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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강원도 △△초등학교 △△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임영선 선생님이 보내주신 편지입니다. 지난 주 <오마이뉴스>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여한 선생님이 '여행' 소감과 제자에 대한 마음을 담아 보내주신 것이었습니다.

먼저,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뭐냐고요? 영화 <선생 김봉두>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학생 숫자가 너무 적어 1학년이 전교에 '나 혼자'뿐인 어린이, 입학식도 혼자 치렀을 '나 홀로 입학생'들을 초청해 함께 여행도 하고 더불어 입학식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2008년부터 시작, 올해가 다섯 번째였네요.

프롤로그 : 우리 학교 전교생 모두 부모님이...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인솔교사가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캐빈호스텔 숙소에 도착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인솔교사가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캐빈호스텔 숙소에 도착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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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표시는?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입니다. △△분교 전교생은 여섯 명, 모두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부모님의 양육이 어려운 사정에 있는 친구들입니다. 그래서 그들 모두는 학교 인근 아동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 홀로 입학생'보다 더욱 '혼자'란 말과 가까웠을 ○○, 그 친구를 바라보는 선생님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갔습니다. "2박 3일 만이라도 부모가 돼 주고 싶은 마음에 참여했다"는 그 마음이 참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여행 전날 ○○를 자신의 집에 재웠다고 합니다. ○○가 있는 아동 시설과 학교가 다소 거리가 있는지라 이동시간을 절약하고, 또 '가족'과 함께 여행 전날을 보내는 시간도 마련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부모님이 ○○에게 용돈도 주셨다고 하네요(^^).

이런 사연을 듣고 선생님에게 편지를 써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에게나, 또, 더욱 선생님에게는 더욱 소중할 지금, 그 마음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필요한 '인증' 아닐까요. 또 '더불어 함께 입학식'을 아직 모르는 선생님들과도 나누고 싶은 편지, 이제부터 전합니다.

마을에 핀 제비꽃 같은 ○○에게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들이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캐빈호스텔 숙소에 도착한 뒤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들이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캐빈호스텔 숙소에 도착한 뒤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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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에 나뭇가지만 앙상한 이른 봄, 선생님은 널 처음 만났지! 입학생이라고는 너 혼자인 것이 안타까워 본교와 입학식을 함께 하고 풍선 이벤트와 축하 케이크를 준비하며 너를 맞을 준비를 했단다. 그리고 너에게 작은 화분을 선물하면서 우리 만남은 시작됐지.

너의 이름과 부모님이 이곳에 함께 하지 못하는 사연을 알게 됐지. 네가 깊고 깊은 산중에 '○○ 아이들'이란 시설에서 어떻게 생활하게 됐는지, 또 전교생 6명이 모두 '○○ 아이들'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선생님의 마음 한 구석은 너무 짠해졌단다. 그런데 학기 초, 지난 3월, 네가 나에게 처음 한 말!

"아빠는 미국으로 돈 벌러 가셨고, 엄마는 돈 벌면 나를 꼭 데리고 오실 거예요."

그 말을 건네는 자신감 찬 너의 모습, 하지만 그 이후 지난 어린이날에도, 현장 학습 가는 날에도 보지 못했구나. 그래서 선생님은 자신감 있는 너의 모습, 학교 뒷산에 핀 제비꽃 같았던 네 모습을 찾아주고 싶었단다.

그러다 나홀로 입학생들을 위한 '더불어 입학여행'을 알게 됐고, 너에게 다시 기쁨을 찾아줄 수 있을 거란 확신에, 기꺼이 이번 여행에 부모님을 대신해서 함께 다녀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가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가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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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박3일 동안 잠시나마 이 여행을 함께 하는 동안, 난 너에게 교사가 아닌 엄마로서의 또 다른 감정을 갖게 됐어. 에버랜드와 삼성어린이박물관 등에서 신난 널 보면서, 이 여행에 함께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는 격려를 스스로에게 보냈단다.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의 캠프파이어, 그 불꽃처럼 이번 친구들과의 만남이 너의 마음 속에 영원히 피어나길 바라. 앞으로 네가 살아가는 동안 혼자라서 외로울 때면 언제든, 이번에 만난 친구들과의 만남이 시공간을 초월해 네 마음속에 자리잡길 간절히 바란다.

○○야!
네가 살아가면서 이 세상을 좀 더 둘러보면, 정을 함께 나누고 함께 살아가고자 베푸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배웠으면 좋겠구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서 어린 시절을 산골 마을에서 보낸 그 추억이 오늘의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는 그 말씀 기억하니? 그 말씀처럼, 이 다음에, 너의 꿈인 의사가 되었을 때, 지금의 이 순간을 추억하며 멋진 ○○가 되길 바란다.

○○아! 사랑한다.
널 아끼고 사랑하는 선생님과 이 세상이 앞으로 널 외롭지 않게 지켜줄 것이다. 만화 주인공처럼 씩씩하고 용기를 잃지 않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보랏빛 제비꽃을 볼 때마다 널 떠올리는 ○○분교 임영선 선생님이

에필로그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들이 지난 14일 경기도 강화군 오마이스쿨 운동장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마지막 날 밤을 보내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들이 지난 14일 경기도 강화군 오마이스쿨 운동장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마지막 날 밤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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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읽고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감사의 마음도 전해야 했고, '여행' 그 다음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시더군요. 일주일에 한 번 학교로 찾아와 아이들 심리 상담을 해 주시는 선생님이 "○○가 너무 많이 달라져 깜짝 놀랐다고 하셨다"는 겁니다.

모래나 물 또 여러 다양한 모형으로 모래 상자를 꾸미는 프로그램, 그 전만 해도 ○○는 표현이 서툴렀다고 합니다. 어떻게 꾸밀까 망설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는군요. 그런데 이제는 모래상자에 '친구들'도 놓고, 집도 갖다놓고, 연못도 만드는 등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에게 고맙습니다. "문제 하나, 글자 하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그들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가족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그 친구들에게 소중한 메시지로 남는 것 같다"는 선생님에게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홀로'에 너무 익숙해진 탓에, 새까맣게 잊어버렸던 '더불어'의 기쁨을 이렇게 알려주셔서요.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이 지난 14일 경기도 강화군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열린 레크레이션 수업 도중 벌칙으로 친구를 등에 업고 뛰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5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한 학생이 지난 14일 경기도 강화군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열린 레크레이션 수업 도중 벌칙으로 친구를 등에 업고 뛰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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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더불어 입학식, #나홀로 입학생,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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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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