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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촌 주파이 부두를 떠나는 대나무 뗏목
 성촌 주파이 부두를 떠나는 대나무 뗏목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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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우리는 무이구곡의 9곡 위에 있는 마을 성촌(星村)으로 향한다. 그곳에 주파이(대나무 뗏목)를 탈 수 있는 부두가 있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리니 무이산 구곡계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류라는 간판이 우리를 반긴다. 부두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한다. 이제 중국 여행에서 줄서기는 기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주파이는 정상수위 때 6명이 타도록 되어 있다. 우리 팀이 17명이어서 세 팀으로 나눌 경우 한 명이 부족하다. 현지 가이드인 왕천이 중국인 1명을 데려와 6명씩 세 팀으로 나눠 대합실에서 순서를 기다린다.

오후 2시 45분이 되자 주파이 사공이 나타나 우리를 1호 부두로 안내한다. 부두는 3호 부두까지 있다. 1호 부두가 좀 더 상류고, 3호 부두가 하류다. 그러므로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3호 부두 쪽에서 출발한다. 우리 팀 6명이 주파이에 오른다.

나는 구곡에 대해 설명도 해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해서 앞자리에 앉는다. 주파이 두 대를 엮어 하나로 만들고 앞뒤에서 사공이 노를 젓는다. 노라고 해야 특별한 것은 없고, 긴 대나무 막대기다. 우리 배의 사공은 둘 다 젊은 편이다.

무이구곡 개념도
 무이구곡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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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구곡은 상류인 9곡에서 하류인 1곡까지 9.5㎞ 정도 된다. 배를 타고 두 시간 정도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구곡계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경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옛날에는 1곡에서 구곡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프로그램도 있었다는데, 사공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또 오고가는 배들이 교차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없앴다고 한다. 부두 주변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어서 그런지 밋밋한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출발한 주파이는 서서히 물살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처음에는 다른 배와 부딪치지 않게 방향만 잡아주면 된다. 물 흐름이 느리고 완만하기 때문이다.  

백사탄 지나 구곡으로

배가 어느덧 백사탄(白沙灘)에 이른다. 백사탄은 흰 모래 여울로, 물이 굽이치며 한쪽으로 모래톱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물살이 빨라진다. 그에 따라 사공의 손놀림도 조금은 바빠진다. 배는 이제 조금씩 선경으로 빠져든다. 이곳 구곡에서 유명한 바위는 백운암(白云岩), 삼교봉(三教峰), 마반석(磨盘石)이다. 그 중 삼교봉은 분명하게 보인다. 완만한 형태의 암봉이 세 개 나란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운암과 마반석을 찾기는 쉽지 않다.

청개구리 바위인 청와석
 청개구리 바위인 청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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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암은 흰 구름 바위라는 뜻이고 반석은 마당바위라는 뜻이다. 오히려 왼쪽으로 청와석(靑蛙石)과 오른쪽으로 장암(嶂岩)은 분명하게 보인다. 청와석은 청개구리 바위를 말하고, 장암은 산봉우리 바위를 말한다. 청개구리 바위는 몸을 움츠리고 뛰려는 모습을 하고 있다. 형태는 개구리가 분명한데 색은 푸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바위의 이름을 현와석(玄蛙石)으로 고치면 좋겠다. 바위색이 거무튀튀하기 때문이다. 이 구곡을 지나며 주자는 인간세상 별천지를 보고 있다.

구곡에 이르니 눈앞이 탁 트이고                 九曲將窮眼豁然
뽕나무와 삼나무 이슬 맞는 넓은 들 보여      桑麻雨露見平川
어부는 다시 한 번 도원으로 가는 길 찾지만  漁郞更覓桃源路
여기가 바로 인간세상 별천지라네.              除是人間別有天

9곡 위의 성촌에는 지금도 커다란 촌락이 형성되어 있다. 그것은 이 지역으로 비교적 넓은 들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구곡 위로는 평천(平川)을 이루고 농토가 많아 사람들이 살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별천지다. 이 별천지에서 뱃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소요유(逍遙遊)를 즐기는 것이 된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소요유는 '천지의 바른 곳으로 올라가 육예(六藝)를 즐기니 노는 것이 무궁하다'하는 뜻이다.  

팔곡에는 멋진 경치가 적은 편이다

고루암(북바위)을 향해 가는 뗏목
 고루암(북바위)을 향해 가는 뗏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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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곡 아래 있는 팔곡은 장암에서 시작해 부용탄(芙蓉灘)에서 끝난다. 팔곡 주변으로는 고루암(鼓樓岩), 구암(龜岩), 상봉(象峰), 낙타봉(駱駝峰) 등이 있다고 한다. 비교적 가까이 있는 고루암과 구암은 확인할 수 있지만, 상봉과 낙타봉은 보이질 않는다. 고루암의 바위는 마치 북의 옆면처럼 평평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 이름으로 하면 북바위가 된다. 구암은 두 마리 거북이 아래 위로 앉아있는 것 같다. 이 바위의 공식명칭은 상하수구(上下水龜)다.

무이구곡 개념도에 따르면 코끼리 모양을 한 상봉과 낙타 모양을 한 낙타봉은 계류에서 떨어진 산 쪽에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팔곡을 지나며 나는 암벽에 각자된 주자의 팔곡시를 살펴본다. 세 번째 행에 나오는 '무가경'을 통해 8곡에 상대적으로 멋진 경치가 적음을 알 수 있다.

팔곡에 바람 불어 구름이 개려는데         八曲風煙勢欲開   
고루암 바위 아래 맑은 물 돌아드네.       鼓樓巖下水榮廻    
이곳에 멋진 경치 없다고 말 말게나        莫言此處無佳景   
여기부터 풍류객은 올라갈 수 없다네.     自是遊人不上來   

칠곡 뒤에는 무이산 풍경구의 최고봉이 있다

선장암을 향해 내려가는 뗏목들
 선장암을 향해 내려가는 뗏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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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곡의 쌍유봉(雙乳峰)을 지나면 칠곡이 펼쳐진다. 칠곡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바위는 북랑암(北廊岩)이다. 그 뒤로 천호봉(天壺峰) 삼층봉(三層峰), 주전암(鑄錢岩), 동화암(東華岩), 후장암(猴藏岩), 성고암(城高岩), 태모암(太姥岩)이 있다고 하는데, 잘 보이지도 않고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도원동(桃園洞) 지나면 삼앙봉(三仰峰)이 있다고 한다. 삼앙봉은 무이산 풍경명승구의 최고봉으로 알려져 있다. 해발이 729.2m이다.

삼앙봉 꼭대기에 있는 바위를 노군암(老君岩)이라고도 하는데, 그 이름에는 도교적인 요소가 있다. 삼앙과 노군은 도교에서 말하는 선계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칠곡은 부용탄에서 뇌공탄(賴控灘)까지 이어진다. 칠곡에서도 주자는 시를 한 수 읊었는데, 전경후정(前景後情)이다. 앞에 경치를 노래하고, 뒤에 감정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풍경을 문장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風景無文沒有情)'는 문구가 생각난다.

칠곡으로 배를 몰아 푸른 여울 올라서니         七曲移船上碧灘   
은병봉과 선장암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구나.   隱屛仙掌更回看   
어젯밤 내린 비에 묏부리 더욱 가련하고         却憐昨夜峰頭雨    
떨어지는 폭포수가 서늘함을 더하는구나.       添得飛泉幾度寒   

바위와 글씨가 어우러진 육곡

육곡 바위 글씨
 육곡 바위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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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곡에 접어들면 오른쪽으로 향성암이 보인다. 향성암에는 육곡이라고 쓴 각자를 중심으로, 바위 글씨가 빽빽한 편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공곡전성(空谷傳聲),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서자여사(逝者如斯)다. 나무아미타불을 빼고는 다 생소한 표현이다. 빈 골짜기에 소리가 잘 전한다니 무슨 뜻일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선계로, 풍류객이 부르는 시 한 수도 잘 들린다는 뜻이다.

서자여사는 더 어렵다. '가는 것이 이와 같다'는 뜻으로, <논어>의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앞뒤를 보충하면 '가는 것이 이 물과 같아서 밤낮 그침이 없다(逝者如斯夫 不舍晝夜)'가 된다. 도(道)와 문화가 사라지는 듯 하지만 연면(延綿)히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 문구를 소동파도 인용했고, 주자도 인용했다. 소동파는 물과 달을 보면서, '가는 것이 이와 같아서 아주 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逝者如斯 而未嘗往也)'고 표현했다.

주자는 구곡계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무상함을 얘기했을 수도 있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道)를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해석은 어디까지나 우리 몫이다. 이들 세 각자를 통해 우리는 무이구곡에 아로새겨진 유불선 문화의 혼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곳이 유불선에서 말하는 비경이고 선경이고 극락임을 표현하고 있다.

선장봉과 천유봉을 뒤로 하고 내려가는 뗏목
 선장봉과 천유봉을 뒤로 하고 내려가는 뗏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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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곡의 바위 병풍 물굽이를 감아 돌고       六曲蒼屛繞碧灣    
초가집에 종일토록 사립문이 걸려 있네.    茅茨終日掩柴關    
나그네 배타고 오니 바위꽃 떨어지고        客來倚櫂岩花落    
원숭이 산새 함께 봄의 정취를 즐기누나.   猿鳥不驚春意閒    

그러나 이 비경에 이제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자가 노래한 육곡의 정서를 느끼기는 어렵다. 우리도 주파이 행렬에 싸여 구곡계를 내려간다. 뜨거운 태양이 머리 위에 작렬하고 있다. 육곡 왼쪽으로는 선장봉이 우릴 압도한다. 천유봉을 내려오면서 자세히 살펴봤던 그 바위다. 이건 부채 바위기도 하지만, 병풍 바위기도 하다. 멀리서 보니 부채와 병풍의 모습이 훨씬 더 분명하다.

관폭정을 지나 천유봉으로 오르는 길
 관폭정을 지나 천유봉으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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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선지 천유봉을 오르는 사람들이 훨씬 줄었다. 산 중턱 관폭정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은병봉은 이름 그대로 숲 뒤에 은근히 숨어 있다. 우리는 구곡계 전체 9.5㎞ 중 4㎞ 정도를 50분 걸려 내려왔다. 이곳 6곡에서 앞으로 나갈 2곡까지가 구곡계의 하이라이트라 하니 기대가 크다. 한자식으로 표현하면 점입가경이 되겠다. 그래선지 뱃사공이 6곡을 배경으로 우리팀 6명의 사진을 찍어준다.   


태그:#무이산 구곡계, #주자, #무이구곡가, #바위 글씨, #주파이(대나무 뗏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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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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