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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 백두산에 있다고? 개천예술제에 전시된 분재 '백두산'
 진주에 백두산에 있다고? 개천예술제에 전시된 분재 '백두산'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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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백두산 봤어요?"
"뭐 백두산을 봤다고? 어디서!"
"저거 분재 전시한 곳에서요?"

"백두산이 있어요!"

아이들과 개천예술제를 구경갔다고 방금 전까지 분재 전시장을 다녀왔지만 저는 전혀 보지 못한 백두산을 아이들은 봤다고 했습니다. 백두산이 있다는 말에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우리 민족정기가 흘러넘치는 백두산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백두산 어디 있니?"
"여기 보세요?"
"이게 백두산이라고?"
"여기 '백두산' 적혀 있잖아요"

"아빠는 아무리 봐도 백두산처럼 안 보인다."
"그래도 백두산이라고 적어 놓았잖아요."

아이들은 역시 있는 그대로입니다. 백두산이라고 하면 그것을 백두산으로 보지 이건 백두산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우리 가족은 진주에서 백두산을 봤습니다. 언제간 통일이 되면 북녘에 있는 백두산도 가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나무 분재.
 소나무 분재.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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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분재다. 무엇을 만든 것 같아?"
"잘 모르겠어요."

"아빠는 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한쪽은 완만한 산처럼 보인데."
"와 아빠 말이 맞아요. 한쪽은 절벽이고, 한쪽은 산등성철엄 보여요."

한라산처럼 생겼네?...이게 아파트예요?

소나무는 자연이지만, 사람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아이들이 아직 분재가 무엇인지 몰라 조금은 다행입니다.

"이 나무는 무엇처럼 생겼어?"
"응 이것도 산처럼 생겼어요."
"맞다. 산이다. 그럼 어떤 산처럼 생겼니?"
"그것은 잘 모르겠어요."
"아빠가 보기에는 한라산처럼 생겼다."
"한라산이 이렇게 생겼어요?"
"아빠가 생각하기에 한라산처럼 생겼어."

향나무 분배. 고귀한 자태를 느낄 수 있습니다.
 향나무 분배. 고귀한 자태를 느낄 수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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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것은 무엇처럼 생겼어요?"
"응 이것은 아파트처럼 생기지 않았니?"
"아파트!"

"응 아파트."
"아파트는 아니예요."
"그런가? 아무튼 올라가는 계단처럼 보인다."

향나무 분재. 한 계단 한 계단을 걸어올라가면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요
 향나무 분재. 한 계단 한 계단을 걸어올라가면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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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아파트처럼 생겼다고 말하고 보니 아무리 봐도 아파트는 아닙니다. 하지만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하늘에 닿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막둥이 '강적'은 조카...만나면 티격태격

막둥이와 조카는 하루 종일 다투고, 장난치고, 좋아합니다. 막둥이의 사촌동생을 향한 사랑 또는 질투는 2008년 1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막둥이는 1학년 입학을 앞두었고, 조카는 태어난지 6개월째였습니다. 아직도 어리광을 부릴 막둥이에게 조카는 강적이었습니다. 낮에 집에서 와서 하루 종일 있다고 밤에 갔습니다. 엄마가 자기보다 사촌동생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느꼈으니 미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방법이 조금 거칠어서 문제입니다.

막둥이와 조카는 다니는 내내 다투고, 장난하고 놀았습니다. 분재 앞에서까지 말입니다.
 막둥이와 조카는 다니는 내내 다투고, 장난하고 놀았습니다. 분재 앞에서까지 말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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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토요일에 출근하는 바람에 집에 왔습니다. 조카와 함께 개천예술제에 갔는데 둘은 티격태격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저절로 나옵니다.

"아빠 예설이가 또 나에게 장난쳐요."
"예설이가 오빠를 좋아하니까. 그렇지."

"아니예요. 그냥 나를 때리고 꼬집이요."
"너도 예설이에게 화내잖아."
"예설이가 나에게 화를 내게 하잖아요."
"예설이 오빠에게 그러면 안 된다."
"큰아빠. 체헌이 오빠가 자꾸 괴롭혀요."
"체헌이 오빠가 예설이가 예쁘니까? 그렇게 하는거야."

둘은 금방 손잡고 다닙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강태공이 낚시줄을 내렸습니다. 분재에서 고기를 낚을 수가 있을까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위대한 강태공으로 보입니다.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삶을 낚고 있습니다. 유유자적함을 보여주고 있는듯합니다. 삶이 이 강태공처럼 욕심내지 않는다면 참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개천예술제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분재에서 고기 낚는 강태공. 정말 대단합니다.
 분재에서 고기 낚는 강태공. 정말 대단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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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개천예술제, #백두산, #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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