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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음원 정액제와 음원 종량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지난 5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때문이다. 개정안에서는 음원 정액제와 종량제 병행 실시의 내용이 들어있다. 현재 음원정액제는 9000원의 150곡, 즉 곡당 60원이라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 반면에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정액제는 곡당 120원의 가격을 책정하였다. 그러나 음악신탁 3단체(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사단법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사단법인 한국음원제작자협회)를 비롯한 음악기획사, 음악가들은 서명운동 등을 펼치며 이에 큰 반발을 하고 나섰다.

시작은 지난 4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표한 '음원의 온라인 전송에 대한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에서 비롯되었다. 개정안의 내용은 부분 종량제 도입(A안)과 종량제를 전제로 한 현행체계 유지(B안)이었다. 하지만 관련사업자들은 난색을 표하였다. 같은 달 21일부터는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서교음악자치회·케이엠피홀딩스·한국독립음악제작자협회·미러볼뮤직 등 메이저와 마이너를 망라한 가요 기획자 연대가 정액제 서비스를 반대하며 '음악3단체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단일안에 대한 음악제작자 관련단체 공동의견서'를 문화부에 제출하였다. 22일부터는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음악가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표된 개정안은 6월 8일 최종 승인되었다. 오히려 정액제의 경우 곡당 105원으로 삭감되었다.

이는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 기존의 음원 수익 구조는 각각 수익의 저작권 협회 9%, 실연자협회 5%, 제작자 40%, 온라인 서비스업자는 46%를 차지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각각 10%, 6%, 44%, 40%로 기존과 별다를 바 없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제작자의 몫은 작사가, 작곡가, 가수, 연주자 등으로 나누어져 있어 제작자 각기 받는 수익은 형편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는데도 이제야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며 그 개정안도 음원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획기적이지 않을뿐더러 별반 차이가 없는 입장이다.

단순비교가 불가능하겠지만 오프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음반과 비교해보자. 보통 10~15곡이 들어있는 정규음반은 시중에서 15000원 내외에 팔리고 있다. 즉, 곡당 1000~1500원 꼴인 것이다. 개정안에서 등장한 곡당 105원과는 10배가 넘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왜곡된 구조는 어떻게 탄생하였을까. 우선 국내에서는 음원에 대해 하나의 '생산품'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2000년대 초부터 유행한 p2p 사이트들의 범람은 음원파일의 무제한 무료공유를 불러왔다. 즉, 음악을 소비하는 행위가 현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음악차트 사이트인 가온차트에 따르면 2011년 음반 판매량에서 10만장을 넘는 음반은 총 12장인데, 이마저도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빅뱅 등 고정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이 전부이다. 이는 음반구매의 소비자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어떤 가수의 특별한 팬이 아니라면 음반은 사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음악 제작자들은 수익을 위하여 정규음반 대신 디지털 싱글 위주의 음악을 생산하게 되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음원 시장을 더욱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음원 시장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이미 음원 중심의 시장은 바꿀 수가 없다. 음원유통사의 수익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생산자의 몫을 최대한으로 배정하는 수밖에 없다. 혹자는 음원 유통시장에서 정액제는 바꿀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한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음원 사이트인 아이튠즈도 정액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음원 하나하나도 엄연히 생산품이기 때문에 각기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종량제로 변화를 이루면서 곡당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고(현재의 500~600원 수준이 가장 적당해 보인다.) 음악 제작자의 수익을 70% 이상 보장해주는 것이다. 또한 동시에 한 곡이 아닌 한 앨범을 살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할인율을 적용해줌으로써 싱글이 아닌 음반 위주의 음악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편할 뿐 아니라, 생산자 입장에서도 더욱 양질의 음악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때문이다.

흔히 음악가들은, 음반 1장에 책 1권의 효과가 있다고들 한다. 1개의 곡들이 모이고 모여서 커다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음악시장은 이러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 같다. 부디 음악가들이 더욱 좋은 음악을 '생산'할 수 있도록 환경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인인턴모집기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음원종량제, #음원정액제, #음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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