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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정녕 신의 선물인가.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적은 나의 봄은 이제 몇 번이나 남은 것인가. 해가 갈수록 봄이 오면 그저 마음은 선물을 가득 안은 것처럼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10일 부산 해운대 장산을 올랐다.
 

장산은 봄이면 진달래가 명품이다. 특히 폭포사에서 옥녀봉 오르는 길은 진달래가 꽃의 제전을 연 길같다. 지난 3일에는 기장군 산선상에서 장산까지 이어진 진달래 꽃길을 걸었다.
그때보다 진달래가 만개하여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이번 산행은 반대로 장산에서 앵림산까지 이어진 '진달래 명품 꽃길'을 걸었다. 이 '진달래꽃길'은 아직 널리 알려진 길이 아니다. 그래서 호젓했다. 호젓하게 진달래 만발한 꽃길을 걷자니 혼자서 보기 아까운 생각이 들어 카메라에 찰칵찰칵 넘치도록 찍어왔다.
 

진달래꽃 흐드러지게 만발한 산길에는 노란 산수유와 노란 개나리도 한데 어울려 알록달록 봄의 수채화를 그리며 피었다. 진달래는 우리꽃. 우리나라의 어느 장소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그 꽃은 지역마다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그런 꽃이다.
 

어릴적 막내누나랑 진달래(일명 참꽃)을 따러 많이 다녔다. 참꽃 따라 이산 저산 바구니 들고 산을 헤매던 막내누나도 이제는 나이가 많은 노인이 됐다. 나는 누나가 네 명이나 된다. 그 누나들 중 큰누나는 세상을 뜬 지 벌써 몇 해나 된다.  
 
진달래술이 피로회복에 좋다고 해마다 정성들여 아버지께 진달래술을 담아드리던 어머니도 세상 뜬 지 벌써 오래이다. 살아 있으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 둘 먼저 보내는 마음이 저 핏빛 진달래꽃 빛깔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새삼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하니 진달래의 전설 하나 문득 생각난다. 아주 먼 옛날 임금님이 억울하게 죽어 그 영혼이 두견이가 되었는데 그 새가 토한 피가 일명 두견화(진달래)가 되었다고 한다. 진달래꽃은 왠지 가슴을 찡하게 하는 그런 꽃같다.
 

진달래 꽃길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장산 폭포사' 입구에서 시작해서 폭포의 개울물을 건너서 이어지는 길을 걸어서 옥녀봉까지 진달래가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었다. 그러나 걸을수록 산은 한적했다. 인적이 적은 숲길에 접어두니 휘파람새들이 후르르 후르르 노래했다. 부산의 속살이 환히 보이는 옥녀봉 정상에 올라오니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등산객들이 봄의 제전에 참가한 신선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고 나를 반기는 듯 바위돌마다 앉아 있었다.
 
봄철의 숲속에서 솟아나는 힘은 인간에게
도덕상의 악과 선에 대하여 어떠한 현자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 W. 워즈워스 시, <시집>에서
 

다시 길은 장산 억새밭 지나 안적사에 닿아 모처럼 대웅전에 들어가서 삼배하고 다시 반송고갯길로 해서 장산마을에 닿아 산행의 원점의 폭포사에 닿았다. 우수수 바람이 불 때마다 꽃비가 내렸다. 정말 일주일간의 피로가 진달래 꽃술이라도 마신 듯 확 풀리는 듯 했다. 다음 주까지 진달래가 피어있을까. 다음 산행에는 진달래 꽃을 따서 술이라도 담아볼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장산 이용 교통편의 안내,지하철 : 지하철2호선(해운대방면) 이용하여 장산역에서 하차 → 도보 10분 거리. 일반버스 : 서면 : 5번 버스 이용하여 해운대 대림1차 아파트 하차. 부산역 : 40번 버스 이용하여 해운대 대림1차 아파트 하차. 해운대 : 5번, 36번, 100-1번 버스 이용하여 대림1차 아파트 하차. 남포동 : 1003번 버스 이용하여 해운대 대림1차 아파트 하차. 해운대 역 앞에서 폭포사 가는 마을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마을 버스 시간은 5-10분 간격으로 있다.




태그:#진달래, #꽃길, #선물, #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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