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소설 ≪애일라≫ 표지, 김수호, 도서출판 얼레빗
▲ 소설 <애일라> 소설 ≪애일라≫ 표지, 김수호, 도서출판 얼레빗
ⓒ 얼레빗

관련사진보기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순순히 걸어가겠다! 포승줄도 하지 마라! 지은 죄도 없고 도망치지도 않을 것인데 그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

이애라 애국지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조선인 헌병보조원을 향해 외쳤다. 이애라 애국지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던 요시다는 평양에서 방금 웅기에 도착한 이 애국지사를 보자마자 조선인 헌병보조원에게 포박하라는 명령이 내린다.

그러자 이 애국지사의 서슬 퍼런 불호령은 이어졌다.

"우리 국모를 능욕해 돌아가시게 하고 우리 황제의 자리를 빼앗는 왜놈들의 개돼지가 되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너희는 대한제국의 백성이 아니냐? 신라의 개돼지는 될지언정 왜놈의 신하는 되지 않겠다며 참수당한 박제상을 모르느냐!."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을 하다가 27살의 꽃다운 나이로 산화한 이애라 애국지사에 관한 일대기가 소설 형식을 빌려 《애일라》란 이름으로 도서출판 얼레빗에서 나왔다. 왜놈 순사의 앞잡이가 된 조선인 순사보들을 향해 호통 치듯 작가의 이야기는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이애라 애국지사는 누구인가?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 때 애국부인회를 지도하다가 일경에 체포되어 서울, 평양, 공주에서 옥중생활을 하였다. 서울에서 일본 헌병은 부인의 품에 안긴 아이를 빼앗아 죽이고 부인을 체포 연행하였다. 그 후에 부군 리규갑 씨가 독립운동을 하는 시베리아로 밀행하다가 함경북도 승가항에서 왜적에게 체포되어 가혹한 고문을 받고 서기 1921년 9월 4일 순국했다."

충남 아산 월선리 선영의 충혼탑에는 이애라 애국지사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이애라 애국지사는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참여한 이규갑 독립투사의 부인이다. 또한 이규갑의 형 이규풍 독립투사는 안중근·이범윤 등과 함께 노령 블라디보스토크에 의용군을 조직하여 회령과 경원 등지에서 일본군을 대파한 전력이 있는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소설 <애일라>에는 이애라 애국지사 집안사람들은 물론 당시 항일여성독립운동의 맨 앞에 서 있던 하란사 같은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작가는 국난을 온몸으로 겪어내면서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파란만장한 그들의 삶의 무늬를 씨실과 날실로 엮어내고 있어 그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겪어보지 못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감수성이 메마르지 않은 독자라면 소설을 읽는 내내 울컥 솟아오르는 눈물과 손이 불끈 쥐어지는 울분을 참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김수호 작가의 이애라 애국지사를 다룬 실명 소설은 여성독립운동가를 새롭게 조명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뜻 깊은 작업이다. 이애라 애국지사에 대한 자료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래도 작가는 아산의 월선리 선영을 비롯하여 후손들을 찾아 나서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이애라 애국지사의 숭고한 삶을 소개하는 이 책을 썼다.

부족한 자료 속에서 탄탄한 구성과 짜임새 그리고 긴박감 넘치는 소설을 쓴 김수호 작가의 필력에 새삼 놀랄 뿐이다. 우리는 소설 <애일라>를 통해 나라사랑 정신을 우리의 가슴 속에 깊이 새길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애일라> 저자 김수호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이애라 애국지사가 제게 오셔서 신들린 듯 써야만 했다

소설 <애일라> 지은이 김수호
▲ 지은이 김수호 소설 <애일라> 지은이 김수호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 항일여성독립운동가에 눈을 돌린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땅의 여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남성의 역사 속에서, 이 땅의 절반인 여성이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늘 있었습니다. 대우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였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우리 사회가 가부장적인 이유로 인해 그런 문제의식은 더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그동안 쓴 소설에 여성 주인공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이 역사의식이 굉장히 희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역사 교육이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밀리면서, 당연히 알고 있어야할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모르고 있다는 것에 통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독도문제, 위안부 문제 등에 적반하장인 일본의 태도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런 여러 상황들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여성독립운동가라는 소재가 제게 찾아온 것 같습니다."

- 많은 여성독립운동가 가운데 이애라 여사를 선택한 까닭은?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감히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애국지사께서 오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비갈의 주검을 애국지사께서 안고 애고개를 넘어가는 장면, 애국지사께서 자신의 딸을 죽인 요시다에게 호통 치는 장면 등은 저도 울며 순식간에 써내려갔습니다. 그건 제가 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일부러 무엇을 써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소재를 찾지는 않습니다. 평소에 소재를 받아들일 몸가짐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런 상태에서 애국지사의 삶이 저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선택한 게 아니고, 제게 찾아든 것이니까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 이야기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글의 여러 부분들을 신들린 무당처럼 써내려갔는지도 모릅니다."

-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자료가 극히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었나요?
"정말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 줄을 쓰기 위해 몇 시간 자료 조사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료 조사를 해도 아무런 성과가 없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더 오기가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분들인데,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분들인데, 그런 분들의 자료가 이렇게 없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오기로 자료 조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그러다 제가 쓰는 글이 역사적 고증이나 평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이 허구적 진실성을 요구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적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적 허구성을 많이 가미했습니다."

- 소설을 통해 세상에 말하는 싶은 생각은?
"이애라 애국지사의 삶입니다. 개인적인 삶을 모두 포기한 채 순국하셨던 그 분의 삶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개인적 행복만을 목표로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은 현대에 그 분의 숭고한 삶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분들이 우리 역사에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이분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소설을 쓰며,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에 '뭇별'이라는 표현이 서너 번 나옵니다. 밤하늘의 뭇별처럼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이분들의 삶을 현재로 복원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

- 앞으로의 집필계획을 소개해주시지요?
"앞으로 두 권의 소설 집필 계획이 있습니다. 우선 이번에 펴내는 소설의 제목은 '애일라'입니다. 제목을 그렇게 정한 이유는 주인공의 별명이기도 하지만, 이번 자료 조사를 통해, 유관순 열사와 함께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한 '권애라' 애국지사, 그리고 이애라 여사 순국후, 상처한 이규갑 열사의 빈자리를 채워준 김애라 여사. 우연치 않게도 이분들의 이름이 모두 다 같았습니다.

앞으로 권애라 애국지사, 김애라 여사님의 글도 이어서 쓰고 싶습니다. 현재「애일라」는 이애라 여사께서 순국한 1924년까지의 우리나라 상황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후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 좌우익으로 나뉘어 혼란하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권애라와 김애라 두 분의 삶을 통해 표현하고 싶습니다.

또한 현재 집필 중에 있는 소설이 있습니다. 제목은「5월 8일 생」입니다. 최근 탈북자들의 실상, 그 중에서도 탈북 여성들의 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알고, 같은 피가 흐르는 한 민족으로서, 아니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그들의 실상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대담 내내 작가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정말 이애라 애국지사의 혼이 깃든 듯 했다. 그러다가 문득문득 말을 멈추고 눈가에 이슬이 맺히곤 했다. 이애라 애국지사의 처절한 항일의 삶에 열병을 앓고 있었던 것일까? 이애라 애국지사를 이 시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작가의 혼은 글쓴이에게 까지도 감전되어 전율을 느끼게했다.

덧붙이는 글 | 한국문화신문 얼레빗과 대자보에도 보냈습니다.



애일라 - 항일투쟁으로 산화한 애국지사

김수호 지음, 얼레빗(2014)


태그:#이애라, #애일라, #항일애국지사, #독립운동, #김수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