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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경색은 다양한 비용을 수반한다. 안보비용이 높아지고 국민의 불안이 커진다. 대외 신인도 악화로 투자와 거래가 위축되고, 국제대회와 세미나가 감소된다. 불안상황을 비집고 들어와 중국과 미국이 영향력을 확대한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선 변화를 전제로 하는 대북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간 관계에서, 한측이 다른 측을 위해 일방적으로 변화하거나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국가가 만나 설득과 타협을 통해 서로가 양보하고 이익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제 변화를 주어야 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수정해야 하며, 전제조건에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정책, 북한에게 통하지 않는다

먼저, 접근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건다. 2014년 현재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이후 평양라디오-우리민족끼리-조평통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화-평화-통일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남한정부는 의구심을 넘어 기만으로 판단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제의를 제의로 보지 않았고, 김관진 국방장관은 "화전(和戰) 양면 전술 가능성"을 지적했으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진단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강조했다.

기브 애프터 테이크(Give after Take, 받고 난 뒤에 준다)! 북한이 무력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면 남북관계를 시작하고, 그렇지 않으면 변할 때까지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힘의 차이가 확연한 두 국가 사이에서, 강대국이 약소국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을 때 적용되는 정책이다.

물론 남한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 없이도 버틸 수 있는 폐쇄적 국가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북한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상대의 일방적 굴복을 요구하는 힘의 외교는 20세기 중반 이전의 행태이다. 남한의 통일부와  북한의 조평통이 지속적으로 타협과 협상을 진행하거나, 정상회담으로 이익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음으로 기대치를 낮추어야 한다. 남한이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변화에는 ① 이산가족 상봉 및 개성공단 3통(통신-통행-통관) 해결과 같은 가벼운 현안 ② 천안함 사태 및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같은 과거사 해결 ③ 핵 포기와 호전적 자세 철회 같은 안보위협 포기 등이 포함된다.

현재 남한정부의 전제조건은 과도하게 경직되어 있다. ①은 남한이 먼저 제의할 정도로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②에서는 공식적 인정과 사과를 포함한 재발방지책이 기준이다. ③에서는 북한의 핵 폐기가 기준이다. 남한의 전제조건은 북한이 수용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존재한다.

연평도 포격은 북한이 인정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는 북한이 인정하지 않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에 동조하는 형국이다. 핵은 남북관계와 6자회담을 통한 경제적 이익 확보에 사용될 최후의 카드이다. 따라서 남한의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천안함 사태는 2002년 6월 29일 참수리57호 공격사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북한은 자위적 조치라며 도발을 부인하다가 한 달 여 후 통일부 장관에게 "우발적 무력충돌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남한정부는 이를 사실상 사과로 평가했다. 북핵 문제는 선후에 관계없이, 단계적 폐기 및 단계적 관계개선으로 접근하면, 북한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게 함께 가고 함께 신뢰를 쌓자고 하면서, 남한이 내미는 '화해와 협력' '평화와 신뢰'의 손을 잡으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바로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책 제시, 그리고  핵 폐기이다. 북한이 수용 불가능한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등, 접촉을 통한 설득과 타협이라는 21세기형 외교에 적합하지 않게 행동한다.

이는 북한에게 백기투항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융통성을 발휘할 시점이다. 일단 전제조건을 완화해서 대화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남한이 원하는 부분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태그:#남북관계개선,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남북대화, #6자회담, #북한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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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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