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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이 되면서부터 가정의 주도권은 대부분 어머니가 갖고 있다. 우리들의 아버지는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소외되고 지치고 고단하다. 중년남성이 모여 결성한 양산 좋은아버지합창단은 그런 의미에서 고무적이다.

 

경남 양산에서 처음 탄생한 중년남성들의 여가활동 모임인 좋은아버지합창단(단장 김명관 양산시민신문대표)은 지난 2009년 10월 3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직장인 아버지 18명으로 구성된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이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엄정행 교수의 음악연구소에 모여서 지도받으며 지속적으로 연습을 해 왔다. 그동안 부산, 양산, 함안, 사천 등 경남지역에서 초청을 받아 10여 차례의 무대공연을 펼쳐 실력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26일 오후 7시 30분 양산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좋은아버지합창단의 창단연주회가 열렸다. 우중에도 불구하고 대강당에는 축하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내빈들과 관객들 모두 진지한 태도로 단상에 오른 18명의 좋은아버지합창단 단원들을 주목했다.
 

우리나라 성악계의 대부 엄정행음악연구소 주최, 양산시민신문 및 좋은아버지합창단 주관, (사)한국음악협회양산지회 후원으로 열린 좋은아버지합창단연주회의 지휘는 박우진씨가 맡았다. 박씨는 경희대음악대학 및 동대학원졸업, 보광고교교사, 양산 윈드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이며 고신대학교 외래교수다.

 

 

지휘자의 손끝에 따라 좋은아버지합창단이 부르는 노래 소리로 실내를 가득 채웠다. '보리밭, '가는 길', '우리들은 미남이다',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 등 5곡을 연이어 노래했고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서 최정기, 박명희의 2중창이 이어졌다. 양산시민신문 러브 엔젤스 중창단이 특별출연은 관중들을 마치 동심의 세계로 다시 돌아간 듯 만들었다. 해맑은 모습으로 부르는 노래 소리는 어린 천사들 같았다. 어린 천사들은 '아빠 힘내세요'를 포함한 3곡의 노래로 관객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우중에도 불구하고 양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과 내빈들은 한 곡 한 곡 합창이 끝날 때마다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고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관중들은 앙코르, 앙코르를 외쳤고 두 곡을 더 선사하였다. 마지막으로 무대위의 합창단들과 관중들이 하나 되어 해바라기의 노래 '우리 살아가는 동안에~'로 하나 되어 부르면서 막을 내렸다.

 

양산 좋은아버지합창단은 이번 창단연주회를 기점으로 매년 5월마다 정기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찾아가는 음악회,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연주 등 다양한 포부를 갖고 있는 중년남성들로 구성된 이 합창단의 활동이 주목된다. 선한 일, 소외된 사람들과 불우한 이웃들에게 희망과 사랑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멋진 좋은아버지합창단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을 향하여, '힘내세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음악회의 여운이 길게 남아 있었다. 이 세상에 음악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문득 생각해 보았다. 안 그래도 현대인의 팍팍한 현실 속에서 얼마나 어렵고 힘이 들까. 음악이 있어서 이 세상은 그래도 밝은 것이 아닐까. 세상에는 이름도 다 알 수 없이 많은 악기들이 있지만 그 많은 악기들 가운데 가장 좋은 악기는 바로 인간의 목소리가 아닐까.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목소리를 주셨다. 목소리는 신비다. 음악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씨앗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영화 <미션>에서 원주민들의 마음을 처음 연 것은 음악이었다. 영화 <코러스>는 아카펠라로 노래하는 소년들의 모습이 나온다. 문제아들로만 구성되어진 학교에 실패한 작곡가 선생님이 부임하면서 합창단을 만든다. 함께 노래하면서 아이들은 변해 가는데 딱딱하게 굳어있던 아이들의 얼굴이 활짝 피어난다. 그들이 하나 되어 노래하는 그 모습은 감동과 전율로 가슴 뭉클하게 했다. 영화 <신과 함께 가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악기 없이 오직 목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수도사들, 그 목소리는 천상의 노래였다. 두 영화 모두 남성들로 이뤄졌다. 여성들의 고운 목소리도 아름답지만 남성들로만 구성된 중창단이나 합창단의 노래를 들을 때가 가끔 있는데, 여성들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목소리의 신비를 느꼈던 기억이 새롭다.

 

좋은아버지합창단의 아름다운 합창이 아버지들의 축 처진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위로를 주고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등 뒤의 보이지 않는 후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정과 직장을 오가며 생계를 위해 애쓰느라 숨 가쁜 아버지들, 일하는 기계로 전락한 아버지들이 이런 좋은 여가로 기를 펴고 힘을 얻고 더 멋진 중년남성들로 우뚝 설수 있기를. 음악을 통해 더욱 풍요로운 삶과 행복한 아버지들이 되어서 좋은 가정을 힘차게 만들어 가게 되기를. 음악은 분명 기적이다. 변화의 씨앗을 품고 있다.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을 향하여 '힘내세요!'


태그:#좋은아버지합창단, #창단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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