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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의 나이에 안성남사당 바우덕이 공연에서 엿장수를 맡은 손상현 군. 2013년 한 해동안 매주 주말마다 그는 엿장수로 살았다. 이 날들이 참 좋았다고 했다.
▲ 엿장수 손상현 중2의 나이에 안성남사당 바우덕이 공연에서 엿장수를 맡은 손상현 군. 2013년 한 해동안 매주 주말마다 그는 엿장수로 살았다. 이 날들이 참 좋았다고 했다.
ⓒ 손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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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남사당공연 중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소년이 있다. 어름산이(줄 타는 여성) 바우덕이와 환상의 호흡을 맞추며 수백 명의 청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엿장수 소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그 소년을 만나러 지난 27일 연습이 한창인 현장을 찾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남사당과 함께하다

먼저 궁금했다. 그 소년의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이기에 그렇게도 능글능글 연기를 잘할까. 이제 16세란다. 안성 비룡중학교 3학년이다. 한창 친구들과 놀고 요즘 아이돌 그룹을 좋아할 나이다. 그의 이름은 손상현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바우덕이 공연을 보고 집에 가서 자꾸만 따라하는 상현을 본 어머니가 바우덕이 남사당패 문을 두드렸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상현은 바우덕이 패에 입단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9년째다.

엿장수 손상현은 수 백 명의 관중 앞에서 걸죽한 입담으로 관중을 들었다 놨다 했다. 19금의 수위를 오락가락 하면서 던지는 대사는 감칠맛 난다고 해야 될까.
▲ 공연 엿장수 손상현은 수 백 명의 관중 앞에서 걸죽한 입담으로 관중을 들었다 놨다 했다. 19금의 수위를 오락가락 하면서 던지는 대사는 감칠맛 난다고 해야 될까.
ⓒ 손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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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낯가림이 심한 상현은 자신보다 모두 어른인 단원들과 어울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거기서 배우는 자체가 좋아서 재밌었단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현에겐 단원 모두가 삼촌과 이모가 됐다. 지금은 거의 단원 대부분 사람들을 삼촌·이모로 부르며 가깝게 지낸다.

그동안 상현은 무동 타기, 줄타기, 북, 태평소 등을 배워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마당극 연기수업도 받았다. 이 수업이 한 해 두 해 쌓이면서 2012년까지 바우덕이 마당극에서 상현은 각종 아역을 담당해왔다. 그러다가 만난 캐릭터, 바로 엿장수 역할을 만난 건 상현에게 행운이었다.

"2013년도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엿장수 역을 맡았어요. 좋았어요. 새로 지은 남사당 상설공연장에서 주말마다 수백 명의 관중을 앞에 두고 연기를 했으니까요. 처음에는 떨리기도 했지만, 아주 설렜어요."

북한·일본·이탈리아 등 5개국 순회공연도 함께

상현은 어렸을 때부터 아역을 맡아 연기하면서 내공을 쌓았다. 그 내공이 15세에 이르러 꽃을 피웠다. 관객들은 상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배꼽을 잡고 웃는다. 때로는 상현의 동작 하나에도 웃음 폭탄을 터트린다. 19금의 수위를 줄타기하면서 늘어놓는 성적 농담 또한 백미다. 성인이 아닌 소년의 입에서 나오니 더 감칠맛 난다.

바우덕이 공연의 주인공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기를 하고 있다. 비록 바우덕이가 메인이 되어 줄 위에서 연기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엿장수 손상현 군도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 바우덕이와 함께 바우덕이 공연의 주인공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기를 하고 있다. 비록 바우덕이가 메인이 되어 줄 위에서 연기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엿장수 손상현 군도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 손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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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그 공연의 메인 파트인 줄타기의 어름산이 바우덕이보다 더 주목받기도 한다. 영화로 말하자면 주연배우를 들었다 놨다 하는 '씬스틸러'라고나 할까. 현장을 찾은 사람들 모두가 그 소년에 대한 궁금증이 들불처럼 일어난다.

"그동안 북한·일본·이탈리아·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 모두 5개국을 방문해 바우덕이 공연에 함께했어요. 제게는 5개국 모두 기억에 남는 곳이었어요. 국내에선 장충체육관에서 수천 명의 관중을 앞에 두고 공연한 게 기억에 남네요."

매일 남사당패와 함께 연습에 매진하다

이런 상현은 요즘 줄타기 연습에 한창이다. 줄타기라 함은 어름산이에 도전한다는 이야기일까? 상현을 지도하는 남사당 이상철 조교(상현은 그를 삼촌이라 부른다)가 요즘 상현에게 주문한 연습 내용이란다. 상현은 "아마도 어름산이로 키우려나 보다"라고 말했다. 어쨌거나 연습하는 자체가 재미있기에 "아무려면 어때"라는 심정이란다.

상현은 겨울방학인 요즘,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매일 여기서 산다. 온종일 만나는 사람들은 남사당패 삼촌과 이모들이다. 아침에 와서 연습, 점심 먹고 또 연습, 그리고 귀가. 이것이 상현의 요즘 일과다. 또래 친구들과 주말에 가끔 놀기도 하지만, 상현에겐 이곳이 바로 놀이터다.

요즘 나오는 가요들은 가리지 않고 잘 듣지만, 딱히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은 없다는 상현. 그렇다고 국악을 좋아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상현은 국악 자체가 좋은 게 아니라 자신이 현재 속해있는 바우덕이 공연 팀에서 삼촌과 이모들로부터 하나둘 배워나가는 게 재미있단다.

요즘 손상현 군은 거의 매일 줄타기연습을 하고 있다. 이상철 삼촌(안성 남사당 조교)이 준 요즘 미션이다. 이렇게 하는 걸 보면서 상현군과 나는 앞으로 언젠가 어름산이(줄타는 사람)이 되기는 될란가 보다며 웃었다.
▲ 줄타기 연습 요즘 손상현 군은 거의 매일 줄타기연습을 하고 있다. 이상철 삼촌(안성 남사당 조교)이 준 요즘 미션이다. 이렇게 하는 걸 보면서 상현군과 나는 앞으로 언젠가 어름산이(줄타는 사람)이 되기는 될란가 보다며 웃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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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는 유명인이 되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관심 없다고 말하는 소년, 공연하는 현장에서 사람이 많게 오거나 적게 오거나 반응만 좋으면 된다는 소년, 앞으로도 여기에서 잔뼈가 굵어 여기에서 역할을 하며 돈도 벌고 싶다는 소년, 앞으로의 꿈을 묻자 "잘 먹고 잘 살자"라고 말하는 그 소년을 보며 '얘가 애가 맞긴 맞나'라는 생각이 든 건 나만 일까.

줄타기의 기본은 줄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 목욕탕에서 플라스틱 목욕의자 두 개를 엎어 놓고, 그 위에 가느다란 통나무를 가로질러 얹어 줄타기를 연습했단다. 넘어지고 넘어지고를 수백 차례 한 결과, 겨우 중심을 잡았다. 요즘 상현은 줄타기를 곧잘 한다. 적어도 줄 위에서 걷는 것이 평지에서 걷는 것처럼 보였다. 기자의 눈앞에서 보여준 소년의 줄타기 훈련은 딱 그래보였다.

현대판 바우덕이, 기대해도 될까

그동안 익혀온 연기 실력과 걸쭉한 입담, 거기에다가 줄 위에서 자유자재로 보여주는 묘기만 가미된다면 상현도 어엿한 어름산이가 될 법하다. 요즘 이상철 삼촌이 상현에게 줄타기 연습만 주구장창 시키는 게 수상(?)하다. 상현도 어름산이로 데뷔할 날이 올지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재미있었다. 조곤조곤 할 말은 다하는 소년, 자신의 의사는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소년, 하지만 PC방 게임을 좋아하고, '웃찾사'라는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천생 소년이었다. 앞으로 바우덕이 남사당패에서 잔뼈가 굵어  성공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 소년 손상현 인터뷰 내내 재미있었다. 조곤조곤 할 말은 다하는 소년, 자신의 의사는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소년, 하지만 PC방 게임을 좋아하고, '웃찾사'라는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천생 소년이었다. 앞으로 바우덕이 남사당패에서 잔뼈가 굵어 성공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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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160년 전, 5세에 안성남사당패에 맡겨져 길러졌던 바우덕이처럼 상현도 안성 남사당패의 삼촌과 이모들의 손에 길러지고 있다. 그가 바우덕이처럼 안성남사당패 꼭두쇠로 우뚝 서서 흥선대원군으로부터 정3품 옥관자를 받았던 역사를 되풀이해낼지는 두고 볼일이다.


태그:#바우덕이, #안성남사당, #엿장수, #손상현,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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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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