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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박근혜 당선인이 제18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 경제부흥 △ 국민행복 △ 문화융성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하며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이 날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국민'으로 20분간의 연설에서 57회나 사용됐다. 다음으로는 '행복'이 20차례 등장했는데 국민 행복을 강조한 때문으로 보인다.

특이할 만한 것은 취임사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단어가 네 차례나 등장하고, 성장이라는 단어보다 '부흥'이라는 단어가 사용됐으며 '독일의 광산', '열사의 중동 사막' 등 '박정희 시대'를 연상시키는 표현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선거과정에서 강조했던 '소통'이나 '통합'이라는 단어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또한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취임사에서 다시 등장했으나, 경제민주화가 '창조경제'와 함께 경제부흥을 위한 한 축으로만 언급돼,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26일 주요일간지는 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놓고 각기 다른 입장과 주문을 내놨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취임사에서 성장 기조의 '한강의 기적' 등이 강조된 반면, 시대정신으로 요구되는 '민주'나 '경제민주화', '대탕평'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신문은 민주보다 경제부흥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경향신문은 경제민주화와 대탕평이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중동은 사설에서 취임사 내용과 관련해 이런저런 주문을 내놨는데,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당시 비난을 쏟아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 취임사 중 교육·문화 부분에 주목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 교육 개혁과 문화 융성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의 취임사 발언을 일일이 언급하며 경제정책과 관련해 서비스업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를, 복지문제와 관련해서는 '일하는 복지' 등 여러 가지 주문을 내놓는 데 사설 지면 전체를 할애했다. 그리고 중앙일보는 전임 대통령의 취임사를 언급하며 박 대통령은 '취임사를 지키는 대통령'이 되라고 주문했다.

<'민주'는 없이 '한강의 기적'만 강조한 취임사>(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은 사설 <'민주'는 없이 '한강의 기적'만 강조한 취임사>에서 '국민·시대·행복·창조' 등의 단어가 취임사에 자주 등장하고 박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를 상징하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네 차례나 사용"한 반면, '민주·통합·개혁·인권' 등의 단어는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설은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국민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박정희 시대의 방식에 의존하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구심도 나타냈다. 그리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유난히 강조한 것은 "아버지가 정부 주도의 압축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주축으로 새로운 경제도약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셈"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새 정치 실현'이나 국민통합, 화해와 탕평에 대한 언급이나 의지 표명은 없었다고 지적하며,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는 경시되고 경제부흥만 강조되는 시대를 또다시 만난 것 같아 씁쓸하다"고 일갈했다.

<경제민주화·대탕평, '행복한 대한민국'의 전제다>(경향,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경제민주화·대탕평, '행복한 대한민국'의 전제다>에서 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관통한 메시지는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한강의 기적'으로 시작해 제2의 한강의 기적, 새로운 한강의 기적 등으로 표현을 바꿔가면서 한강의 기적을 네 번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네 번이라는 숫자보다 "'부흥'이나 '융성', '부강'과 같은 1960~1970년대식 성장의 용어들 속에 그 함의가 녹아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경제민주화'는 '경제부흥'을 위한 부속품에 머물고, 대탕평이나 변화가 별 설명없이 사라진 것을 보면, "'행복한 대한민국'이 실은 자신을 지지한 '52%의 세상'으로 기우는 듯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박근혜' 탄생의 발화점이나 다름없는 경제민주화는 물론이고 대탕평마저 형해화한 '행복한 대한민국'은 반쪽짜리가 되기 십상"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사설은 "분배를 도외시한 채 성장 최우선주의로 질주해온 한강의 기적은 이미 생명력을 다했다"며 "경제민주화와 대탕평이 행복한 대한민국,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가는 최소한의 전제들"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敎育과 文化' 다음 세대 나라 운명 결정한다>(조선,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박근혜 敎育과 文化' 다음 세대 나라 운명 결정한다>에서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상당 부분을 교육과 문화에 할애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교육과 문화의 창달(暢達)에서 찾겠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각국의 선진화 서열은 그 나라의 교육 수준, 그 교육이 배출한 국민의 역량(力量)에 달려 있다"며 박 대통령이 교육의 힘을 믿는다면 '우리의 교육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를 나라의 중심 어젠다로 끌어올릴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문화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문화융성'이란 선언에 머물지 말고 앞으로 나라를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 문화력을 어떻게 담금질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관주가도 아닌 "문화의 자율성·개성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정부는 뒤에서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100년을 내다봐야 5년이 성공한다>(동아,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100년을 내다봐야 5년이 성공한다>에서 박 대통령의 취임사 발언을 일일이 언급하며 이런저런 주문을 내놨다. 특히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고급 서비스업, 즉 의료 관광 금융 교육 법률 분야에 대한 규제를 개혁 추동력이 강한 정권 초기에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정보통신기술(ICT) 문화 콘텐츠 서비스 산업에 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창조경제론'은 방향이 옳다"고 칭찬하며, "정규직의 기득권 양보로 비정규직과의 차별도 줄이면서 기업 부담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편,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나 대기업과 총수의 비리에 대해 엄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경제민주화가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해 '대기업 때리기'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복지문제 대해서는 재원 마련이 문제라며, 돈이 많이 드는 '퍼주는 복지' 아닌 '일하는 복지'로 복지와 성장이 함께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시장경제'와 '성장주의' 경제정책 방향에 힘을 실었다.

<취임사 반드시 지키는 대통령 되길>(중앙,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취임사 반드시 지키는 대통령 되길>에서 박 대통령은 종합적으로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룬 '조국 근대화'를 떠올리게 하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는 "취임사는 국민과 세계 축하사절 앞에서 신성하고 일관된 봉직(奉職)의 약속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전임 대통령들은 취임사에서 했던 약속을 일부 어겼으나 박 대통령은 각별한 헌신으로 '취임사를 배반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기록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박근혜, #대통령취임식, #조중동,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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