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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마솥에 불지피기 시골집 겨울난방을 위해 아궁이에 참나무와 소나무로 불을 지핍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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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시골집 겨울 난방을 위하여 참나무와 소나무로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불 지피기가 여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잔나무가지들을 툭 부질러서 넣고 종이로 불을 지피면 작은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해서 잔가지를 태우고 큰 나무에 옮겨붙는 식으로 불을 지필수가 있다. 초보자들은 잔나무와 나무, 종이로 불을 붙여서 활활 타오르게 하기가 어렵지만 어느 정도 숙련된 경험자들은 능숙하게 불을 지필 수가 있다.

어린 시절 1970년 농촌에서는 겨울이면 어른들을 따라 새끼줄과 낫을 가지고 삭풍이 휘몰아치는 겨울산에 땔감 구하러 오르던 생각이 난다. 솔잎을 갈구리로 긁어오는 것부터 마른 나뭇가지 모아서 새끼줄로 단단히 묶어서 머리에 이고 오던 일, 그리고 마른 억새풀을 모아서 머리에 이고 집으로 운반하는 것은 그나마 가벼웠다.

산에 마른 나무를 구할 수 없을 때는 청솔가지를 낫으로 베어 머리에 이고 왔는데 얼마나 무거웠는지 솔잎 나무가지에 머리가 푹 파묻혀 앞이 잘 안 보이는 산길을 내려오던 어린시절 추억이 있다.

집에 오면 무쇠솥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를 김치와 맛나게 먹던 아련한 기억 속으로 빠져들어가 본다. 청솔나무 가지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게 되면 처음에는 연기가 나고 불이 잘 안 붙어서 눈물이 많이 나지만 일단 솔가지에 불이 붙으면 그 화력 또한 대단하였다.

굴비를 술불에 굽는데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나네요.
▲ 숫불에 은행과 떵콩을 볶고 굴비를 술불에 굽는데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나네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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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마솥 숫불에 굴비굽기 활활 타오르는 숫불에 지글지글 굴비를 굽습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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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는 쌀만 제외하곤 텃밭에서 여러 가지 곡류와 채소를 재배하여 자급자족 한다. 검정 땅콩과 분홍 땅콩을 심어서 따뜻한 아궁이 앞에서 껍질을 까고 은행 또한 손질하여 프라이팬에 기름 한두 방울 두르고 파랗게 볶아서 먹으면 쫀득하고 먹을 만하다. 은행은 혈액 순환과 기관지에 좋다고 한다.

농촌 사람들은 주말에는 집안 농사일을 하고 평일에는 인근 농장이나 공장에 돈 벌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길가에 떨어진 은행이 그대로 수북이 쌓여있다. 감마솥의 뜨거운 물은 설거지를 하거나 걸레 빨 때 요긴하게 사용한다. 난방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절약이 되는 것 같다.

아기토끼들이 이사 왔어요.
▲ 어토끼는 큰집으로 보내고 아기토끼들이 이사 왔어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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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와 토끼들 방실이가 토끼과 놀고 있어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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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갈색 암토끼가 얼마 전에 배가 불러 아기를 출산할 때가 가까워져 온 것 같아 따뜻한 가마솥 아궁이 옆 작은 철망 속에 짚을 넣고 혼자 넣어 주었다. 매일 배추랑 사과, 고구마, 호박 등으로 정성껏 돌보아 왔는데 아기를 낳지 않고 살만 찌는 것 같다.

이상하다. 혹시 큰 토끼장에 미리 아기를 출산한 것을 모르고 데리고 온 것 아니냐고 아이가 말한다. 급기야 아기를 낳지 않고 살만 찌는 갈색 토끼를 큰 토끼장으로 다시 보내고 방안 종이상자 안에서 기르던 아기토끼를 대신 작은 철망 토끼장에 넣어 주었다.

몸집이 작은 아기 토끼들이 자꾸 철망 사이로 속속 빠져나온다. 강아지들이 아기토끼들을 보고는 신이 나서 놀자고 하는데 가만히 지켜보니 아기토끼들을 강아지가 물지는 않고 햛기만 한다. 그래서 아궁이에 불을 다 지핀 해 질 녁에 집안으로 들어왔다.

저녁을 먹고 바깥에 나가 보았더니, 아뿔싸! 아기 토끼들이 한 마리도 안 보인다. 급기야 여기저기를 찾아다녔는데 회색 친질라 토끼는 토끼장 뒤에서 쓰러져 있고 강아지가 햛은 자국이 역력하다. 다른 토끼들은 텃밭 마늘밭에 짚 덮어 놓은 곳에 모두 쓰러져 있었다.

사람이 없는 사이에 강아지들이 아기토끼들을 물고 마늘밭으로 데리고 가서 놀았는데 아마 아기토끼들이 추위에 다 쓰러진 것 같다. 체온이 남은 토끼들을 얼른 따뜻한 곳으로 데려와서 마사지를 하였으나 모두 하늘나라로 갔다. 강아지들을 혼내고 꽁꽁 언 흙을 파기가 어려워 아기토끼들을 활활 타오르는 불 아궁이에 넣었다. 그날 저녁에 강아지들이 사람 눈치만 슬슬 보며 가까이 오지 못했다.

그날 저녁은 유난히 구들방이 따뜻하였다. 다음 날 아침에 괭이로 아궁이 재를 쳐 내는데 하얀 무엇인가가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기토끼들의 화장하고 남은 하얀 잔뼈들이다. 우리 식구들에게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하며 행복을 주고 떠난 아기토끼들의 그림이 스쳐 지나간다.

사람과 토끼도 자연 일부이며 언젠가는 우리도 아기토끼처럼 자연 일부로 돌아가리라. 미물의 작은 아기토끼도 인간에게 행복을 주고 갔거늘 하물며 사람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살면 안 될 일이다.


태그:#불지피기, #가마솥, #동영상, #토끼, 강아지, #굴지,땅콩,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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