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하트> 대전 공연에 출연중인 배우들. 왼쪽부터 정태원, 홍바다, 봉승호, 최단우.

<스틸하트> 대전 공연에 출연중인 배우들. 왼쪽부터 정태원, 홍바다, 봉승호, 최단우. ⓒ 곽진성


지난 6일, 연극 <스틸하트> 대전 공연의 주연 배우들을 인터뷰하러 가는 마음은 기대 반, 설렘 반이었다. 사실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대전 지하철 시청역을 나오다가 눈에 띄는 연극 포스터를 본 것이 계기였기 때문이다. 검색해보니 흥미로운 내용이라, 배우들의 면면에도 관심이 갔다.

알다시피 연극은 영화나 뮤지컬과 달리 '비인기 현상'을 겪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연극배우들 역시 경제적으로 어렵고, 대중의 관심에서 소외되기 십상이다. 연극배우에 관한 인터뷰 기사도 영화나 뮤지컬에 비해 적다.

그렇기에 '음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배우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주연배우 2명(봉승호, 홍바다)의 인터뷰를 문의했다. 다행히 인터뷰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그런데 인터뷰를 앞두고 한 가지 염려되는 점도 있었다. 인터넷상에서 찾을 수 있는 두 배우의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이나 학력, 연극 등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홈페이지나 프로필 등이 없었다. 결국 인터뷰 날이 왔고, 궁금한 것은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눈 앞에 앉아있는 4명의 배우들, 난생 첫 '1인 4배우' 인터뷰한 사연

 <스틸하트> 대전공연 출연배우들 왼쪽(위)부터 봉승호, (옆) 홍바다, (아래) 정태원 (아래옆) 최단우

<스틸하트> 대전공연 출연배우들 왼쪽(위)부터 봉승호, (옆) 홍바다, (아래) 정태원 (아래옆) 최단우 ⓒ 스틸하트


그동안 많은 사회 명사를 만나면서 인터뷰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마주한 광경은 날 깜짝 놀라게 했다. "배우들과 편하게 대화하라"는 극장 PD의 배려(?)로 4명의 배우를 한자리에서 만난 것이다.

순간 '이걸...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예정된 배우(봉승호, 홍바다)에 관한 정보도 부족한 판에, 2명의 배우까지 한자리에서 인터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오후에 공연과 연습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인터뷰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그래서 속으론 "예정대로 2명의 배우만 인터뷰하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모두를 인터뷰한다고 해도, 과연 기사 가치가 있는 이야기가 나올지 염려됐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저 배우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내일의 스타를 꿈꾸는데, 혹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상황이 상처가 되진 않을까 싶었다.

사실, 나 역시 언론 공부를 하며 다시금 꿈을 꾸고 있기에, 연극 무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배우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음지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결국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부디 배우들의 입에서 멋진 삶과 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길 바라면서 말이다.

생애 첫 '1인 4배우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정태원, 홍바다, 봉승호, 최단우. 4인의 청춘 배우에게 솔직히 한마디를 던지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봉승호, 홍바다씨 외에는 정보가 없습니다. 부족함에도 좋은 인터뷰 부탁하겠습니다."

걱정됐던 인터뷰, 끝에서 청춘 배우들의 삶에 감동하다

 <스틸하트> 대전 공연에 출연중인 배우들. 왼쪽부터 정태원, 홍바다, 봉승호, 최단우.

<스틸하트> 대전 공연에 출연중인 배우들. 왼쪽부터 정태원, 홍바다, 봉승호, 최단우. ⓒ 곽진성


하지만 막상 부딪친 '1인 4배우 인터뷰'는, 기자 입장에서 눈물이 쏙 나올 만큼 어려웠다. 정태원과 최단우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고 들어선 인터뷰, 그 배우들이 출연한 공연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외국어 듣기평가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을 정도다.

또 개성이 다른 4명의 배우를 한꺼번에 인터뷰하다 보니, 질문과 시간을 골고루 배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배우에게서는 이야기가 술술 나왔지만, 어느 배우는 단문으로 답해서 애를 먹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배우들이 삶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인터뷰는 조금씩 알차게 변해갔다. 부산에서, 대전에서 그리고 야구선수에서, 연습생에서 배우란 꿈을 향해 달리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지치지 않는 '열정'이 무엇인지를 알게 했다.

특히 29살이란 늦은 나이에 배우란 꿈을 시작한 정태원씨의 배우 성장기는,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공감이 갔고 가슴이 뛰었다. 단순히 연극 홍보나 배우 소개가 아닌, '배우'란 꿈을 향해 가는 20~30대의 진솔한 이야기에 내 가슴도 두근거렸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준비가 철저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미련이다. 좀 더 정성을 쏟지 못한 미안함이 있었다. 특히 최단우씨에게 미안했다. 인터뷰 도중 실수를 했다. 인터뷰 중간에 단우씨의 이름을 그만 "단오씨"라고 잘못 부르고 만 것이다. 

얼른 사과하긴 했지만, 과거 최단우씨가 본명(박수빈)으로 놀림받고, 또 과거에 안면 있는 사람이 이름을 틀리게 불러서 마음 아파했던 사연을 들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부족하나마 취재기라는 형식을 통해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실수와 좌충우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감동. 이번 인터뷰를 통해 참 많이 배웠다. 처음에는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특별한 열정을 지닌 배우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동으로 끝맺을 수 있었다.

배우들의 꿈은 컸다. 봉승호는 한석규, 홍바다는 김해숙, 그리고 정태원은 류승룡을 롤모델로 삼았다. 최단우는 아시아 스타를 꿈꾸며 달려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 꿈을 불가능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빛나는 청춘 배우들의 꿈을 믿고 응원하게 된다. 꿈을 향해 뛰는 청춘 배우들의 열정을 알았기 때문이다. 5년 후, 10년 후, 꿈을 이뤄 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정태원, 홍바다, 봉승호, 최단우를 기대한다.

스틸하트 인터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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