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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사회적 금융'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은 한국형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지난 1월 14일부터 19일까지 사회적 금융기관이 비교적 잘 조성돼 있는 미국을 방문, 현지 사회적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조명해봤다. - 기자말

사회목적투자 국제네트워크(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이하 GIIN) 사무실은 세계 금융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월스트리트 근처 뉴욕 증권거래소 바로 옆 건물에 입주해 있었다.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38층에 내리자 사무실 입구에 큼지막한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사회목적투자 혹은 사회영향투자라 불리는 신흥 산업의 국제 망(Network)을 연결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 GIIN이 오늘 방문지다.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미국 뉴욕 GIIN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로고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미국 뉴욕 GIIN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로고
ⓒ 문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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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목적투자(Impact Investments)란 사회와 환경을 위해 일하는 혁신기업, 비영리기구, 각종 사회기금들이 유의미한 사회적 가치(Impact)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방식을 의미한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주요한 목표지만 재무적 이익을 함께 기대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기부나 후원과 구별되며, 착한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번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혼합가치(Blended Value)'를 추구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미국 도시빈민을 위한 주택개발 사업을 벌일 때, 주택건설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통해 주거문제 해결과 수익성을 동시에 얻고자 했던 록펠러재단 등 투자자그룹이 처음 창안했다.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곳에 투자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주로 투자위험관리에 집중하는 사회책임투자(SRI)와 달리 적극적인 사회·환경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임팩트투자와 사회적기업가 정신이 만나 재무적 이익과 사회·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는 시장 생태계를 임팩트 경제(Impact Economy)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한 아담 그로미스(Adam Gromis)는 사회투자펀드의 온라인 플랫폼 운영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팀장으로, 조사개발 파트에서 일하는 동료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겠다며 민 피스(Min Pease)양을 미팅에 합류하도록 배려해주었다. 인터뷰 내내 두 사람 모두 밝은 미소와 유쾌함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비영리기구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건강한 활력 같은 것이 느껴졌다. 다음은 GIIN에 일하는 실무자 두 명과 함께 나눈 대화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GIIN이 설립된 배경과 연혁에 대해 들려주기 바란다.  
"GIIN은 사회목적투자를 추구하는 투자자그룹 리더들이 이 시장을 보다 확대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는 뜻을 모아 조직된 단체로, 2009년 CGI(Clinton Global Initiative. 해결이 시급한 국제문제를 공론화하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빌 클린턴의 제안에 의해 만들어짐) 연례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자선단체, 금융회사, 투자기관 등 총 83개의 단체가 공동설립자로 참가했고, 현재 이 산업에 관심을 가진 기구들의 참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GIIN의 역할 및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사회목적투자 영역은 이제 막 태동된 신흥 산업으로, 높은 시장잠재력을 갖고 있는 분야이지만 아직까지 사회·환경가치 평가표준, 정보교환의 장, 연대 기구 등 기본 인프라가 매우 빈약한 상태다. 그로 인해 환경보호, 지속가능 농업, 취약계층 주거지원 등 전 세계적으로 시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영역에 투입되어야 할 '돈줄'이 막혀있다. GIIN은 임팩트 자본이 이 영역에 보다 원활히 유입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없애고 기반을 조성하는 등 사회투자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 사업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주기 바란다.   
"GIIN의 프로그램은 크게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회(Council)를 구성하고 있는 투자자 그룹을 위한 투자 정보제공, 각종 모임 등 지원서비스, 표준화된 사회·환경 가치평가 척도라 할 수 있는 IRIS(Impact Reporting & Investment Standards) 프로그램 운영, 모범사례 발굴 등 임팩트 산업의 가능성을 알리기 위한 대외 홍보활동 그리고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사회투자펀드 현황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Impact Base)을 운영한다. 임팩트베이스는 현재 시험가동 중이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아이리스(IRIS)는 한국에도 소개되어 어느 정도 개념은 알고 있다. 이 평가도구가 가진 장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    
"IRIS는 사회·환경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일종의 공통언어(common language)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사회목적투자 산업이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목되어온 것이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성과 평가척도의 부재였다. 이것은 곧 거래비용의 증가와 투자효과 검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연결된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09년부터 록펠러재단, 어큐먼펀드, B 코퍼레이션 등과 함께 임팩트투자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표준 세트와 범용 틀(framework)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물이 IRIS라고 보면 된다. 다른 조건과 환경에서도 동일한 원리 및 표준(standard)에 따라 투자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IRIS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임팩트 투자시장 90억불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

사회영향평가 도구인 아이리스(IRIS) 홈페이지 화면(iris.thegiin.org)
 사회영향평가 도구인 아이리스(IRIS) 홈페이지 화면(iris.thegiin.org)
ⓒ 문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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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항목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누가 사용하는가?      
"평가항목은 사회·환경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관의 성격과 조직구성, 생산하는 상품 및 서비스 내용, 재무적 성과, 제품 생산에 따른 편익, 사회(환경)적 가치창출 정도 등 총 6가지의 범주로 구분된다. 사용자들은 투자자그룹들과 공익펀드 운영자, 혁신기업가, 비영리기구에서 일하는 활동가, 연구자 등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망라한다. IRIS는 공개된 도구이기 때문에 누구든 사용이 가능하다."  

- 임팩트투자 평가가 '지역적 맥락(glocalization, Global과 Local의 합성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IRIS가 유용한 도구이긴 하나, 임의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IRIS를 개발할 때 '이렇게 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편향되지 않은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사용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customizing)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영국의 경우, IRIS를 기초로 하여 영국적 환경에 맞는 항목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도구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한국적 맥락에 맞는 평가 메트릭스(matrix)를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2.2 버전이 출시되어 있는데, 이후 꾸준한 보정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 최근 임팩트 투자시장 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의 보고서인가?
"실제로 사회목적투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99개 투자자그룹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요약한 보고서다. 투자목표는 무엇인지, 현재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와 주고 있는지, 주로 어느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 향후에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있는지 등이 주요한 내용이다."

- 보고서 내용에 기초할 때, 향후 시장전망은 어떨 것이라 생각하는가?          
"2012년을 기준으로, 시장 규모는 80억 불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며 금년도는 90억 불(약 9조 500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형태로 보면, 투자자들이 직접 혁신기업이나 단체를 발굴하여 지원하는 경우와 투자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50:50 수준이다. 투자영역은 선진국의 경우 건강과 교육 분야가 많고, 후진국의 경우 식량 및 농업분야,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 등 금융서비스 영역에 주로 투자가 집중되어 있다."

- 설문 결과에 나타난 특징적인 내용들을 소개하다면?          
"설문 대상의 96%가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성과를 측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펀드 운영자 5명 중 4명이 평가측정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실제 투자할만한 대상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2012년 투자수익률은 최초 기대수익률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시장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처 결핍은 여전히 큰 도전과제이긴 하지만, 가치와 수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투자기회가 실존한다는 것을 통계로 보여주고 있다."

"시장 성장하기 위해 충분한 자본과 투자 대상 증가 필요"

- 향후 임팩트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보고서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충분한 자본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투자할 대상이 적다는 점이다. 이 현상은 미국이나 영국 혹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지만, 더 많은 투자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믿는다. 영국의 경우, 큰 사회기금(Big society capital)같은 큰 규모의 투자기금이 만들어져 향후 이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 한국의 경우도 방금 언급한 두 가지 장애요인을 그대로 안고 있다. 특히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이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본다면?   
"불안정하더라도 수요와 공급이 일어날 수 있는 시장(market)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자원의 부족, 투자대상의 빈곤은 사회투자시장을 고민하는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결국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성공가능성이 높은 모델을 찾아내고 확산시키는 것 이외의 다른 특별한 해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은 좀 피해 달라.(웃음)"

- 투자환경 측면에서, 미국과 영국의 차이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영국이 사회투자 시장을 정부가 주도해가는 하향식(Top-down) 모델이라면, 미국은 민간의 자선적(philanthropic) 문화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지난 40년간 커뮤니티 중심의 금융생태계를 조성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추진되어 왔으며, 민간투자는 정부보다는 비영리 민간재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예산이 많이 줄어 앞으로도 상황은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 영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 주도로 환경 및 인프라를 조성하는 작업을 경주해온 것으로 안다."

- 임팩트 투자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어떤 요소들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많은 것들이 요구되지만, 사회목적투자를 위한 규칙과 시장 형성, 적절한 성과측정 방법론 개발, 공공정책의 변화 등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일련의 작업들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성과들이 쌓여 플랫폼(platform)을 구성될 수 있다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학의 비즈니스 스쿨이나 공공정책 대학원의 커리큘럼에 사회투자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회경제 측면에서 임팩트 투자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최근 미국의 한 대학 연구소가 실리콘밸리와 제 4섹터(사회경제 영역을 말함. 영국에서는 제3섹터로 분류)를 비교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미국의 경우 사회경제 섹터가 발전하려면 자원과 전문성이 집적된 공간, 즉 클러스터(cluster)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에서 유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나라마다 역사적 배경과 환경이 다르므로 '정답'을 말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 금융이란 결국 사회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 끝으로, 향후 GIIN 국제 교류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지 알려 달라.    
"GIIN과 교류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회원이 되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사회투자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과 접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싱가포르에서 IIX(최근에 열린 사회적 증권거래소 시장을 말함)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누구와도 함께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담 그로미스 팀장, 민 피스 양과 함께. 미 뉴욕 GIIN 사무실에서 촬영 (2013.1.16)
 아담 그로미스 팀장, 민 피스 양과 함께. 미 뉴욕 GIIN 사무실에서 촬영 (2013.1.16)
ⓒ 문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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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투자 영역은 아직 우리에겐 매우 생소한 분야다.
"미국에서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라고 부르는 개념을 영국에서는 소셜 파이낸스(Social finance)라고 명명하지만, 가치와 수익을 한 바구니에 담는다는 의미에서 두 가지 다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세상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하든가, 마치 공의 원리처럼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혹자는 성공사례가 흔치 않은 사회적 기업을 빗대어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소(가치인가, 수익인가) 를 통합한다는 것은 일종의 형용모순(oxymoron)이라고 하기도 한다."

한국은 사회투자시장을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정부도 없고 고소득을 올리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어려운 이웃과 사회를 위해 흔쾌히 소득의 일정부분을 쾌척하는 사회 문화도 빈약하다. 신자유주의가 빚어낸 대량실업과 빈곤 등 국가와 시장이 실패한 영역 안에서 분배정의 등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는 집합체로서, 사회경제 영역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사회적 투자를 해야 할 대상은 늘어나겠지만, 역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영역을 키워나갈 새로운 금융의 활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새로운 금융이란 무엇인가? 환경과 미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투자이익을 추구하고, 가난의 틈새를 메우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혁신기업가에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제공해주며, 나눔과 호혜의 사회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를 제공해주는 금융을 말한다. 전 세계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던 2008년 금융대란의 진원지인 뉴욕 월가에서 '착한' 금융이 활짝 날개를 펴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문진수 기자는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입니다.



태그:#GIIN, #IMPACT INVESTING, #사회목적투자, #사회영향투자, #사회적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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