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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나무가 아프대요> 표지.
 <할아버지! 나무가 아프대요> 표지.
ⓒ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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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성인이 된 아들에 이어 둘째도 성년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은 큰 문제 하나 일으키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랐다. 그럼에도 둘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무렵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조금만 더 어리다면 훨씬 완벽하게 키워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어리석은 아쉬움이 들곤 했다.

지금도 괜찮은 동화책을 만나게 되면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땐 왜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우리 아이들이 조금만 어리다면 이런 책 보여주면 참 좋겠다'와 같은 아쉬움이 들곤 한다. 동시에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책들을 접하게 하지 못했음이 후회스러워지곤 한다.

우리교육이 2006년 11월부터 출간하기 시작, 현재 29권까지 나온 '우리 인물 이야기' 시리즈 책들도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나왔다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시리즈의 책들을 처음 접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중2,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2006년 겨울이다. 당시 우리교육에서는 리영희 선생이 주인공인 <글로 잠든 세상을 깨우다>를 시작으로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문정현 신부, 바보 의사 장기려, 사진작가 최민식 등이 주인공인 10권의 책을 한꺼번에 출간했는데, 이 책들과의 첫 만남이 무척 신선했다.

당시 아이들이 주로 읽던 위인전들은 인류사에 어떤 업적을 남긴 역사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들이 대부분, 이처럼 근·현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쳤거나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위인전 시리즈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병든 나무는 치료해 줘야 해"라던 한 사람

<할아버지! 나무가 아프대요>는 국내 최초 나무의사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나무종합병원을 처음 세운 강전유(77) 원장의 검질긴 삶을 들려주는 책이다. 황병기 가야금 명인이 주인공인 <딩덩 덩 둥덩 가야금 소리 들어 볼래?> 출간(2012년 5월) 이후 1년 만에 나온 시리즈 가장 최근의 책이다.

"전에야 병든 나무가 있으면 베어버리면 그만이었어.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야. 병든 나무는 치료해줘야 해. 나무가 병든 원인도 알아내야 하고 병이 든 나무는 돌봐줘야 한다고."

1976년 강전유는 산림과학원(옛 임업연구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15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병든 나무를 치료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강전유는 나무치료를 위해 국내에서는 '나무 종합병원'을 처음 세웠습니다.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처음 생긴 나무 병원이었습니다, 정원사나 원예가들이 나무치료를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무 전문 병원은 따로 없었지요. 강전유의 나이 마흔한 살 때였어요.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지요. 안정된 공무원직을 그만두고 혼자 해야 하는 사업이었으니까요.(<할아버지! 나무가 아프대요> 본문 중에서)

강전유 원장이 우리나라 최초로 나무 종합병원을 종로 5가에 열었을 당시 '나무가 병들면 뽑아버리거나 잘라버리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나무를 치료하는 일을 부자들의 사치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런지라 밥벌이가 보장된 직장을 그만두고 나무병원을 차린 강전유 원장을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정신 나간 사람이라며 수군대기 일쑤였다고 한다. '병든 사람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세상에 나무까지 치료해야 하느냐'며 대놓고 욕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나무치료의 열악한 사정과 사람들의 인식이 이렇고 보니 나무병원은 잘될 리 없었다. 개업 3년이 지나도록 손님이 거의 없어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리고 병원 문을 연 지 5년쯤 지난 어느 날에는 세무서로부터 '5년 동안 수입이 없었으니 폐업을 하라'는 내용의 서류까지 날아올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강전유 원장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40년 가까이 치료한 나무들은 100만여 그루에 이른다고 한다.

그간 치료한 나무들 중에는 '보은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을 비롯해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인 '이천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 '순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천연기념물 제88호)' '경주 독락당 조각자나무(천연기념물 제115호)' '경북 예천 석송령(천연기념물 제294호)' 등처럼 가치가 남다른 나무들도 많다고 한다.

나무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 것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남다른 사연과 가치가 있는 이들 천연기념물 나무들을 오늘날 우리가 만날 수 있음은 나무를 치료하는 일의 필요성을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한 1970년대 중반에 나무치료의 필요성을 간파, 수많은 어려움과 세간의 무관심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묵묵하게 나무치료를 해온 강전유 원장의 검질긴 노력 덕분인 것이다.

강전유 원장이 나무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고 나무병원을 열 당시 나무치료에 대한 기초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필요할 경우 아무나 나무치료를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나무 역시 사람의 경우처럼 누가 어떤 소견으로 어떤 치료를 하는가에 따라 절명과 장수로 갈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들 천연기념물 나무들에게 강전유 원장의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나무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을 키우고 먹여 살리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지요. 만약 나무가 없다면 곤충이나 새나 다른 동물은 물론 사람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그냥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그 속엔 커다란 숲이 있고, 온갖 생명들이 함께 있고, 바로 우리 인간들도 있지요. 나무 한 그루가 죽으면 그 나무에 기대어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과 우리 자신도 죽게 되는 것입니다. 나무 한 그루 살리면 우리 인간은 물론 수많은 생명들도 함께 살리는 것이지요.

나무 의사 강전유 선생님의 나무 살리는 일은 단지 나무 한 그루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의 어머니를 살리는 것이요, 나와 너를 살리는 것이요, 이 땅의 모든 생명을 살리는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일인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 모두 자연 생명을 사랑하고 생명을 살리는 공부와 삶을 살도록 했으면 참 좋겠습니다."(유종반 인천녹색엽합 공동대표·녹색교육센터 이사 추천사 중)

<할아버지! 나무가 아프대요>는 그리 어렵지 않은 가정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강전유 원장이 부모들의 기대와 달리 소년 시절부터 품어온 농사에 대한 남다른 뜻으로 서울대 농과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시작으로 나무의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나무의사가 돼 수많은 나무들과 천연기념물 나무들을 치료해온 현장에서의 사연들을 들려준다.

몇 년째 책 시리즈에 관심 두는 이유

우리교육이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출간해오고 있는 '우리 인물 이야기' 시리즈에 꾸준한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 대부분이 개인의 이익과 행복보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등 남다른 소명의 삶을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세간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김구 선생이나 문정현 신부, 장기려 박사(의사) 등처럼 유명한 사람들에 관한 책은 이미 나와 있어 그들의 삶 등이 궁금하면 언제든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춤꾼 김천홍이나 나비박사 이승모, 나무의사 강전유 등처럼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책이나 기록은 거의 없다.

우리교육의 우리 인물 시리즈는 이처럼 언제든 누군가에 의해 기록될 필요가 있는 남다른 삶의 주인공 그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생존하는 주인공인 경우 작가가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것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이런지라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내가 이 시리즈에 몇 년째 관심을 두는 이유다.

우리교육의 인물 시리즈 덕분에 지난 몇 년간 우리 시대 알아야 할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덕분에 행복했다. 가치 있는 여러 삶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책을 읽지 못했다면 모르고 말았을, 오래오래 내 기억에 살아있길 바라는 그런 이름, 그런 삶들을 말이다. 

엄마의 바람만으로 책을 잡았다가 결국 흥미를 가지고 앞서 나온 시리즈 몇 권을 읽었던 우리 아이들에게도 내게 스며든 남다른 삶의 감동이 스며있으리라. 그중 일부는 오늘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힘의 일부가 됐으리라.

그간 ▲ 길 위의 신부 문정현 - <신부님, 평화가 뭐에요> ▲ 참 교육의 스승 윤영규 - <감옥에 간 선생님> ▲ 사진작가 최민식 - <뭘 그리 찍으세요> ▲ 아름다운 농부 원경선 - <못생긴 열매가 더 맛있단다> ▲ 한글 점자 만든 박두성 - <점자로 세상을 열다> ▲ 거미박사 남궁준 - <거미 얘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어> ▲ 옥수수 박사 김순권 - <아프리카의 옥수수 추장> ▲ 물고기 박사 최기철 - <첨벙첨벙, 물길 따라 물고기 따라> ▲ 민속극 할아버지 심우성 - <얼쑤, 좋다! 우리 놀이> ▲ 큰 소리꾼 박동진 - <우리 소리는 좋은 것이여> ▲ 새 박사 원병오 - <새를 보면 나도 날고 싶어> ▲ 여성 노동자의 벗 조화순 - <나를 낮추면 다 즐거워> ▲ 백범 김구 - <양반도 깨어라! 상놈도 깨어라!> ▲ 가야금 명인 황병기 - <딩덩 덩 둥덩 가야금 소리 들어 볼래?> 등이 나왔다.

덧붙이는 글 | <할아버지! 나무가 아프대요>| 정승희 (지은이) | 최현묵 (그림) | 우리교육 | 2013-06-24 | 9000원



할아버지! 나무가 아프대요 - 국내 최초 나무 의사 강전유

정승희 지음, 최현묵 그림, 우리교육(2013)


태그:#강전유, #나무종합병원, #나무의사, #나무치료,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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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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