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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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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는 '가해자 보호'가 우선이다. 분명 때린 애들은 자기들이 해야 하는 역할을 한 것이고 맞는 애들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인천 계양구청 양궁팀의 신입 선수가 선배들로부터 가혹한 폭행을 당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해 폭행 가해자들은 보호되고 피해자가 오히려 소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담배 20개비 입에 물리고 불 붙였다")

정 교수는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인천 계양구청팀이나 양궁협회는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게 때린 애들은 자기 역할을 한 것이고 맞는 애들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스포츠계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업팀 선수나 이름 없는 선수들이 문제가 된 사건은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희준 교수는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 스포츠 폭력 사건 등에 관해 쓴소리를 냈던 스포츠 평론가다. 그는 평소 스포츠 국가주의, 1등 지상주의 등 한국 스포츠의 치부를 비판해 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30일 보도에서 인천 계양구청 양궁팀의 김아무개 선수가 선배들로부터 '담배 20개를 물리고 불을 붙이게 하는 등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경찰은 지난 2일 양궁팀의 가혹행위의 사실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폭력 피해자가 떠나야 하는 한국 스포츠계

정 교수의 말처럼 운동팀내 폭행 피해자가 계속 운동을 하게 된 경우는 드물다. 지난 2009년 9월 코치가 폭행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박철우 선수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박 선수가 팬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대한체육회가 스포츠계 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겠다며 '스포츠인권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해 "폭력 방지 방법은 '맞을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폭력을 방지하는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폭력을 조장하고 가해자를 보호하는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경찰이 이번 폭행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선배 선수들이 사법처리를 받으면 못 돌아오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가해자가 사법처리를 받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아도 이후 선수생활은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사건 이후 피해자 김아무개 선수는 "양궁을 그만 두겠다"고 밝혔다. 가해 선수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 교수는 "김 선수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겠느냐"며 "팀과 양궁계에 남아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내부고발자가 피해사실을 폭로하고 자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정 교수는 진단했다. 이어 "김 선수가 피해사실을 폭로한 것은 자기 전부를 내버린 용기있는 행동"이라며 "용기 있는 선수들이야말로 보호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양궁팀 선수들이 숙소생활을 하는 것에 정 교수는 "숙소생활은 동물의 왕국일 수밖에 없다"며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폭력이 체질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담배 20개비를 물고 불을 붙이고, 대걸레와 빗자루로 맞은 피해 선수의 폭행 증언은 스포츠 폭력의 백과사전"이라고 정의했다.


태그:#양궁팀 폭행, #스포츠계, #정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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