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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소재 (주)케이비알 공장 전경.
 창원 소재 (주)케이비알 공장 전경.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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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지방노동위원회가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기계반출을 하고, 조합원을 부당해고·징계 한 업체의 '잘못'을 지적했다. 노동계는 '노조 혐오증'을 드러낸 업체에 내려진 '심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3일 창원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고규정 판사)는 (주)케이비알(KBR)과 (주)삼경오토텍이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케이비알지회를 상대로 낸 '기계반출방해금지가처분'을 기각했다. 또 이날 금속노조 경남지부에 따르면,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하루 전날인 12일 케이비알 사측이 '부당해고·부당징계·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정했다.

케이비알은 자동차 부품인 초정밀 볼베어링용 강구와 테이퍼룰러 전문 생산업체로, 우리나라 초정밀 강구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강구공업'에서 '한화기계'를 거쳐 2006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창원공단 안에 있는 케이비알은 밀양에 있는 삼경오토텍에 기계설비를 지난해 9월 매각하고, 12월 1일과 8일 두 차례 반출을 시도했다.

노동조합은 한국강구공업일 때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었다. 이후 한국노총으로 조직변경했다가 탈퇴했으며 한동안 기업별 노조로 있다가 지난 1월 29일 조합원(48명) 만장일치로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노조 지회는 기계반출이 부당하다고 막았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깊어졌다. '근속 포상금' 과 관련해서도 노사 갈등이 심했다. 이에 사측은 노조 지회를 상대로 법원에 기계반출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냈고, 노조 지회는 사측을 상대로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징계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창원지법 "기계반출 저지는 정당한 노조 활동"

창원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케이비알․삼경오토텍이 낸 기계반출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당초 사측은 노조 지회에 대해 "기계를 외부로 반출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회당 각 1000만 원씩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는데,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처분 결과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가처분 채무자(노조)에게는 원상회복이 곤란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가처분 신청에는 권리․보전에 필요한 고도의 소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기계반출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사실은 소명된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조는 임금협상을 계속 요구하였고 사측은 이를 계속 거부하면서 점점 갈등이 고조되었는데, 사측이 노조에 임금·성과금 인상률에 관한 결정을 사측에 위임하지 않으면 기계설비를 매각할 수 있다고 하자 노조는 고용안정을 위한 특별단체교섭 실시 등을 요구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은 매매계약서 작성 뒤에도 노조측에 임금교섭권을 포기할 경우 기계설비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합의안을 제시했고, 삼경오토텍 지분 상당수를 케이비알 대표이사 가족이 보유하면서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설비를 옮길 경우 케이비알 제작물량은 점차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케이비알 경영진이 삼경오토텍 경영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지, 기계설비 반출할 경우 제작물량에 변화가 있게 되는지 등 여러 사정에 따라 매매계약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그 효력이 부인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며 "노조 간부들이 기계설비 반출을 저지하는 행위가 정당한 노동행위로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 대해 금속노조법률원 경남사무소 송영섭 변호사는 "기계 반출은 회사 존립의 기초가 된다. 사측이 기계 반출을 하려고 한 것은 노조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사측은 노조 활동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노사상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노위 "부당해고, 부당징계" 판정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케이비알 사측이 '부당해고·부당징계'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정했다.

케이비알 사측은 2012년 11월 '작업 지시 거부'와 '업무 방해' 등의 이유로 노조 지회 간부 4명을 해고했다. 이때는 기계반출 여부를 놓고 갈등이 불거질 때였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자를 '원직복직'시킬 것과 '출근정지·해고 기간' 만큼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판정했다. 케이비알 사측에 대해 부당해고·징계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 지회측 최영주 노무사는 "회사가 부당한 징계를 했다. 사측이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노조 혐오'를 드러냈다. 이번 판정을 계기로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케이비알 사측은 이번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케이비알, #삼경오토텍, #창원지방법원, #경남지방노동위원회, #금속노조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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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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