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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유진룡(57) 가톨릭대학교 한류대학원장은 '핫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1978년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해 문화부 국제교류과장, 국립국어연구원 어문자료연구부장, 문화관광부 공보관, 정책홍보관리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고 지난 2006년 참여정부 당시 문화부 차관을 역임했다.

세간에 유 내정자가 깊숙이 각인된 것은 차관 근무 당시였다. 유 내정자는 차관 임명 6개월 만에 경질됐다. 유 내정자는 당시 <조선일보>·<동아일보> 등과 한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거절한 것에 대한 보복성 경질이라고 주장했다.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이 그 당사자로 지목됐다. 게다가 양 전 비서관이 청와대 직원과 문화관광부 직원을 통해 "배를 째 달라는 거죠? 째 드릴게요"라는 협박을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유 내정자가) 정상적인 인사협의를 과민하게 받아들인 것"이라며 "(유 내정자의 경질은) 정책과 관련된 직무 회피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정부 개혁정책 핵심이었던 신문법 후속 조치를 수수방기했다는 점이 구체적인 직무회피 사례로 꼽혔다. 유 내정자가 일부 보수 언론에 신문법 관련 정보를 흘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2006년 8월 11일 <동아일보>는 1면에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의 말을 빌려 청와대가 인사청탁을 했다고 보도했다.
 2006년 8월 11일 <동아일보>는 1면에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의 말을 빌려 청와대가 인사청탁을 했다고 보도했다.

"배를 째 달라는 거죠"란 발언을 한 당사자로 지목된 양 전 비서관은 당시 <오마이뉴스>에 기고문을 보내 유 내정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문제가 된 발언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그는 "'아리랑TV 부사장' 자리를 두고서 홍보수석실은 유 전 차관과 몇 차례 통화한 적 있지만 사적으로 부탁하는 형식은 아니었다"며 "당시 난색을 표한 것은 유 전 차관이 아니라 (아리랑TV) 사장이었다"고 반박했다. 전화통화 당시에는 강한 반대의사를 표하지도 않다가 경질 이후 보복성이라고 주장하는 자체가 잘못된 처신이란 주장이었다.

이에 유 내정자는 신문유통원 등 신문법 후속 조치사안은 자신의 업무소관이 아니었다고 맞받았다. 또 '신문법 관련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나를 보수꼴통으로 만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결국 이 일은 진실공방으로 빠져, 당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 사안이 돼 버렸다.

양 전 비서관은 13일 유 내정자의 지명으로 당시 '배 째드리지요' 발언 의혹이 다시 기사화되자, "당시 전혀 사실 무근이며 아무 근거도 없는 일방적 허위주장이라고 여러차례 밝혔는데도 그런 주장이 사실인 듯 다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며 "오직 사실만을 갖고 신중하게 언급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 '부당해임' 사태 당시 예술위원으로 활동

유 내정자의 이름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다시 거론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로 하마평에 오르던 그는 2008년 9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기 위원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참여정부 기관장 물갈이' 대상 중 하나였다.

유 전 장관은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참여정부 당시 임명됐던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버티던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2008년 12월 기금운용 규정 위반을 이유로 강제 해임됐다.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들은 해임 환영 성명을 내는 등 문광부의 2중대 노릇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전 위원장이 2010년 해임처분 가처분 신청을 받아내 부당해임이었음을 증명해낸 뒤에도 예술위원들은 김 전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종용했다.

그러나 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유 내정자는 당시 부당해임 논란 가운데서 중재 노력을 꾸준히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유 내정자가 직접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 중재도 하려 하고 노력을 꽤 했던 위원"이라며 "옳은 건 옳은 것이고 틀리면 틀린 것이라고 바른 말을 하는 스타일이다, '쿨'한 행정 관료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내정자는 2009년 오광수 문화예술위원장 직무대행의 사무처장 임명에 대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유 내정자는 "새 위원장을 공모 중인데 직무대행이 사무처장을 임명하는 것은 인사권 침해"라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도덕적으로 관행적으로 문제가 많은 인사"라고 지적했다. 

2010년 청와대 홍보수석 내정 고사... "MB정부, 겉으로도 기본 가치관 패대기쳐"

유 내정자는 2010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내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이 "적격이 아니다"며 끝내 고사해 지명 철회됐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 9월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고사 이유를 우회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청와대 홍보수석 고사 이유에 대해 "박지원 문화부 장관 당시 공보관으로 일했는데 '저한테 국민이나 국가, 정부에 대한 충성심을 이야기하는 거면 받아들이겠다 그런데 정권에 대한 충성심, 정치적인 충성을 이야기하는 거라면 못 받아들이겠다' 그랬다"며 "이 양반(박지원)이 화를 내고 나가라고 하더니 30분 뒤에 다시 불러서 '내가 생각해보니까 당신 말이 맞다, 내가 앞으로 정치적인 거는 충성 이야기 안 하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서로 진짜 신뢰하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 내정자는 이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다음 정부, 다음 문화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노무현 정부는 기본 가치관을 외쳤지만 속으로는 지키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는 기본 가치관을 아예 겉으로도 패대기를 쳤다"며 "다음 정부가 할 일은 다시 공동체가 지켜야 할 가치를 얘기하는 것이고 그런 비전을 제시하는 정부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유진룡, #참여정부, #박근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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