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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최저기온 영하 11.6도에 우리집 온수꼭지는 얼어버렸습니다.
 5일 최저기온 영하 11.6도에 우리집 온수꼭지는 얼어버렸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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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따뜻한 물이 안 나와요."

5일 아침밥을 하던 아내는 수도꼭지가 얼어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날 진주 최저기온은 영하 11.6도 였습니다. 금요일은 영하 13도였습니다. 이틀 연속 강추위에 수도꼭지가 얼어붙었습니다.

우리집은 30년이 넘은 집이라 여름은 '한증막', 겨울은 '냉골'입니다. 특히 부엌과 바깥이 벽돌 한장이라 겨울만 되면 한두 번은 수도꼭지가 얼어버립니다. 몇 년 전 공사할 때 배관을 보온재로 마감해야 했는데 깜빡해버린 결과입니다.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습니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으니까 손이 시린 것이 아니라 아예 얼어버렸어요."
"찬물은 나와요?"
"이상한 것은 찬물은 나와요."
"희한하네 따뜻한 물을 얼어버리고, 찬물은 얼지 않았네."
"어젯밤에 자면서 수도꼭지를 조금만 열어주었다면 얼지 않았을 것인데."
"누가 따뜻한 물이 나오는 꼭지가 얼 줄 알았나요."
"그것은 맞네. 찬물 나오는 꼭지가 얼지 따뜻한 물 나오는 꼭지가 얼 줄은 몰랐죠."

정말 신기했습니다. 대부분 찬물 나오는 수도꼭지가 얼지 따뜻한 물 나오는 수도꼭지는 얼지 않습니다. 아내 손을 잡아보니 정말 얼음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따뜻한 집이었다면 시린 손을 호호 불면서 아침밥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온수꼭지는 얼어붙었는데, 냉수꼭지는 얼지 않았습니다.
 온수꼭지는 얼어붙었는데, 냉수꼭지는 얼지 않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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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까지 얼어버리니 진짜 힘들어요. 냉장고도 방 안에 있으니까. 여간 불편하지 않아요."
"...."
"냉장고가 싱크대 옆에 있으면 바로 문 열고 음식을 할 수 있는데 방 안에 들어가야 하고, 춥고, 어떻게 방법이 없겠어요."
"벽을 터 버릴 수도 없잖아요."
"추우니까? 문을 두 개나 열고 들어가니 정말 귀찮아요. 옆에 바로 있으면 얼마나 편하겠어요."

우리집 냉장고는 싱크대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 안에 있습니다. 거실 문과 방 문을 열어야 냉장고가 있습니다. 한 번도 불편을 호소한 적이 없었는데 수도꼭지가 얼어버린 것을 보고 냉장고를 문 열지 않고 바로 갈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아내 말을 듣고 마음이 또 안타까웠습니다.

다른 집 아내들은 따뜻한 주방에서 밥을 하는데 나같은 사람 만나 바깥하고 별 다르지 않는 곳에서 밥하고, 설거지합니다. 추운 겨우살이하는 아내를 위해 이번 겨울에는 밥하고, 설거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따뜻한 봄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태그:#수도꼭지, #겨우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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