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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KBS파노라마>
 KBS1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KBS파노라마>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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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5일 KBS1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KBS파노라마>에서는 <북송 – 테사 교수의 진실추적10년, 1부>가 방송됐다. 1959년부터 84년까지 25년 사이에 9만 3천여 명의 일본 거주 동포가 북한으로 송환(혹은 귀향)된 재일한인 북송사건. 역사 속에서 잊혀졌던 10만 명의 비극이 다시 조명된 것이다.

1950년대 당시 재일한인은 60만 명 수준으로 엄청난 규모만큼이나 일본에게는 큰 고민거리였다. 치안과 생활 보호비 부담 등을 문제로 일본은 이들을 한국으로 다시 돌려보낼 계획을 세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그들을 책임질 의무는 일본에 있다는 원칙을 앞세워 제안을 거절한 반면 소련의 코치를 받은 북한은 이를 수락한다.

북송자의 90% 이상이 남한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운신이 좁아질 것을 우려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일본 본토에 비밀 특공대를 파견하는 등 결사 반대의 의지를 다진다. 그럼에도 국제적십자사의 적극적 동의를 등에 업은 일본은 재일한인을 북한으로 송환시킨다. 남한에게는 버림 받고 북한에게는 정치적 도구로 소비된 10만 명의 재일한인들. 이것이 그 비극의 전말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껴안은 북송자의 인생이 프로그램 내내 씁쓸하게 그려졌다. 문제는 균형을 잃은 KBS의 정치적 방송 행태가 그보다 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는 점이다. 북송 재일한인의 아픔을 밝힌다는 명분 아래 편향된 선전 메시지가 교묘하게 깔려있었던 것이다. 재일한인의 아픔 너머로 응당 뒤따라야 할 시대의 반성과 성찰 대신 북한에 대한 비난과 적대감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프로그램 곳곳에서 엿보였다. 편집기법, 성우의 톤, 워딩의 선택 등도 적대감과 공포감을 적절히 불러일으키며 조연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 만듦새를 보면 제작진의 의지보다 방송국 고위층의 가위질이 더 크게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연출을 맡은 고정훈 PD가 지난 2008년 이병순 전 KBS 사장의 보복성 인사에 맞선 규탄 집회에 참여했었다는 점에서 그 심증은 더 확고해진다.

왜 왜곡된 편집으로 정치적 뉘앙스를 풍기는 프로그램을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내게 됐는지 그 배경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 정부여당은 대선 국가기관 개입 스캔들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정국타개의 방편으로 종북 프레임을 내세우는 것은 이미 언론에서도 공공연히 다루어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그들이 선전에 매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사회가 민주화될 때, 달리 말해서 국민을 강제로 통제하고 소외시키기 힘들 때 엘리트 집단은 선전이란 방법을 동원한다"는 노암 촘스키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공영방송이 중도를 잃고 어용기관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걱정스러운 한편 반공, 종북 문제로 시선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내건 그들의 빤한 속내가 참 한심스럽다. 하필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때에 말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도 고쳐 쓰지 말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길 때다.


태그:#KBS파노라마, #북송, #재일한인, #북한, #대선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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