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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 대진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후보들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각종 지역 발전 공약을 쏟아내는 중이다.

권위주의 시절엔 집권 여당에 소속해 있거나 정당 실세와 가까운 후보가 지역 발전을 좌우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금도 그런 사고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지방자치제도 실시 후 일정한 지역의 발전 방향 등을 유권자들이 선택하고 있다.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지역 발전론을 바탕으로 개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개발 공약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그 개발 공약들은 정말 이행했을까? 몇 차례의 지방선거를 돌아보면, 많은 개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남은 걸 확인할 수 있다.

뉴타운·재개발·특목고 등으로 자극했지만...

송영길 인천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서해안시대의 서해 대동맥이라며 '인천-충청 해저터널'을 뚫겠다고 공약했다. 송 시장은 당시 야권 단일후보로서는 드물게 건설·개발을 지향하는 후보로 분석됐다. 그래서였을까? 송 시장은 당선 후 안상수 전 시장이 벌여놓은 대다수 토목건축 사업을 그대로 이어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세훈 전 시장이 벌인 각종 토건 사업을 중단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송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인천-개성-해주 고속도로'를 건설해 인천을 남북 경제협력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이 공약은 차가워진 남북관계 등으로 이행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는 지난 3월 20일 영종도와 북한 해주를 연결하는 가칭 '서해평화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천·개성·해주 삼각벨트를 통한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 영종도-강화-개성-해주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길이 112.4km로 총사업비는 2조7788억 원으로 추정된다.

2009년 9월, 청라국제도시 입주자들이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시사인천 자료사진>
 2009년 9월, 청라국제도시 입주자들이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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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8대 총선에서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다수는 서울 전역을 뉴타운 지구로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인천지역 국회의원들도 18대 총선에서 지역구의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주거 목적 이외의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유권자만 자극했을 뿐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조사한 결과, 현 민선 5기 광역단체장들의 공약 이행률은 평균 47.1%에 그쳤다(작년 6월께 기준). 또한 이 단체는 지난해 5월 19대 총선 당선자의 공약 이행 결과를 발표했는데, 지역 공약 11.04%만이 이행됐다.

대표적 '공수표'는 뉴타운, 재개발·재건축 공약과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유치 공약이었다. 도로 건설과 산업단지 조성 공약도 대표적 공수표다. 최근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자,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사업 등이 제안되고 있다. 역시 집값을 올릴 수 있는 공약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 사무총장은 "대선 땐 검증이 필요한 복지공약이 남발됐고, 지방선거에선 (후보자가) '개발업자'로 불릴 정도로 개발 공약이 봇물을 이룬다"며 "지역 단체장의 권한 밖인 경우도 많고, 개발 공약은 선거 이후 갈등을 촉발하는 사례가 많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도 지키지 못한 개발 공약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인천지역 공약으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와 지하화를 내세웠다. 또한 ▲ 인천도시철도 2호선 조기 개통 ▲ 인천항 경쟁력 제고 ▲ 장애인 평생교육관 건립 ▲ 아라뱃길 활성화와 주변 개발을 통한 물류거점 조성 등도 내세웠다. 하지만 이 공약 중 제대로 이행되는 건 아직 없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른 개발사업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인선 지하화가 대표적이다. 인천 남구·남동구·부평구와 경기 부천시, 서울 구로구 민간단체들은 경인선 지하화 공동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지난 3월 24일 부천역 남부광장에서 경인선 지하화를 중앙정부가 정책과제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100만 시민 서명운동 선포식'을 열었다. 4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5개 기초단체장들은 경인선 지하화를 추진하자고 협약했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예술문화단체인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대표는 "지하화가 되면 좋겠지만, 친환경 도시 공간 회복 문제, 재원 문제, 대중교통과 연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의나 토론을 통한 공감대 형성도 없이, 참여만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천 토박이인 박아무개(56)씨는 "80세 고령의 어머니가 지하화 서명을 받고 다니시는데, 서명용지를 보면 서명을 받는 주체도 없다"며 "선거 때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하철7호선 청라 연장도 공수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수도권 3개 광역단체장과 당시 한나라당, 민주당 국회의원 등은 7호선 ‘부평-청라-영종’ 연장을 공약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수도권 3개 광역단체장과 당시 한나라당, 민주당 국회의원 등은 7호선 ‘부평-청라-영종’ 연장을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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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7호선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까지 연결하겠다는 공약은 대표적 공수표가 됐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시공사 등은 청라에 7호선이 연장된다고 분양 광고를 했다.

안 전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에도 7호선 가정·청라지구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안 전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둔 당시에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인천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7호선(부평구청-청라-영종) 추가 연장을 서약했다.(위사진)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도 서약했지만, 취임 후 7호선 청라 연장 공약은 크게 진척되지 않았다.

인터넷 카페 '청라국제도시' 회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카페 게시판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 대단하다. 선거 때 본때를 보여주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선거 때마다 속고 또 속고, 이번에 절대 속지 않겠다" 등의 항의성 글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6·4지방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동구청장 예비후보는 서울지하철7호선을 동인천역까지 연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지하철7호선, #청라국제도시, #지방선거, #선거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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