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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생물은 나무와 더불어 주요한 산림자원으로 꼽힌다. 나무를 비롯한 산림식물은 우리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룬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생식물 및 희귀식물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기관이 있다. 바로 국립수목원이다.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와 지구의 평균기온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산림생물은 이에 대한 영향을 얼마나 받고 있을까. 지난달 26일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직동리에 위치한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 오승환(42) 연구관(박사)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이 살기 위해 산림을 보호하는 것"

국립수목원 오승환 산림생물조사과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인해 동식물이 서식지를 옮겨가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수목원 오승환 산림생물조사과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인해 동식물이 서식지를 옮겨가는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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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국 사람이 살기 위해서 산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나무나 식물이 살 수 있는 땅이라야 비로소 인간도 평화롭게 살 수 있다"며 "자연을 보호해야 사람이 살 수 있기 때문에 자연환경이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너무 당연하기에 간과 할 수 있었던 자연과 생태계. 나무를 비롯한 식물이 없는 지구는 어떨까.

최근 기후변화 때문에 식물들이 몸살을 앓는 곳이 많다. 기후변화에 따라 식물과 동물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 연구관은 "기후변화는 동식물의 먹이사슬이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곤충이 우화(羽化)할 때 꽃이 피지 않으면 나비 등의 먹이가 없어져 열매를 맺는데 까지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동식물이 없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동물이 서식지에서 살기 힘들어 지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고, 식물은 해발이 높은 지역으로 점차 자생지를 옮겨간다. 이렇게 이동을 해서라도 살아있으면 다행인데 서식지가 없어지면 (생존율이 낮아) 점점 살기 어려운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꽃이 피는 시기에 벌이 날아야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생태계에도 그만의 체계가 있다. 순차적으로 서로 상호 보완해 줘야하는데 이 체계가 어긋나면 생물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꽃이 필 때 벌이 날지 않으면 종자가 안 맺히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며 "이런 식으로 체계가 어긋나게 되면 그 자리에 있었던 생물이 없어지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립수목원에서는 기후변화 현상으로 식물과 곤충들의 서식지가 어떻게 변하는 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 우리나라에서 산림생물종에 대한 조사 수집 분류 및 보전 등의 업무와 희귀·특산 식물에 대한 보전 및 복원, 산림생물종·숲·산림문화 등을 소재로 한 환경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기후변화, 곤충의 우화시기에 영향 준다"

같은 맥락에서 애호랑 나비의 날개 짓이 시작되는 시기에 대한 연구도 시행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난해 3월에는 애호랑나비의 날개 짓이 약 12일 정도 빨라지기도 했다.

우화(羽化·날개돋이)시기를 관찰하는 것은 매년 변하는 봄철 온도에 의해 애호랑나비의 우화시기가 얼마나 빨라지는지 혹은 느려지는지를 알기 위함이다. '우화'란 번데기가 날개 있는 엄지벌레로 바뀌는 것으로 말한다. 나비는 이런 우화 과정을 거쳐 날개가 나오면 날게 된다.

지난해 애호랑나비는 3월 20일 경남 남해에서 첫 날개돋이를 시작했다. 이는 2012년보다 12일 빨랐다. 올해 경남 남해에서는 지난달 25일 애호랑나비의 날개 짓이 시작됐다. 이는 2012년보다는 빠르지만 지난해 보다 5일 가량 늦어진 것.

오승환 연구관은 "이는 봄철 기온(온도변화)이 애호랑나비의 우화시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 진행되는 연구"라며 "이 연구를 통해 향후 기후변화에 따른 곤충의 우화시기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 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가 곤충의 날개돋이 시기를 앞당기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이 연구가 아직 3~4년밖에 이뤄지지 않아서 앞으로 10년 정도는 결과를 지켜봐야 기후변화 영향 정도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도·울릉도 생물다양성 높고 희귀·특산종 다수 분포"

섬초롱꽃은 울릉도에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섬초롱꽃은 울릉도에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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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목원에서는 '독도·울릉도 민속식물 도서' 책자를 냈다. 이는 독도와 울릉도에 자생하는 민속식물의 이용 실태를 조사·정리해 담아낸 것이다.

오 연구관은 "울릉도와 독도는 화산활동에 의해 생겨난 섬이기 때문에 같은 생물종이라도 육지에 있는 종과 크기나 색깔 등 형질이 조금씩 다른 점이 있어서 전 세계의 많은 생물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지역"이라며 "희귀 및 특산종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식물지리학적·보전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울릉도와 독도는 우리나라에서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화산활동에 의해 생겨난 화산섬이기 때문에 식물의 특징이 육지와 차이가 난다.

경북 울릉군에 속하는 울릉도(984m)는 화산섬이다. 면적 72.56㎢, 인구 1만 398명(2009년 기준)이다. 독도와는 87.4km 떨어져 있다. 화산작용에 의해 형성됐기 때문에 지질은 조면암·안산암·현무암 등으로 이뤄져 있다.

울릉도는 화산체 중 일부가 수면위로 노출돼 형성된 해산(海山)이다. 전체 규모의 3분의 2이상은 해수면 아래에 잠겨있는 상태이고 물 밖으로 노출된 부분은 전체 규모의 정상 봉우리에 해당하는 셈이다.

독도도 화산섬이다. 독도는 동해의 해저 2000m에서 분출한 화산섬으로 약 460만년~250만년 전 사이에 형성됐다. 울릉도의 지질구조와 비슷하지만 울릉도 생성에 비해 약 200만년이 앞선다. 독도는 두 개의 큰 섬인 동도와 서도를 비롯한 89개의 부속섬과 암초 등을 포함해 총 면적은 18만 7554㎡이다.

책자에 따르면 울릉도에서 자생식물 이용 역사는 신라 지증왕 13년(서기 512년) 토산물에 대한 기록으로 시작된다. 그 뒤 1141년 고려 때 나무열매와 '두릅나무순'과 같은 나물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울릉도와 독도는 육지로부터 떨어져 있고 동해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독특한 식물상을 보이고 있다. 이 중 섬초롱꽃, 섬쑥부쟁이, 왕해국 등은 울릉도와 독도서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이다.

섬초롱꽃은 잎을 삶아서 나물로 먹거나 쌈채소로 이용하며 제사 음식으로도 쓰인다. 국화과인 왕해국은 기침, 이뇨, 방광염 등에 효용이 있고 관상용으로도 심어졌다고 한다. 섬쑥부쟁이는 잎을 말려 나물로 먹기도 했다. 

수목원에 따르면 한반도에는 약 4000여 종의 관속식물(管束植物)이 분포하고 있고 이 중 약 500분류군이 울릉도와 독도에 분포하고 있다.

물론 희귀식물과 특산식물은 육지에도 있다. 산에 가면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꽃들을 보게 된다.

하지만 자생식물이나 희귀식물 등을 불법으로 채취하는 경우가 많다. 오 연구관은 "산을 찾는 인구가 늘면서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다행이지만 과도한 채취로 희귀식물이나 특산식물의 자생지가 훼손되고 있는 것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누군가 불법으로 채취해 잘 없어지는 식물은 잘 자라지도 않는다"며 "다시 조직배양을 하고 대량증식 방법을 활용해 이를 복원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전만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산식물이나 희귀식물을 복원하기 위해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그는 "유전적 다양성이 높다는 것은 복사된 개체의 DNA가 다양해진다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병해충에 걸렸을 때 확산될 우려가 적어 희귀식물이나 멸종위기 식물을 복원할 때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방법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숲은 물론 도시 녹색환경 많이 조성해야"

오승환 연구관은 마을정원은 녹지가 조성되고 소통의 장소가 되기 때문에 여가·휴식을 즐기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오승환 연구관은 마을정원은 녹지가 조성되고 소통의 장소가 되기 때문에 여가·휴식을 즐기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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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 또는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 지고 있다. 오 연구관은 "전기나 기름을 안 쓸 수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적절히 '적응'해 가는 쪽으로 연구 경향이 바뀌어가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구상에서 탄소를 흡수해서 산소를 배출하는 것은 식물밖에 없다, 숲을 유지시켜 식물을 보존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 지구에서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문제가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면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숲을 유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이미 있던 숲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도심에서도 가로수·옥상 조경·정원 등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주변의 녹색 환경이 늘어날수록 살기에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도시생활환경의 악화로 도시 내 녹색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우리나라 1인당 도시숲 면적은 7.95㎡로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수준인 9㎡의 88%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립수목원에서는 도심의 녹색환경을 늘이기 위해 '마을 정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원을 직접 만들며 정원의 가치를 경험하는 '명예 가드너(gardener·정원을 가꾸는 사람)' 공모전도 실시하고 있다. 오는 25일까지 실·내외 자투리 공간에 다양한 정원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접수한다. 아이디어가 채택된 가족은 예비 명예 가드너로 임명돼 국립수목원에서 오는 5~10월 직접 정원을 만들고 가꾸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림생물 주권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국립수목원은 1018ha의 자연림과 100ha에 이르는 전문전시원, 산림박물관, 산림생물표본관, 산림동물원, 난대온실,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산림생물표본관에는 국내외 식물 및 곤충표본, 야생동물 표본과 식물종자 등 40만점 이상이 체계적으로 저장 관리되고 있다.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에는 열대식물 2700여 종이 식재되어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그 역사는 5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세조는 광릉숲을 지나다 이곳에 자신의 능을 세울 것을 계획했다. 그 후 500여 년간 왕실에서 황실림으로 엄격하게 관리를 했다고 한다.

500년 이상 자연그대로 보전되던 것을 1911년 국유림 구분 조사 때 능묘를 제외한 지역을 '갑종요존임야'에 편입시켰는데, 이것이 오늘날 국립수목원이 됐다.

국립수목원이 자리하고 있는 광릉숲은 지난 2010년 6월 2일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MAB)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한국에서는 설악산(1982), 제주도(2002), 신안 다도해(2009)에 이어 4번째로 지정된 것. 한반도에서는 백두산(1989), 구월산(2004), 묘향산(2005)을 포함해 7번째로 선정됐다.

국립수목원 오승환 연구관
 국립수목원 오승환 연구관
ⓒ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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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연구관은

▷경북대 임학과 졸업 ▷경북대 임학과 석·박사 ▷ 現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 임업연구사(산림식물조사 총괄) ▷상주대 산림자원학과 강사 ▷대구대 산림자원학부 강사 ▷ 국립수목원 식물조사과 임업연구사 (논문) ▷청옥산 일대의 산림군락분류와 임분구조 분석 ▷도시림의 생태적 관리를 위한 경관생태학적 접근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국립수목원 오승환 연구관, #국립수목원, #기후변화 , #산림생물조사, #광릉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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