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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고시' 준비 1년 차, A씨(24)는 하루 종일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 한다. 한 언론사의 서류전형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초조함을 견디다 못해 인터넷 언론고시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이미 합격 문자를 받았다는 글들이 있다.

언론사 입사 시험이 외무·행정·사법고시와 함께 4대 고시 중 하나라는 농담이 있다.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선발하는 인원은 적기 때문이다. 덕분에 언론사 입사 시험의 또 다른 이름은 '언론고시'다.

실제로 현재 채용 진행 중인 한 지상파 방송국 공채에 기자직 지원자 1800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언론사 입사 시험에 정해진 틀은 없다. 하지만 대체로 1차 서류 심사, 2차 논술·작문과 상식 시험, 3차 실무평가, 4차 최종 면접의 순으로 진행된다. 언론사에 따라 3차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언론고시'에서 토익, 학점 등의 '스펙'은 상당히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대부분 언론사에 입사 지원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점, 토익 점수, 그 외 자격증 등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일부 언론사는 일정 토익 점수 이상을 가진 학생만 지원할 수 있도록 상한선을 긋기도 한다. 토익과 학점 등의 점수는 자기소개서와 더불어 1차 서류 심사의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기자준비생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기자가 되기 위해 높은 토익이나 학점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견해다. <한겨레>는 2010년, 2011년에 있던 공채에서 수험생들의 지탄을 받았다. <한겨레>는 나이나 학력의 제한이 없는 '열린 채용'을 지향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서류 심사의 기준은 토익·토플·KBS 한국어능력시험 등 공인 영어·국어 시험 점수였다. <한겨레>에 지원했으나 서류에서 탈락했던 최하영(24)씨는 "공들여 쓴 자기소개서가 무용지물이 됐다"고 허탈해했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토익·학점 등은 수많은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고, 지원자의 성실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는 의견이다. 김성훈(27)씨는 일반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기업 입사에도 토익이나 학점은 기본적인 요건'이라며 "언론사라고 해서 토익이나 학점을 배제한 채 지원자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사들도 인재 채용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을까. <한겨레> 인사팀 담당자는 "서류, 시험, 면접 등의 채용 단계만으로 우리 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언론사들은 최근 다양한 채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매일경제신문>은 자사가 주관하는 경제 능력 평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에게 입사 지원 시 가산점을 준다. <중앙일보>에서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톡트(TOCT) 시험으로 1차 지원자를 선발한다. <채널A>는 지원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3분짜리 동영상을 제출하도록 하며 <한국경제신문>은 '나는 기자다'란 이름으로 서바이벌 형식의 채용을 도입해 4명의 기자를 선발했다.

그러나 이런 채용 과정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가산점 때문에 수험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시험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 강호선(26)씨는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한경TEST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언론사의 입사 전형에 대해 남송현(25) 씨는 '언론사의 과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능 엔터테이너만 기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론사 입사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토익에 학점은 물론 경제 시험까지 수험생들이 준비해야 할 '스펙'이 더욱 늘어났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시험 방법이나 높은 점수가 아니라, 자신이 잘 표현된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내가 왜 토익에 매진하지 않았는지' '학점이 왜 이렇게 낮을 수밖에 없는지' 등을 표현할 수 있다. 이서희(24)씨는 "자기소개서를 통해 언론사에 대한 애정을 더욱 드러낼 수 있다"며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면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찾기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언론고시,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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