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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잔치에서 봉사공연을 펼치는 변달수씨
▲ 경로잔치 경로잔치에서 봉사공연을 펼치는 변달수씨
ⓒ 변달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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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개를 가진 사람이 1개를 가진 사람들의 몫까지 뺏으려는 각박한 세상. 전쟁터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하고 삭막한 세상에서, 자신의 전부인 작은 몫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아직 우리 사회는 따듯하다. 기자가 만난 민속예술인 변달수(67, 경기도 여주군)씨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세 딸을 모두 출가시키고 홀로 가남면 태평4리 한 주택의 옥탑방에 살고있는 변달수씨는 자신도 어려운 형편이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는 민속예술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이 산다는게 다 그렇지 뭐 특별할 것이 있나? 옛날 사람들은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데"라고 말하는 변달수씨는, "어려운 사람이라고 동정해서 돕는게 아니고 작은 것이라고 함께 나누면 행복해 지니까 행복을 나누는 것"이라며 나눔를 통해 자신이 더 행복해 진다고 강조한다.

늦깎이로 시작한 민속예술

변달수라는 이름보다 각설이 공연자인 변사또라는 예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삼십여 년 넘게 전국 각지를 돌며 각종 지역축제와 행사의 초청대상 1순위로 이름을 떨쳤다. 각설이 공연과 장타령 등을 통해 민속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에 큰 몫을 해낸 그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200여 명의 전문 각설이 공연자들 사이에서는 각설이 공연과 장타령의 1인자로 자타가 인정하는 화려한 삶을 살았다.

이웃돕기를 위한 엿판매 행사
▲ 봉사활동 이웃돕기를 위한 엿판매 행사
ⓒ 변달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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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페인트 사업을 하던 중 타령을 하던 고향 친구인 이만석(타령왕 만석이)씨가 다리를 다쳐서 잠시 돕기 위해 자신의 차로 만석이를 태우고 공연장을 다니다가 차안에서 테이프로 들은 타령을 들으며 익힌 각설이 타령, 장타령 등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어느 날 그의 끼와 재능에 탄복한 친구 만석이의 권유로 함께 공연을 하면서 그는 전문 공연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전래되어오던 각설이와 장타령에 자신만의 스토리를 입힌 공연을 만들어낸 변달수씨는 새로운 장르의 각설이 전문공연자로 변신하다보니 어느새 인기 공연자가 되어 있었다고.

길에서 배운 평범한 진리

전국을 돌며 공연한 곳이 7000여곳에 이른다는 변달수씨. 먹고 살기위한 수단으로 공연장을 누비던 그가 어려운 이웃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10여년전 어느 날이다. 나이가 들어 공연이 힘이 부친다는 생각을 할 때, 동서울터미널에서 구걸하던 한 사람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주머니의 동전까지 모두 털어 건네면서 가슴에 밀려든 벅찬 기쁨이 있었다고.

봉사활동의 하나로 참여한 행사에서 엿을 판매하고 있다
▲ 엿판매 봉사활동의 하나로 참여한 행사에서 엿을 판매하고 있다
ⓒ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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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돕기에 나선 계기에 대한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에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더라고,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지."

변달수씨는 자신이 공연하는 각설이는 사람들에게 "나보다 못한 사람인 각설이에게 적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니까. 나(각설이)한테 고마워해야 돼"라고 말한다며 "그때 만난 그 사람이 내겐 새로운 인생을 살게 도와준 선생인 셈이야. 진짜 각설이의 삶에 대해 가르쳐 준 은인이지"라며 밝게 웃는다.

봉사공연으로 제2의 전성기

천성이 활달한 그도 세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법. 어느새 주된 수입원이던 공연이 차츰 줄어들자, 그는 생활을 걱정하는 대신 자신의 재능을 이용한 봉사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젊어서는 물질로 할 수 있었지만 수입이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봉사는 바로 각종 행사 봉사공연. 장애인을 비롯한 독거노인 돕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소년소녀 가장 돕기 자선행사 등에 봉사공연을 펼치면서 그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는 각설이 공연을 통해 민속예술인 변달수가 걸어 온 아름다운 삶은 각종 사회단체로부터 수도 없이 많이 받아온 감사패와 감사장 등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돈이 없어도 정말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봉사"라며, "이게 진짜 내 재산"이라며 감사패를 들어 보이는 민속예술인 변달수. 그는 어려운 형편에 옥탑방에서 홀로 사는 노인이지만 자신의 재능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세계도자비엔날레 겸 여주도자기축제 공연
▲ 공연 세계도자비엔날레 겸 여주도자기축제 공연
ⓒ 변달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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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주가 다섯이라는 민속예술인 변달수. 그는 오늘도 작은 옥탑방의 집에서 홀로사는 외로움을 떨쳐내고 손주 같은 어린 소년소녀 가장 돕기 봉사공연에 나서기위해 분칠을 하고 있다.

[프로필]
민속예술인으로 불러달라는 변달수씨는 여주도자기축제,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여주진상명품축제 등 지역축제의 공연에 참여했으며, 장애인을 비롯한 독거노인 돕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소년소녀 가장 돕기 자선행사 등에 봉사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사)한국연예예술인협회 여주지회 연기분과 위원장, (사)대한청소년육성회 여주지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노년을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여주사람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주군, #변달수, #봉사, #엿장수, #각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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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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