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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금광동 월명산 아래 자리한 동국사 입구
 군산시 금광동 월명산 아래 자리한 동국사 입구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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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쯤 되었을까. "교회 장로에게 신장(腎臟)을 기증하고, 보시(布施)도 종교의 벽을 허물면서 수행하는 스님이 한 분 계시다"라는 얘기를 후배에게 듣고 호기심이 동했다. 소문의 주인공은 당시 군산 동국사 총무 종걸(宗杰) 스님.

후배 역시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집사이며. 군산시 의원(2006~2010)을 지냈다. 후배 배형원(52세)씨는 "시의원 시절 불우이웃 돕기 사업을 하면서 종걸 스님을 몇 차례 뵈었다"며 "무척 소탈했으며 역사의식과 통찰력이 높은 스님으로 보였다"라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엉덩이가 들썩여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하여 며칠 후(10월 6일) 종걸 스님을 만나러 금광동 월명산 아래 자리한 동국사(주지 종명스님)를 찾았다. 알려졌다시피 동국사는 1909년 일본 승려(우찌다)에 의해 개창되었으며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이다.

"베풀되 베풀었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동국사 스님들이 거처하는 요사
 동국사 스님들이 거처하는 요사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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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걸 스님(57세)과 동국사 요사(寮舍)에서 마주 앉았다. 지금은 군산 성불사 주지(10월 12일 부임)로 포교에 열심인 스님이 살아온 얘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인터뷰를 사양하는 스님에게 "인터뷰에 응해주시는 것도 일종의 보시입니다"라고 하니까 허허 웃었다.

경남 함양이 고향인 종걸 스님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거창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원광대 대학원을 거쳐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조계종 국제포교사, 법무부 교정위원, 군산대 대불련 지도법사, 군산경찰서 경승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국사 부임(2005년) 후 첫 사업으로 항상 굳게 잠겨 있던 철 대문을 용접기로 잘라낸 스님으로 유명하다. 마당에는 아이들 놀이터를 마련하고 미끄럼틀도 비치해놓았다. 멀리서 찾아오는 관광객은 물론 이웃 주민과도 24시간 소통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하면서 겸연쩍어하는 종걸 스님.
 인터뷰에 응하면서 겸연쩍어하는 종걸 스님.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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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걸 스님은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베풀되 베풀었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인터뷰도 사양했단다. 순간 송년의 달 12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종걸 스님과 1문 1답.

- 성경 구절(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 교훈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떻게 스님이 되셨는지?
"어려운 질문인데요. 학창시절에는 교회를 자주 다녔지요. 그러나 머릿속에는 철부지 시절에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봤던 절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도 내 고향은 절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죠."

- 그래도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우산(友山) 송하경 교수(1942년생, 서예가)에게 서예를 배울 때였어요. 전시회 작품을 고르다가 부처가 열반하기 전에 설법을 기록한 <열반경>의 '나고 죽고 하는 과정에서 모든 걸 잊고 버리는 곳에 즐거움이 있다'라는 대목이 가슴으로 느껴졌어요.

독일 철학자 '모리 슈워츠'의 <마지막 수업>(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내용이 <열반경> 대목과 비슷했습니다. 사후 세계가 궁금해지더군요. 궁극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이 길로 들어서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 깊은 뜻은 아니지요."

- 국제 포교사가 하는 일은?
"불교를 전파하는 포교사는 승려나 신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포교 교육을 받은 후에, 포교사 자격고시에 합격해야죠. 아직 세계화가 되어 있지 않은 불교는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포교 활동을 하므로 중국어, 일어, 영어에 능통한 사람을 뽑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불교 집회, 통역, 한국인 학생들의 영어 교육 등을 하고 있습니다."

- 동국사에 부임해서 어려움을 느꼈을 때는?
"일본식 절이다 보니 숨기고 살았던 거예요. 떳떳하게 '일본식 절이다!'라고 내놓지 못했던 것은 국민 정서상 어쩔 수 없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문화의식 수준이 높아져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손님을 맞이하자니 정비가 필요하더군요. 그러한 뜻을 국회와 시청에 전달하고 지원받는 과정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 한편 보람도 있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아무래도 성직자이니까 신도가 많이 늘어나는 데서 보람을 느끼지요. 종교는 어렵고 가난한 이웃을 돌봐주는 포용력이 있어야 하는데 불교는 조금 부족합니다. 그래서 신도들과 사회 봉사활동도 다니고, 영세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농아 협회 등 소외된 형제들에게 소액이나마 지원을 해오고 있죠. 가정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못 내는 금강초등학교 학생들 급식비도 2년째 보내고 있습니다."

- 가장 뜻깊고 어려운 보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무런 보상도, 고맙다는 말조차 기대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어려운 이웃에게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보시일 것입니다. 저도 시신(屍身)을 기증했습니다만, 어머니가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것을 포함에서 몸으로 하는 보시가 가장 어렵고 뜻깊은 보시 아니겠는지요."  

- 언제, 무엇이 계기가 되어 시신을 기증하게 되었는지요?
"2001년으로 기억합니다. 지리산에서 3개월 동안 철야 기도하는 기간이 있었는데 정진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행의 근본을 지키면서 중생과 더불어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했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 아닌 한 가정을 살리는 일이니까요."

- 연고도 없는 교회 장로에게 신장을 기증했다고 하던데요?
"잘 모르셔서 그러는데 기증에는 '순수 기증'과 '일반 기증'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수혜자가 누군지 모르는 순수 기증을 했죠. 그런데 2003년 내장사에 있을 때 어느 교회 장로님에게 전화가 걸려왔어요. 처음엔 당황했는데, 장로님 부인이 장기기증을 했다고 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장기기증은 기증자와 수혜자가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게 편합니다. 인간인지라 마음이 변할 수도 있거든요."

- 57년 살아오면서 가장 존경했던 인물은?
"인간적으로는 목사님을 가장 존경합니다. 저를 가르치신 스승인데요. 거창고등학교 전영창(1917~1976년) 교장 선생님입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일본 고배 감옥에서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분이죠. 학생들에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라',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가라' 등을 요구하셨는데 학생일 때는 황당하더군요. 신앙적으로는 부처님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데,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아서 어려워요. (웃음) 불교계에서는 중앙승가대학 명예 총장이신 종범 스님을 가장 존경합니다."

"종교인들이 먼저 화합하는 모습 보여줘야·..."

‘군산시 종교인 평화합창제’를 앞두고 연습 중인 동국사 팔음조 합창단
 ‘군산시 종교인 평화합창제’를 앞두고 연습 중인 동국사 팔음조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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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잔잔한 음률이 가슴으로 파고들면서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종걸 스님은 오는 12월 3일(토) 오후 5시 군산 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1회 '군산시 종교인 평화합창제'에 참가할 동국사 '팔음조 합창단'이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종걸 스님은 "음악을 통해 이웃의 종교 문화를 이해하고, 상호 화합과 상생을 바탕으로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한편 지역발전에도 힘을 모으자는 취지로 행사를 계획했다"며 "종교인들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사회가 분열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무대에 오를 곡은 '감사미사곡', '이 믿음 더욱 굳세라', '고향의 노래', '신고산 타령', '머물고 싶은 그곳', '마음에 내리는 비', '예수 나셨네', '오 거룩한 밤', '선조의 신앙', '전능하신 하나님 찬양', '군산 찬가', '사랑으로' 등. 노래 제목에서 화합과 상생, 평화가 느껴졌다.

'군산시 종교인 연합회'가 주최하는 합창제는 기독교(성광교회 찬양대), 불교(동국사 팔음조 합창단, 흥천사 합창단), 원불교(군산지구 원음 합창단), 천주교(군산 남성 울림중창단) 등이 참가하며 자칫 을씨년스러워질 연말에 따스함과 풍요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종교인 합창제는 지방 소도시에서 개최되는 작은 행사이다. 그러나 남북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 다양한 계층에서 갈등과 불신이 증폭되고 있는 이때 청량제 같은 소식이었다. 특히 12월은 1년을 마감하는 송년의 달이어서 의미가 더할 것 같았다.


태그:#종걸 스님, #송년의 달, #시신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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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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