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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시선이 온통 샘 헤밍턴과 조원석을 향해 집중되고 있다.
 어린이들의 시선이 온통 샘 헤밍턴과 조원석을 향해 집중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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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꿈 있지? (아저씨는 꿈이 뭐예요?)"
"아빠 되는 게 꿈이야. (아빠는 누구나 다 되잖아요.)"
"좋은 아빠 말이야,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빠. (그럼 돈을 많이 벌어야죠!)"

'진짜 사나이' 샘 헤밍턴 이병과 '죄민수' 개그맨 조원석이 앞에 나타나자 아이들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기 시작했다. 여덟 살 남짓한 아이들은 때때로 뒤돌아보며 엄마를 찾기도 했지만, 이내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해맑게 웃었다. 이를 보는 엄마들은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에 아이들의 즐거운 표정을 담았다.

엄마 손 놓지 않던 아이, 어느새 친구 손 꼭 잡고 '꺄르르'

'나홀로 입학생' 30여 명이 12일 오후 '더불어 입학식'을 위해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 모였다. '나홀로 입학생'은 도시와 떨어진 전국 농어촌지역 초등학교에 '홀로 입학한' 아이들을 말한다. <오마이뉴스>는 해마다 '나홀로 입학생' 아이들 30여 명을 초대해 2박 3일 동안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았다.

올해 입학식에는 23개 학교에서 온 32명의 학생이 함께했다. 나홀로 입학한 형이나 동생을 따라온 아이도 있었다. 손을 꼭 붙잡고 있는 형제도 있었고, 엄마 주변에서 떠날 줄 모르는 다섯 살 꼬마도 있었다. 파란색 자동차 가방을 메고 온 1학년 성빈이는 처음엔 쑥스러운 모습을 보였었지만, 입학식이 시작되자 맨 앞자리에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가장 즐거워하는 '반전'을 보여주기도 했다. 성빈이 엄마 윤혜미씨는 "(성빈이가) 집이나 학교에서는 말이 없는 편인데 여기 오니까 신이 났네요"라며 흐뭇해했다.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노란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있다.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노란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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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입학식에는 함께 온 부모님과 선생님, 인솔자와 기자까지도 하나가 됐다. 모두 '노란색' 반소매 티셔츠로 갈아입은 것이다. 몇몇 아이는 다 보이는 데서 갈아입기 민망했는지 선생님보고 가려달라고 한 뒤 얼른 옷을 바꿔입고는 빙그레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옆 친구도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일일 교장 선생님'도 아이의 입학식을 축하해주었다. 아이들과 같은 '시골 출신'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먼저 앞에 나와 "여러분이 살고 있는 시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이 마음 가지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연예인 샘 헤밍턴과 개그맨 조원석씨도 '일일 교장선생님'으로 특별 출연해 아이들을 반겼다. 조원석씨는 아이들에게 동요와 율동을 가르치기도 했다. '내 마음이 화가나면 세모가 되고요~'로 시작하는 동요인데, 조씨가 어렸을 때 혼자 외로울 적마다 부른 노래라고 했다. 처음엔 멀뚱멀뚱 쳐다만 보던 아이들도 차츰 마음을 열고 싱글방글 웃으며 따라불렀다.

'디지털 파빌리온'에서 디지털 물고기 등 첨단 기술을 어린이들이 체험해보고 있다.
 '디지털 파빌리온'에서 디지털 물고기 등 첨단 기술을 어린이들이 체험해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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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보다 친구를 더 챙기는 아이들

이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짝꿍'이 생겼다. 인솔을 맡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친구들 잃어버리지 말라고 한 명, 두 명씩 짝꿍을 만들어준 것이다. 아이들은 처음에 쑥스러워하다가도 손을 한 번 잡고 나니 내심 놓기 싫은 눈치였다.

아이들은 새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더불어 입학식' 하이라이트인 단체사진 촬영을 마친 뒤,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IT 전시관 '디지털 파빌리온'으로 이동했다. 최신 IT 기술들로 가득한 곳에 들어가니 아이들 표정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기 짝꿍 하나는 '확실히' 책임지는 모습이었다. 디지털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연못에서 민기가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일행에서 벗어나자, 짝꿍 경한이가 '가자'고 민기의 손을 덥석 잡고 데리고 가기도 했다.

다문화가정 자녀인 두환이도 오늘 처음 만난 짝꿍 손을 꼭 붙잡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두환이와 함께 온 경주 강동초교 단구분교 박희율 선생님은 "두환이가 유치원 때부터 최근 3, 4월까지도 말을 잘 안 했었다"고 말했다. 이날 두환이에게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이들, 생일과 취미 등 서로 물어보며 하나 되다

만난지 몇 시간만에 친해진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 어린이들.
 만난지 몇 시간만에 친해진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 어린이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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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밥'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는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 어린이들.
 뮤지컬 '비밥'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는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 어린이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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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이들은 '자기소개'를 하며 스스럼없이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날 저녁 아이들은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 공연장을 찾았다. 비빔밥 만드는 과정을 소리와 모습으로 보여주는 뮤지컬 '비밥'을 보기 위해서다. 일찍 도착해 잠시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어느새 서로에게 자기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서로 '생일'을 물어보고, '취미'도 물어보면서 이야기 꼬리를 이어갔다.

친형제보다 더 찐한 '의형제'도 만들어졌다. 3학년 세휘와 2학년 로운이는 서로 닮은 점을 많이 발견했는지 어느덧 둘도 없는 친구가 돼 있었다. 두 친구는 모두 1학년 동생이 있고 그 밑에 동생이 하나 더 있다. 3남매 중 '맏이'라는 점도 같았다. '경찰'이라는 꿈도 같았고 취미가 '축구'라는 점도 같았다. 이 둘은 마치 친형제처럼 손을 꼭 잡고 '축구' 얘기를 신 나게 이어갔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자 아이들은 부쩍 친한 모습이었다. 낮에 친구들에게 다가가기도 힘들어했던 태준이는 어느새 여자 친구와 손을 꼭 잡고 놓지를 않았다. 이날 마지막 행선지인 강화도 <오마이스쿨>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아이들은 피곤해 잠이 들 때까지 이야기를 멈출 줄 몰랐다.

한편, 6회를 맞은 <오마이뉴스> '더불어 입학식'은 6월 12일부터 3일간 열린다. 둘째 날 아이들은 자연과 천체, 기초 과학기술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을 찾는다. 오후에는 용인 에버랜드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놀이기구를 타고 퍼레이드도 구경한다. 저녁에는 레크레이션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마지막 날에는 조별로 산책도 하고 사흘동안 소감문도 작성한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홀로 입학생' 아이들은 강원도·경상도·전라도 등 전국 각지의 시골학교 및 분교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성빈이가 살고 있는 강원도는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이 398명 줄어들었다. 성빈이처럼 '나홀로 신입생'인 곳은 지난해보다 8곳 늘어난 19곳이나 된다. 입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곳은 28곳이다. 강원도 빅3 지역인 춘천·강릉·원주도 각각 천 명 가까이 줄었다. 초등학교 학생수 전체로는 5681명이 감소했다.

세휘와 로운이가 살고 있는 전남 지역은 섬이 많아 본교 5곳, 분교 31곳 등 총 36개 교에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올해 신입생이 없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100곳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에 '나홀로 입학생'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태그:#더불어 입학식, #나홀로 입학생, #농어촌 학교, #시골학교, #분교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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