된다. 내가 저녁식사 시간을 뒤로 좀 늦추자고 부탁을 해도 소용이 없다. 이게 바로 단체여행의 문제점이다. 할 수 없이 나와 아내는 초스피드로 람블라 거리를 돌아본다.

마침 겨울을 마감하는 세일이 시작되는 토요일이어서 거리에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그들 사이에서 거리의 악사가 음악을 연주하고, 마임예술가가 판토마임을 보여준다. 익룡탈을 뒤집어쓰고 애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도 보인다. 주변에 보니 한국 사람들이 중저가 브랜드로 선호한다는 자라와 망고 판매점도 보인다. 시간이 나면 들어가 구경도 할 텐데 그럴 여유가 없다.

카사 바트요 야경
 카사 바트요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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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안내소에 들러 지도와 팸플릿 그리고 카탈로그를 얻어 대충의 노선과 건물을 정하고 그냥 겉만 보고 다닌다. 책방에 들러 지도책도 하나 사려고 하는데 비교해보면서 살 시간도 없다. 아내는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한다. 우리는 마음만 바쁘게 돌아다니다 다시 버스로 돌아온다. 버스는 6시에 식당으로 향한다. 가면서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의 야경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카사 바트요의 야경이 꽤나 환상적이다.

이제 저녁을 먹고 호텔로 가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호텔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다시 나올 수도 없다. 아쉽지만 이제 바르셀로나와는 작별을 고해야 한다. 내일 아침 호텔에서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이동, 암스테르담까지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그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서울로 갈 예정이다. 항상 시간에 쫒기는 게 여행이라지만,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시간은 정말 너무 빨리 지나갔다. 아쉽기도 하고 또 안타깝기도 하다.


태그:#귀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가우디의 건축, #람블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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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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