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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처방지시를 받은 간호조무사가 실수로 자외선 치료기의 수치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환자가 화상을 입은 사안에서, 법원은 간호조무사의 단순 실수로 판단해 처방 지시를 내린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에서 피부과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34, 여)씨는 2009년 12월 자신의 병원을 찾은 백반증(멜라닌 세포의 파괴로 인한 피부색소 이상 질환) 환자인 B(48, 여)씨를 진료하고 간호조무사인 C(29, 여)씨에게 자외선 수치를 '420mJ'로 한 자외선치료 처방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C씨는 자외선 치료기의 수치를 '4200mJ'로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B씨에게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표재성 2도 화상을 입게 했다. C씨는 8년차의 숙련된 간호조무사였고, 위 병원에서 근무하며 자외선치료를 담당한 지도 5개월이나 됐다.

이로 인해 의사 A씨와 간호조무사 C씨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 이규철 판사는 2010년 8월 A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하고, C씨에게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이 사고는 숙련된 간호조무사인 피고인 C씨가 자외선 수치의 숫자를 잘못 입력하는 지극히 단순한 실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인 A씨가 이를 예상하기는 어려웠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A씨에게 직접 자외선치료 현장에 입회해 피고인 C씨의 자외선치료 행위를 직접 감독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사는 "의사 A씨가 업무상과실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자외선치료 행위를 직접 감독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대구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현환 부장판사)는 최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의사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해 일일이 지도·감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ㆍ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행위인지 여부는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의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5개월가량 치료를 받아오던 피해자에 대한 치료는 의사의 진료 후 처방지시에 따라 간호조무사가 자외선 치료기를 이용한 자외선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대략 300~450mJ 사이의 자외선 수치가 처방된 사실, 사고 당일 피고인은 진료차트에 자외선 수치를 420mJ로 기재해 간호조무사인 C씨에게 지시했으나, C씨가 자외선 치료기를 조작하면서 '420'이 아닌 '4200'으로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사고에 이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자외선 치료기를 이용한 치료행위는 의사가 처방한 자외선 수치를 지키는 한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평소 피해자에 대한 자외선 치료를 의사의 처방지시에 따라 간호조무사가 담당해 왔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점, 또한 자외선 치료기는 0부터 9까지 숫자 버튼으로 바로 입력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작동되므로 의사가 입회하지 않더라도 간호조무사가 자외선 치료기의 조작방법에 관해 오류를 일으킬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C씨는 경력 8년째의 숙련된 간호조무사로 위 병원에서도 5개월 정도 근무하면서 자외선 치료기를 이용한 처지를 담당해 왔고, 이 사고 직후 자신의 실수를 곧바로 인식하고 의사인 피고인에게 상황을 보고한 점 등으로 미루어 자외선 치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그 조작행위까지 의사로부터 직접적인 지시·감독을 받아야 할 정도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고는 숙련된 간호조무사인 C씨가 자외선 수치의 숫자를 잘못 입력하는 지극히 단순한 실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이를 예상하기는 어려웠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직접 자외선치료 현장에 입회해 간호조무사인 C씨가 자외선치료 행위를 직접 감독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이 지도·감독에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자외선 치료기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이 사고는 숙련된 간호조무사인 C씨가 자외선 수치의 숫자를 잘못 입력하는 단순한 실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서, 이로 인한 화상은 자외선 치료기에 의한 치료행위의 발생예상 위험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피고인에게 예상 위험범위 밖에서 일어나는 결과 내지 그에 대한 대처방법까지 미리 고지해야 할 설명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업무상과실, #간호조무사, #피부과 의사, #화상, #자외선 치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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