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선발 오디션 현장

피겨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선발 오디션 현장 ⓒ 곽진성


지난 8일~12일까지, 태릉 실내빙상장에서는 특별한 오디션이 진행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한 <아이스댄스 으 육성 테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은 2000년대 들어 여자 싱글 종목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피겨 여자 싱글에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김연아) 획득이란 금자탑도 쌓았다. 하지만 그 외 다른 피겨 종목(아이스댄스, 페어)의 열악함은 여전했다.

아이스댄스의 경우, 양태화-이천군, 김혜민-고 김민우 선수를 끝으로 선수의 맥이 끊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선수 육성의 필요성을 실감, 아이스댄스 선수 모집에 발벗고 나섰다.

이번은 그 첫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12일까지 진행된 테스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 국내 선수는 물론, 해외에서 활동중인 피겨 유망주들까지 대거 등장, 한국 피겨의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물론, 첫 시작이기에 아쉬움도 있었다. 희망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피겨판, '위대한 탄생' 그 특별한 오디션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현장] 피겨판 '위대한 탄생',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팀 선발 오디션!

 태릉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 테스트> 현장, 김환진 선수와 클라우디아 뮬러선수

태릉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 테스트> 현장, 김환진 선수와 클라우디아 뮬러선수 ⓒ 곽진성


8일, 오후 4시에 열린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팀 선발 1차 테스트> 현장은 다소 어수선했다. 처음 접한 '아이스댄스 오디션'에 대해, 선수와 심사위원 모두 생소한 모습이 역력했다. 선수들은 테스트 분야였던 스트로킹, 스텝, 트위즐 등에서는 진지한 자세로 임했지만, 이어진 '자유연기'에서는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53명(남자10명+여자43명) 참가 선수들의 스케이팅은 '아이스댄스'에 익숙치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의 안무를 지도하는 세르게이 아스타쉐프 코치는, 날카롭게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이날 심사를 맡은 세르게이 코치와 3인의 심판진에게선 평창 동계 올림픽의 주역을 꼽고자 하는 열의가 강해 보였다.

세르게이 코치와 심판진은 53명의 참가 신청 선수 중, 총 36명(남자 9명+여자 27명)을 1차 합격 시켜 3일간의 특별 훈련을 진행했다. 10명이 출전한 남자 스케이터들은 김환진 선수를 비롯한 9명의 선수들이 대거 합격했다. 여자부에서는 김 레베카 선수를 비롯한 27명의 선수들이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 12일,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오디션 현장 ⓒ 곽진성


12일 열린 2차 테스트에서 선수들은 이전보다 한 단계 발전한 스케이팅을 선보였다. 주목할 만한 선수가 여럿 눈에  띄었다. 남자 스케이터의 경우, 김환진 선수가 주목받았다. 남자 싱글 무대에서 유망주로 손꼽히는 김 선수는 이날, 힘찬 스케이팅으로 '아이스댄스 대표 선발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세르게이 코치는 그와 함께, 김레베카, 클라우디아 뮬러, 서주희 선수를 함께 스케이팅 시키며 가능성을 시험했다. 파트너를 맞춘, 여자 선수들 중에는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엿보였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국을 찾은 피겨신동 김 레베카(13)는, 뛰어난 스케이팅 스킬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국가대표 상비군 클라우디아 뮬러(14)도 훌륭한 스케이팅을 선보였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현지(17), 서주희 선수(14)의 스케이팅도 이날, 시선을 잡아둘만큼 눈에 띄었다.

첫 아이스댄스 오디션, 참가 선수들 "많이 배웠다"

 오디션을 기분좋게 끝낸, 김 레베카, 김환진 선수

오디션을 기분좋게 끝낸, 김 레베카, 김환진 선수 ⓒ 곽진성


5일간 테스트, 훈련을 거치며 연습에 임한 선수들은 한 단계 더 발전해 있었다. 김환진(15) 선수는 이번 오디션에서 배운것이 많다며 웃었다.

"이번 테스트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함께 모여 실력을 쌓는 경우가 흔하지 않는데,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평소, 아이스댄스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기회를 통해 좀 더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대학입시 등의 고민이 있어) 싱글을 해야할지, 아이스댄스를 해야할지 고민이 있는데, 많이 생각해보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김환진 선수는 여럿 여성 스케이터와 함께 스케이팅을 한 소감도 밝혔다. 특히 김 레베카 선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레베카 선수와 함께 스케이팅을 해봤는데, 기술이 너무 좋았습니다. 엣지 쓰는게 남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보통 남자 스케이터가 스케이팅을 이끌어가는데, 레베카는 자신이 이끌어 가기(리드)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한국을 찾은 김 레베카 선수에게도. 이번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 테스트>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김 선수는 또래 스케이터들과 함께 훈련을 한 소감을 밝혔다.

"훈련을 할 때, 한국 말이 많이 나와서, '어, 한국말을 왜케 많이들 하지?' 이런 생각을 했어요. 뒤늦게 '아, 여기가 모스크바가 아닌 한국이었지' 실감을 했습니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아직 정확하지 않아요! 그래도 다른 선수들과 같이 훈련해 즐거웠습니다."

김환진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안무 코치인 세르게이와의 훈련 소감에 대해선, "말이 안통해서인지 눈이 무서웠지만, 좋아요"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옆에서 듣고있던 김 레베카 선수는 "저는, 외국에서 그런 인상을 많이 봐서인지 코치님이 안 무서워요(웃음)"라고 미소를 지었다. 뛰어난 스케이팅으로 주목받은 두 선수는 오디션의 끝에서 환하게 웃었다.

 아이스댄스 테스트에 임한 서주희 선수

아이스댄스 테스트에 임한 서주희 선수 ⓒ 곽진성


이번 대회 도전이 새로운 전환점이 된 선수도 있었다. 서주희 선수는 김 레베카, 클라우디아 뮬러(14)등과 함께, 김진환 선수와의 스케이팅을 맞춰봤다. 피겨여자싱글에서 싱크로나이즈드 피겨로 무대를 옮긴 서 선수는 이번 오디션에 임한 소감을 말했다.

"싱글에서 싱크로나이즈드 피겨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런 때 아이스댄스 선발전에 임하게 돼 흥미로웠습니다. 아이스댄스는 혼자서 잘해도 함께 맞추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시간이 유익했습니다."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팀 선발 유무와는 별도로, 세르게이 코치와 함께한 5일간의 '아이스댄스 훈련'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 듯 보였다.

10명의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팀 선발, 희망 쏠까?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선발 테스트, 김 레베카 선수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선발 테스트, 김 레베카 선수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 곽진성


대한빙상연맹은 14일, 오후 5시 공지를 통해 10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결과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좋은 스케이팅을 보여준 몇몇 선수들이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육성팀으로 선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스케이팅 기술 외에, 심사위원과의 면담 과정에서 여러 '현실적 고려'가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해외에서 사는 선수들의 국내 체류 문제, 여자 선수의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남자 선수 문제, 또 아이스댄스에서 중요시되는 남녀 파트너 간의 조화등은, 이번 선발의 중요한 '심사 요소' 였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발된 국가대표 아이스댄스 선수는 총 10명이었다. 남자 차오름(서울 삼육대1), 이명수(부산 외국어대1), 전태호(서울 한영고2), 장원일(인천 연화중2), 오재응(부천 고강초 6), 여자 이현지(군포 수리고 2), 클라우디아 뮬러(서울 홍은중 2), 이세진(서울 신목중2), 양시진(서울 방이초6), 김지원(서울 한성화교초6)선수가 발탁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스 대표'를 꿈꾸며 시작된 첫 오디션, 결과는 기대와 함께 약간의 아쉬움을 갖게 했다. 하지만 한국 피겨스케이터들의 많은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 이번 국가대표 아이스댄스 선수 선발 테스트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14일, 10명의 국가대표 선발 명단 발표와 함께, 대한민국 피겨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스 무대' 도전도 화려화게 막이 올랐다. 선발된 이들이 '위대한 탄생'처럼 최고의 결과를 맺을 수 있을지, 피겨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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