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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번 송전탑이 들어설 움막에도 장작이 쌓이고 있다.
 127번 송전탑이 들어설 움막에도 장작이 쌓이고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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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간 1번 초소 '두두두' 거리는 헬기 소음과 둔탁한 기계톱 소음이 요란하게 들린다. 30여 명의 남녀가 모여서 나무를 나르고 한쪽에서는 장작을 패고 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움막에서는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냄새가 풍긴다. 사람 사는 활기가 느껴진다.

밀양 부북면 위양리 127번 송전탑이 들어설 예정지에는 2011년 10월 가을쯤 생긴 6~7평 크기의 비닐 움막이 있다. 송전탑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1번 초소'라 부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5월 송전탑 공사를 하려고 진입하던 한전과 할머니(이곳에서는 '할매')들이 부딪치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그 후 주민들의 농성장으로 변한 움막에 17살에 시집와서 허리가 구부러진 덕촌 할매(78)가 직사각형 묏자리를 파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28일 이곳에 '데모가 희망이다'란 페이스북 동호회원과 '시대공감' 회원들이 찾았다. 이들은 한전이 벌목하고 버린 나무를 주워 모아 겨울나기 땔감 봉사에 들어갔다. 

몸 데모 - 몸으로 활동하는 그룹
손 데모 - SMS에 공유하는 그룹
돈 데모 - 자금을 지원하는 그룹

'데모가 희망'이라는 이은탁 데모당 당수
 '데모가 희망'이라는 이은탁 데모당 당수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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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 나무를 나르던 이은탁 데모당 당수를 만났다. 이씨는 "개인적으로 집회 현장을 찾는 분들이 계시는데 뻘쭘하게 있다가 올 떄가 많다. 당적이 없어 그런지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분들이 연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난 7월 말 페이스북에 그룹을 만들어 한 달에 한번 집회장소에서 인증사진 한 장씩 올리면 되는 조건으로 가입 신청을 받아 지금까지 392명의 데모당 당원이 가입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몸 데모는 집회 현장을 찾아 몸으로 하는 일이고, 손 데모는 문제를 SMS에 공유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돈 데모는 현장에 참여할 수 없어 물질적인 지원을 하는 일이다. 참여를 원하는 분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전탑 때문에 고생하는 어르신들을 바라만 볼 수 없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 이틀이라도 어르신들에게 휴가를 주자는 의미로 부산·경주·진주·충주·서울·경기 등에서 온 회원들이 1박 2일 땔감데모(봉사)에 나선 것이다"고 설명했다.

산 중턱에서 가져온 나무를 땔감용 장작으로 패는 회원들.
 산 중턱에서 가져온 나무를 땔감용 장작으로 패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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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발 500고지에 위치한 이곳은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긴 겨울을 나기 위한 겨우살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민가와는 차량으로도 30분 이상을 올라야 하는 곳으로 산 아랫동네와 온도 차도 2~3도 이상 차이가 나면서 고령의 노인들이 비닐 움막에 의지하고 살아가기는 녹록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이들이 주민들의 겨울나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이곳뿐 아니라 다른 움막에도 겨울 땔감을 제공할 예정이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도 주민들이 거주하는 움막에 필요한 이불과 생활용품을 보급하고 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겨울나기가 시작됐다.


태그:#밀양 송전탑 , #겨우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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