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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시행 확정을 보도하는 영국 BBC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 시행 확정을 보도하는 영국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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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가 완전한 독립국으로서의 갈림길에 섰다.

영국 BBC는 15일(한국시각) '영국 정부와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referendum)를 오는 2014년 가을에 시행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수는 이날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만나 주민투표 협정문에 서명했다.

주민투표는 오로지 스코틀랜드 주민을 대상으로 '스코틀랜드가 영국 연방에서 분리 독립하기를 원하는가'라는 단일 문항에 '예' 또는 '아니오'의 찬반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스코틀랜드의 재정자립권 보장 여부를 묻는 문항도 넣기 원했지만 영국 정부가 주민투표의 시기와 방식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이 문항은 철회하기로 했다.

또한, 투표 참여 연령을 최소 16세까지 낮춰 최대한 많은 주민의 의사를 반영키로 했으며, 여러 단체와 주민은 투표를 앞두고 각자의 찬반 의사를 주장하며 자유로운 선거 운동을 벌일 수 있다. SNP가 이끌고 있는 찬성 진영은 '예스, 스코틀랜드'라는 구호를 내걸고 독립 지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반대하는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연립정부는 '우리 함께 더 좋은 길로'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이로써 1707년 잉글랜드와 통합된 스코틀랜드는 300여 년 만에 다시 분리독립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새먼드 당수는 "스코틀랜드 독립을 위한 여정의 발걸음을 시작한 위대한 날"이라며 '에든버러 협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토록 원했던 독립, 현실 앞에 망설이다 

스코틀랜드 독립 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 하트>. 영화배우 멜 깁슨이 주인공 윌리엄 월레스 역을 연기했다.
 스코틀랜드 독립 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 하트>. 영화배우 멜 깁슨이 주인공 윌리엄 월레스 역을 연기했다.
ⓒ 파라마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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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코틀랜드가 독립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현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원하는 주민은 3~40%에 그쳤다. 영국 정부가 스코틀랜드의 주민투표 요구를 자신 있게 받아들인 배경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 주민이 독립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다. 최근 유럽의 경제위기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인구 520만 명에 불과한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분리되면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 역시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원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독일·프랑스와 유럽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영국으로서도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경제규모 축소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캐머런 총리는 "(주민투표는) 스코틀랜드 주민에 대한 존중의 뜻을 보여주고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영국과 스코틀랜드가 함께 가는 것이 양쪽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독립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에 대한 반감이 깊을뿐 아니라 뿌리도 다르다. 잉글랜드는 앵글로 색슨 민족이 대다수를 이루는 반면, 스코틀랜드는 켈트족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경제라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주민투표가 실시되는 2014년은 배넉번 전투 700주년이 되는 해다. 스코틀랜드의 독립항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실제 주인공 윌리엄 월레스의 죽음에 자극받아 잉글랜드에 대승을 거뒀던 스코틀랜드 역사의 기념비적인 전투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잉글랜드에 잡힌 월레스는 처형당하는 순간 '프리덤(자유)'을 외쳤다. 죽는 순간까지 간절했던 월레스의 바람이 과연 스코틀랜드의 주민투표에서 이뤄질지 주목된다.


태그:#스코틀랜드 , #영국, #주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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